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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6000원에 업무정지 날벼락, 개원가 건강검진 수난시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9-19 18:06:34
  • 수정 2020-09-17 14: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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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행 건강검진기본법, 착오청구 금액 규모 상관없이 기관지정 취소 또는 업무정지 가능
의료계는 건강검진도 일반진료처럼 착오청구 발생시 금액에 비례해 행정처분을 내리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질병치료보다 예방이 중시되면서 건강검진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검진기관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검진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개원의 중심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항의 방문해 “단 한 건의 소액 착오청구도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현행 건강검진제도를 즉각 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2018년 11월 감사원으로부터 건강검진기관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소액의 착오청구 건이라도 발생 직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행정상 실수로 콜레스테롤검사 수치를 잘못 입력해 몇 천원을 추가 청구한 검진기관에 대해 검사비 환수와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강원도 춘천의 A의원은 건강검진 수검자의 혈액검사값을 잘못 입력, 6250원을 착오청구했다는 이유로 관할 보건소로부터 업무정지 3개월(90일)을 통보받았다.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와 연관된 항목은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트리글리세리드, TG),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등 네 종류다.
 
이 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의 경우 건강검진 청구시스템에 값을 입력할 때 나머지 3개 항목을 측정한 뒤 공식으로 계산하는 방법과 직접 수치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보통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사이트의 자동계산식(총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중성지방/5)을 이용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입력한다. 하지만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400mg/dL 이상일 경우 자동계산값이 아니라 추가검사를 실시해 실측값을 기입해야 한다. 이럴 경우 건강보험공단 청구시 청구금액이 6250원 늘어난다.
 
하지만 적잖은 개원의들이 착오 또는 습관적으로 실측값이 아닌 자동계산값을 기입했다가 6250원을 착오청구해 업무정지 처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즉 A의원은 검진기관이 고의적으로 저지른 위반행위가 아니라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로 실수해도 건강검진기관 지정 취소 처분을 받게 되는 시행령을 적용받았고 이를 3개월 이상 업무정지 처분으로 감경, 대체해야 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단지 몇 천원의 착오청구를 이유로 업무정지 처분까지 내리는 것은 가혹하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에 행정처분을 받은 A의원은 지난 12년간 매년 2000건 이상의 일반검진을 했지만 착오청구나 다른 위법행위를 하지 않은 모법 검진기관이었지만 단지 6250원을 착오청구해 ‘불법 검진기관’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은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이 실수를 했다면 그에 따른 처분을 받는 게 합당하지만 단 한 건의 소액 착오청구로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착오청구 건 등은 일반진료처럼 금액 규모에 따라 행정 처분을 내리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원협회 관계자는 “검진이 아닌 일반진료의 부당청구와 거짓청구는 각각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의해 월평균 부당·거짓청구 금액에 따라 행정처분의 정도가 정해진다”며 “즉 일반진료는 잘못 청구된 금액이 적을 경우 단순 환수 외에 행정처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건강검진은 이런 규정이 없어 단 한 건의 착오청구라도 업무정지 및 취소까지 가능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연간 수천, 수만 건의 건강검진이 이뤄지는 대학병원이나 대형 검진센터에서도 이런 착오청구가 분명 발생할 텐데 유독 의원급 의료기관의 청구 건만 문제가 되는 것은 보건당국의 1차 의료기관 길들이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확증은 없지만 현 정권이 자신에 적대적인 의사단체에 가혹하게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국가건강검진을 시행하면서 발생되는 건강검진기본법 위반사항에 대한 지자체 통보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의료계의 요구사항에 대해선 복지부와 협의해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개정된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검진기관 대상 시설·인력 평가에서 연속 2회 미흡 판정을 받은 기관은 업무정지 3개월, 연속 3회 미흡 기관은 지정취소 처분을 받는다.
 
검진기관 평가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검진기관은 1차로 업무정지 3개월, 2차로 지정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기존에는 평가 거부 1차는 업무정지 1개월, 2차는 업무정지 2개월, 3차는 업무정지 3개월 처분에 그쳤다.
 
현재 검진기관은 3년 주기로 평가받는다. 2012~2014년 복지부가 실시한 1차 검진기관 평가에선 858개 기관, 2015~2017년 이뤄진 2차 평가에선 191개 기관이 미흡 등급을 받았다.
 
건강검진기본법 제16조는 건강검진기관에 대한 업무정지 및 지정취소 규정도 두고 있다. 현행법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을 받은 때 △검진기관 지정기준에 미달하게 된 때 △지정받은 사항을 위반하여 업무를 행한 때 △국가건강검진 실시 결과를 거짓으로 판정하거나 무적격자에 의해 국가건강검진을 실시한 때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때 등을 검진기관 지정 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 제10조에서는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때’에 대해 △검진 비용을 고의로 거짓 청구한 경우 △국가건강검진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 아니하고 검진대상자를 유인하여 검진을 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국가건강검진 실시를 거부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검진기관의 평가를 거부한 경우 △검진기관의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연속하여 받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관련 자료의 제출이나 의견 진술을 거부한 경우로 정하고 있다.
 
또 ‘검진기관의 지정취소 및 업무정지 기준’에 따르면 위반행위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로 인한 것으로 인정되면 업무정지는 2분의 1 수준으로, 지정취소는 3개월 이상 업무정지 처분으로 감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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