최근 경기도 과천시는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 물량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지하철 4호선 과천정부청사역과 안양시 인덕원역 사이에 조성되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아파트 분양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등의 영향으로 당초 예정됐던 2018년 하반기를 훌쩍 넘겨 2020년 경으로 연기되면서 청약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이 몰린 탓이다.
약 135만3090㎡ 규모로 조성되는 과천지식정보타운은 아파트 단지 12개, 상업·업무·교육시설이 들어선다. 이 지역에서 분양 신청을 할 수 있는 청약 1순위 자격은 과천시 거주 경력이 1년 이상인 사람이다. 공공택지지구로 지정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을 받을 수 있고 지하철 4호선 지식정보타운역이 신설돼 실제 가치는 더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아 ‘로또 청약’이라 불린다. 시세차익은 최소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 관심이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지식기반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데 있다. 총 28개 필지에 기업이 입주하면서 약 4만6000명이 근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엔 JW중외제약, 안국약품, 경동제약, 일성신약 등 굵직한 제약사가 입주한다.
JW중외제약의 모회사인 JW홀딩스는 이 단지 내 지식5단지 내 5-3용지 공급대상자로 지난해 4월 선정됐다. 중외는 이 부지 선정을 위해 JW홀딩스 45%, JW중외제약45% 지분으로 JW이노스퀘어PFV(Project Financing Vehicle,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설립했다. 부동산 투자회사인 아시아신탁, 트리플아이앤디가 각 5%씩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총 투자금은 857억원으로 지하 4층, 지상 11층으로 이뤄졌다.
연면적은 약 33441.9㎡로 본사, 계열사,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한 곳에 통합한다. 현재는 JW중외제약 및 연구소(서울 서초구), JW크레아젠(경기 성남시), JW생명과학(충남 당진시), JW바이오사이언스(서울 금천구), C&C신약연구소(경기 수원시)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이전하는 계열사는 JW홀딩스, JW중외제약, JW생명과학, JW신약, JW메디칼, JW바이오사이언스, JW크레아젠, C&C 신약연구소 등 8개사와 신약연구센터 등 6개 연구소로 직원 수는 약 1300명에 이른다. Green체험관, Therapy체험관, Bio Library 등 교육 및 산학협력 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기존 서초 사옥은 지난해 6월 JW홀딩스의 종속회사 ‘케이브이지제2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KVG제2호)’가 ‘코람코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78호(코람코자산운용)’에 1480억원에 매각했다. KVG제2호는 JW홀딩스가 2011년 당시 본사였던 신대방동 사옥을 매각하면서 얻은 수익 227억원 중 185억원을 투자해 지분 48.72%를 확보했다. 중외가 서초동 사옥 매각으로 확보한 대금(투자수익)은 약 600억원에 이른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서초 사옥을 매각하게 된 이유는 연구조직 분산으로 인한 부족한 효율성과 서초동 사옥이 구조적으로 R&D 장비를 운영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본사 이전이 완료되면 각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로 R&D에 최적화된 신약개발 플랫폼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국약품은 지식7단지에 본사 이전을 확정했다. 지난해 7월 케이블방송장비 제조기업인 티비스톰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한 부동산 투자회사 프리즘스퀘어PFV 주식 45만주를 22억5000만원에 취득해 지분 22.5%를 확보했다.
안국이 입주할 지식산단 건물에 투자되는 비용은 약 2329억원으로 안국 외에 티비스톰이 25.05%, 에이엠텔레콤 24.95%, 세종텔레콤 22.5%, 중소기업은행(재무적 투자자)이 5%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개 동으로 건축되며 각각 지하 3층·지상 6층, 지하5층·지상15층으로 구성된다. 안국약품 본사에 근무 중인 임직원 약 500명이 이전해 근무하게 된다.
지식6단지에는 경동제약과 일성신약이 입주한다. 이 건물은 태양전지·모듈 제조업체인 신성이엔지 컨소시엄이 수주했으며 지분에 참여한 기업은 일성신약(14.88%), 경동제약(7.74%)을 포함해 신성이엔지(24.8%) 경동엔지니어링(14.84%), 뉴젠스(4.77%), 건축사사무소 법인 3개사 등 8개다.
투자비는 총 2878억원이 소요되며 지하 4층,지상 6층·지하 4층,지상 15층 등 2개 동으로 짓는다. 경동제약과 일성신약 모두 본사를 이전하며 경동제약 약 580명, 일성신약 약 270명 등 약 850명이 근무하게 된다.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과 이완근 신성이엔지 회장은 성균관대 선후배 사이로 류 회장은 총동창회 고문, 이 회장은 성균인포럼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의 친분이 본사 이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이 700억원에 달하고 부동산 등 투자자산이 500억원이 넘는 경동제약은 오너 2세인 류기성 대표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류기성 대표는 지난달 아버지 류덕희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류 회장의 지분이 10.10%에서 2.9%로 감소하고 류 대표의 지분이 6.78%에서 13.94%로 늘었다. 오는 2022년경 이뤄질 본사 이전과 함께 류기성 체제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동제약보다 지분을 2배 많이 취득한 일성신약은 최근 19만주(전체주식의 7.14%, 자사주의 14.44%) 159억원에 해당하는 자사 주식을 처분하면서 적자 전환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신사옥 이전으로 수익구조 개선과 R&D 강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 제약회사는 신설되는 지식정보타운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포진하고 있으며 외곽순환고속도로 등에 인접해 접근성이 우수하다. 업무상 많은 이점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입주 4개 제약사 임직원은 약 3000명으로 향후 이 지역 내 제약바이오 산업 활성화와 연구개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