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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BIA-ALCL 진단 573명 중 481명이 엘러간 제품 사용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9-08-21 18:27:48
  • 수정 2020-08-14 17: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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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 표면 보형물이 주범 … 프랑스, 거친 표면 제품 전수조사 착수
미국 엘러간(Allergan)의 인공 유방보형물 ‘바이오셀 거친 표면 인공유방(제품명 내트렐)’이 다른 제조사 제품에 비해 유방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Breast implant-associated 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발병 확률이 6배 가량 높아 지난 4일 국내서 강제 회수 조치를 당했다.

이런 사실은 미국에서 지난 2월 밝혀졌고, 프랑스는 지난 4월에 강제 회수에 나섰고, 미국은 지난 7월 24일 회수 조치에 들어갔는데 한국은 사실이 알려진 시점보다 무려 6월이나 늦게 회수 조치가 이뤄져 시술받은 여성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ALCL)은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암의 하나로 유방암과는 별개의 질환이다.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악성종양에 해당한다. 역형성이란 세포의 분화가 정상적이지 않고 암세포처럼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한 증식이 가능한 성질을 가졌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호흡기세포, 심장세포, 내분비세포처럼 기능이 뚜렷한 세포로 분화돼 일정 기간 기능하다가 사라지고 또다른 세포가 생겨 대체하는 게 일반적인 세포의 자연적인 섭리다. 이에 비해 역형성은 무정형하고 질서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오래 살아남는 특징을 갖는다.

림프종은 순한 양성부터 악성 종양(다시 3~4단계 분류)까지 다양하다. 대세포 소세포는 조직을 염색해 그 크기를 따져보는 분류다. 대체로 소세포는 고전적인 항암제가 잘 듣고, 대세포는 신종 또는 표적항암제나 골수이식 등이 효과적이다. 
ALCL이 속한 비호지킨 림프종은 호지킨 림프종보다 7배가량 더 많이 발생하고 항암·방사선 치료에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호지킨 림프종은 조직검사를 해보면 리드스텐버그세포(Reed-Sternberg cell)을 특징적으로 갖고 있어 비호지킨 림프종과 구별하는 기준이 된다. 호지킨 림프종은 비호지킨보다 완치율이 매우 높다. 

림프계는 림프관과 림프절로 나뉜다. 대부분 림프절에 종양이 생긴다. ALCL은 림프절 전이만 없으면 별다른 치료 없이도 5년생존율이 90% 수준이다. 그러나 림프절 전이가 생기면 치료를 받아도 5년생존율이 60% 정도(1993~2010, 국립암센터 자료)다. 조기에 치료할수록 생존율이 높아진다. 다행히도 최근엔 조기진단과 골수이식·표적항암제 등 신치료법 등장으로 생존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문제는 ALCL이 아닌 유방보형물과 관련한 ALCL, 즉 BIA-ALCL이다. 미국 ‘아메리칸캔서소사이어티’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2019년 8월 현재 573명이 BIA-ALCL로 진단됐고 33명이 사망했다. 573명 중 481명이 엘러간 제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망자 33명 중 12명이 엘러간 제품 사용자고 나머지 20명은 어느 회사 제품을 썼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BIA-ALCL은 1997년 유방보형물을 이식한 환자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꾸준히 유방 보형물과 ALCL 발생과의 연관성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처음으로 상관관계를 인정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후 거친 표면 보형물이 스무드 타입 보형물보다 BIA-ALCL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례들이 수집됐다. FDA는 BIA-ALCL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으나 거친 타입 보형물로 인한 리스크는 생각보다 커져 결국 지난달 제품 리콜을 명령하게 됐다. 

전세계적으로 거친 타입 보형물은 전체 보형물 중 10%가량 시술되고 있는데 한국은 그 3배인 31%가 쓰이고 있다. 이유는 거친 타입으로 보형물을 이식하면 유방과 보형물이 따로 노는 느낌이 없고 더 자연스러운 모양새를 보여서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거친 타입 보형물에 대한 안전성을 전수검사를 통해 파악 중이다. 

선진국에서 허가받은 제품이든 상관없이 모든 보형물은 부작용을 일으키게 돼 있다. 인체는 보형물을 이물질로 간주하고 공격하기 때문에 염증이 생기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유방주위 조직이 단단해지는 석회화와 구축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거부반응과 염증현상이 심해졌다 약해졌다 반복하면서 유방이 보형물과 친해지려고 하지만 결국은 조직학적으로 불화하게 돼 있다.

BIA-ALCL은 장액종(조직 중에 혈청이 덩어리진 것)으로 인한 유방 크기 변화, 피막의 응어리짐이나 피부 발진으로 발병 여부를 의심해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공유방을 이미 이식한 환자에서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예방 차원의 제거는 권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학적으로는 합리적이만 이미 시술받은 여성으로선 더욱 화가 날 일이다. 식약처는 들끓는 분노에 유방보형물이나 인공관절 등 인체에 이식한 의료기기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사망 보상금이나 진료비 등 ‘피해구제 급여’를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증상이 발견되면 시술받은 병원을 찾고, 그 다음엔 병원의 안내로 대학병원 등에서 정밀진단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식약처는 이미 지난 14일 국내 첫 BIA-ALCL 환자가 진단됐다고 발표했다. 국내에 유통된 전체 거친표면 유방보형물 제품은 2007년 처음 허가된 이후 2018년까지 6개 회사에서 총 21만3000여개가 공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여명의 환자가 집단소송에 참여했고 소송 의사를 밝힌 네티즌까지 합치면 2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두려움을 피하려면 예방이 필요하다. 최선책은 인공유방보형물을 활용한 가슴성형을 피하는 것이다. 그 차선책은 거친 표면 보형물을 채택하지 않는 것이다. 보형물 수술을 하지 않는 대안으로는 자가지방이식 줄기세포가슴성형이 있다. 자신의 복부와 허벅지 등에서 지방을 채취하고 여기서 다시 고순도 줄기세포를 추출해 황금비율로 이 둘을 가슴에 주입하면 지방세포 생착률이 70%(단순 단순 자가지방이식은 20~30%)에 이르면서 원하던 가슴볼륨감을 얻을 수 있다. 

신동진 SC301의원 원장은 “자가지방으로 충전하면 보형물이 아니라 시술한 티가 나지 않고 모양새가 자연스럽다”며 “첫 가슴성형이든, 재수술이든, 암 수술 후 유방재건수술이든 상관없이 가장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풍만한 볼륨감을 지향하는 게 줄기세포가슴성형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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