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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의사 중 5% 불과 일반의, 프로포폴 처방률은 50% 넘는 이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8-21 01:56:29
  • 수정 2020-09-22 14: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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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형외과 전문의보다 일반의·타과 전문의 5배 많아 … 수익증대 위해 프로포폴 과다처방 의혹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다른과 전문의와 일반의가 상대적으로 비급여 비중이 높은 성형외과 시장에 몰리면서 프로포폴 사용량이 늘었다고 지목하고 있다.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개원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비전문의(일반의)의 프로포폴 처방 건수가 늘고 있어 관련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전체 의료용 마약류’ 및 ‘프로포폴’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433만명이 적어도 한 번은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국민의 8.4%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진료과목별 프로포폴 처방량은 일반의가 전체 5857만㎖ 중 3146만㎖(53.7%)로 가장 많았고 내과 1343만㎖(22.9%), 성형외과 916만㎖(15.6%), 산부인과 129만㎖(2.2%), 외과 94만㎖(1.6%), 기타 229만㎖(3.9%) 순이었다.
진료과목별 프로포폴 처방 건수도 일반의가 174만건으로 2위인 내과(107만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별 처방률은 의원급이 47.7%로 종합병원(34.7%)이나 병원(17.3%)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부분은 국내 의사 10만여명 중 5% 정도에 불과한 일반의의 프로포폴 처방량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에 처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페이닥터로 근무하는 일반의 중 상당수가 수익 증대를 위해 프로포폴을 과다 처방함으로써 각종 의료사고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H 성형외과 전문의는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는 2000여명 정도인데 그보다 약 5배 많은 비전문의, 즉 일반의나 외과·산부인과·가정의학과 등 다른 진료과 의사들이 수익성 좋은 성형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특히 프로포폴주사는 환자가 진료비를 부담하는 비급여인 데다 환자 수요가 높아 성형 개원가의 효자 상품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포폴은 병당 원가가 1만원도 채 되지 않는데 주사 비용은 강남권에서 최소 20만원, 최대 50만원에 달한다”며 “비전문의라고 무조건 프로포폴을 과도하게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통계상 일반의의 처방 비율이 50%를 넘긴 것은 그만큼 프로포폴을 과도하게 처방하는 일반의가 많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종별 의료종사자 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문의는 8만3147명, 일반의는 5557명이다.
 
일반의는 의대 과정 6년을 마치고 졸업한 뒤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면허를 취득한 의료인이다. 반면 전문의는 의사면허를 따고 대학병원에서 수련의(인턴) 1년과 전공의(레지던트) 3~4년 과정을 거친 뒤 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의료인을 의미한다. 전문의 취득 후 대학병원에 남아 1~2년간 세부 전공을 수련하면 전임의(펠로우) 자격을 얻는다.
 
국내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면허 보유자는 꼭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진료 영역에 상관없이 병·의원을 개원할 수 있다. 예컨대 의사면허만 있으면 성형외과 진료를 보고, 수술까지 할 수 있다. 진료와 수술에 필요한 이론, 술기는 관련 학회 학술대회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해 배운다. 이는 치과의사나 한의사도 마찬가지다.
 
일반의와 전문의를 구별하려면 간판을 보면 된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41조에 따르면 일반의는 전문의 자격이 없어 간판에 의료기관 고유명칭과 진료과목을 함께 쓸 수 없다. 대신 고유명칭 뒤에 별도로 ‘진료과목 성형외과’ 식으로 표기하는 것은 가능하다. 진료과목과 진료과목명의 글자 크기는 병원 고유명칭의 절반 이하여야 한다. 예컨대 ‘○○○의원’,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 등은 일반의나 다른 진료과 전문의가 성형외과 진료를 본다는 의미다.
반면 전문의는 병원 간판에 ‘○○○성형외과 의원’처럼 고유명칭과 진료과목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2000년대 이후 비전문의들의 개원이 늘면서 프로포폴 오·남용, 과잉진료, 의료사고 등 문제가 악화됐다고 날을 세웠다. H 성형외과 개원의는 “의사마다 다르겠지만 비전문의는 전문의에 비해 인체 해부학적 지식이나 임상경험이 부족하거나 수술의 체계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의료정책의 근간이 되는 전문의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진료영역을 제한하거나, 비전문의와 전문의를 더 확실히 구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낮은 수가체계로 전문영역을 살리기 힘든 다른과 전문의와 일반의가 상대적으로 비급여 비중이 높은 성형외과 시장에 몰려 탈법적 진료, 진료비 덤핑, 허위·과장 광고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성형외과에 내원한 6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전문의에게 시술받은 사람 중 64.6%가 비전문의라는 사실을 모른 채 시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환자의 생명권과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비전문의의 의료행위에 강한 법적 책임을 지우고, 환자가 전문의와 비전문의를 제대로 구별할 수 있도록 온라인 홍보를 하거나 안내책자를 배포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의사단체들이 임원진이나 집행부에 일반의가 적잖게 포진해 있어 비전문의의 과잉진료 문제를 제대로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프로포폴 사망, 의료사고 등 성형외과 분야 부정이슈에 대한 책임을 모두 비전문의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있다. 개인의원을 운영 중인 A 원장은 “‘전문의는 좋고, 비전문의는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지나치게 구시대적이지 않은가”라며 “비록 전문의는 아니지만 항상 적정 진료를 준수하고, 꾸준히 술기를 갈고 닦아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동료의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이슈가 됐던 프로포폴 관련 사건·사고들의 피의자는 상당수가 성형외과 전문의라서 단순히 ‘비전문의가 프로포폴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프로포폴 과다 처방의 경우 비전문의뿐만 아니라 성형외과 전문의들도 자정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마취사고의 다수가 성형외과 전문의에 의해 빚어진 일들이었다.
 
대학병원에선 미용성형보다 재건에 초점이 맞춰져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수년간 선배의사 아래서 술기를 연마하지 않으면 일반의와 수술 실력은 별반 차이날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환자는 비전문의보다 전문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2017년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성형외과를 방문한 환자 6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7.7%가 ‘비전문의에게는 수술받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직장인 권모 씨(32·여)는 “의료 전문지식이 부족한 환자가 의사의 수술 실력 차이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겠나”라며 “기업이 입사지원자의 ‘스펙’을 참고하듯 환자도 의사의 전문의 여부나 경력 등을 보고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로포폴은 1977년 영국의 화학회사인 ICI가 화학합성으로 개발한 수면마취제다. 페놀기가 붙어있는 화합물로 실온에선 물에 녹지 않아 물 대신 대두유에 약품을 녹여 주사약으로 만들었다. 이 대두유로 인해 탁한 흰색을 띠어 ‘우유주사’로 불리기도 하지만 실제 우유와는 무관하다. 대두유 외에 난황레시틴(계란 노른자), 글리세롤 등이 용매제로 사용된다. 콩류나 계란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기도폐쇄 및 호흡부전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사전에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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