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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비급여 ‘숨바꼭질’ 여전 … 병원급 공개제도 실효성 낮은 이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8-20 17:19:39
  • 수정 2020-09-22 14: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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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페이지 하단 구석에, 발견 어려워 … 영어·전문용어 일색에 일반인은 ‘난감’
병원 홈페이지 하단에 위치해 알아보기 힘든 비급여 서비스 항목
도수치료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마다 비용이 달라 환자에게 자칫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환자가 비급여 가격을 조회할 수 있도록 개별 병원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게시토록 하고 있지만 조회 메뉴가 홈페이지 하단에 매우 작게 표시되는 등 찾아보기 힘들게 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고, 의원급은 진료비가 적힌 책자를 접수 창구나 환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비치해야 한다. 진료기록부 사본이나 진단서 등 각종 증명의 수수료 비용도 게시해야 하며 공개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15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2010년 보건복지부가 곽정숙(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16개 시·도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게시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307개 종합병원을 점검한 결과 276개(89.9%) 종합병원만 홈페이지를 통해 비급여 비용을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비급여 비용을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하는 병원급 의료기관 2637곳을 조사한 결과, 57.7%인 1522곳만 홈페이지를 통해 비급여 진료비용을 환자들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비급여 진료비 비율이 높은 치과병원도 점검기관 중 홈페이지를 통해 비급여 진료비를 게시한 곳은 74.1%로 조사됐다.비급여 진료비를 홈페이지를 통해 의무적으로 알릴 필요가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홈페이지를 활용한 비급여 진료비 고지 수준은 지극히 낮았다.
 
9년이 지난 현재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평원 홈페이지의 경우 병원별로, 질환별로 비급여 가격을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명의 경우 전문적이어서 일반인이 알아보기 어렵다. 같은 무릎관절 수술이라도 쓰이는 수술기법, 기구, 재료, 수술범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주치의가 설명해주지 않는 이상 환자 스스로 가격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병원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2012년 말 실태조사 결과 99.8%가 공개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병원 홈페이지를 조사해본 결과 상당수 병원 홈페이지의 경우 비급여 조회 메뉴가 꼭꼭 숨어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들 병원 홈페이지는 숨은 그림찾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관련 메뉴를 위장·엄폐시켜 놔 이를 이용할 환자나 보호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3단계를 거쳐 비급여 진료비 고지 화면에 접속해도 비용을 ‘검색’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부족하면 구체적인 비용을 찾기 어렵다. 예컨대 한 대학병원의 경우 초기화면에 ‘비급여 진료비’ 항목이 표시돼 있지 않고, 상단 진료안내 메뉴를 클릭하면 ‘검색식’으로 비급여 진료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비급여 조회가 가능한 배너를 달고 검색기능을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내 한 치과의원은 비급여 가격표를 보고 싶다고 하자 사무실에 들어가 한참을 찾은 뒤에야 표를 들고 나왔다. 간호사는 “먼저 비급여 진료비를 보길 원하는 환자가 많지 않고 상담 시간에 따로 말씀드리기 때문에 따로 책자를 만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무늬만 공개이지, 실제 운영방식은 폐쇄적이고 음습하다. 그러면서도 보건당국은 비급여 가격 공개를 대표적으로 잘 한 행정사례로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히 의무 이행 여부만을 확인할 게 아니라 실제 환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지 파악힐 필요가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비급여 가격 공개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부족해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무슨 검사를 받게 될지 모르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환자와 가족이 심평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일일이 가격을 비교해 본 뒤 병원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병원들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시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배너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며 “특히 분류선택에 따른 비급여 항목별 가격 정보를 공개하거나 검색기능을 함께 갖추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환자가 병원간 비급여 가격비교를 할 수 없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며 “최소한 병원간 가격 정보가 비교 가능하도록 분류 형태를 정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에서 진료비 영수증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이 급여와 비급여 항목이다. 급여가 적용되는 의료행위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진료비 일부만 환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다. 반면 비급여는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거나, 신체의 필수 기능개선 목적이 아니거나, 질병 및 부상에 대한 직접적인 진료가 아닌 예방 차원의 의료행위가 포함된다.
 
비급여 의료행위는 환자가 진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데다 병원별로 가격이 달라 오래전부터 논란이 됐다. 예컨대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근골격계질환 치료에 실시하는 도수치료의 경우 최저 3000원에서 최고 50만원까지 최대 166배나 차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급여 진료비가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이유는 개별 의료기관이 심평원이나 보건소에 신고는 하지만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병원장 권한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검사나 수술이 가진 가치뿐 아니라 시설비, 장비비, 인건비까지 반영되기 때문에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일수록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마다 인력, 시설, 장비 등 요인에 따라 차이날 수 밖에 없어 단순한 가격 비교만으로는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인력의 질과 장비가 우수해 가격이 높게 책정됐을 뿐인데, 단순히 가격만 비교할 경우 돈만 밝히는 병원으로 오해받기 쉬워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현행 의료법상 치료 행위가 비급여항목인 질환으로는 단순한 피로, 권태, 주근깨·다모·무모(無毛)·백모증(白毛症)·딸기코·사마귀·여드름·노화로 인한 탈모 등 피부질환, 발기부전·불감증·생식기 선천성기형 등 비뇨생식기질환, 단순 코골음, 질병을 동반하지 않은 단순포경, 검열반 등 안과질환 등이 있다.
 
신체의 필수 기능개선이 아닌 외모개선 목적의 의료행위로는 쌍꺼풀수술·코성형수술·유방확대축소술·지방흡입술·주름살제거술 등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과 이로 인한 후유증 치료, 사시 및 안와격리증 교정 등 안과수술 중 시력개선이 아닌 외모개선 목적의 수술, 저작·발음기능 개선 목적이 아닌 외모 개선 목적의 악안면교정술 및 교정치료, 안경 및 콘텍트렌즈를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 등이 있다.
 
이밖에 국가건강검진 외 자신이 희망해 받은 건강검진, 구취 및 치아 착색물질 제거, 치아교정, 보철 목적 치석제거, 친자확인 진단, 65세 미만 치아임플란트, 마약중독 치료, 다빈치로봇수술 같은 신의료기술 등이 비급여 의료행위에 포함된다.
 
최근 어려워진 병원들의 경영상황은 비급여 진료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가 최근 3년간 제출받은 병원 치료비를 분석한 결과 비급여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3%로 급여 진료비(39.7%)보다 1.5배 많았다.
매년 급여 항목이 늘어나는데도 비급여 진료비 비중이 많아지는 원인은 비급여 진료 건수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연히 과잉진료도 빚어지고 있다.
 
또하나 최근 논란이 되는 게 임의 비급여다.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되지 않아 병원 측이 임의로 비급여 처리하는 진료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학술적으로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최신 의료기술이나 아직 승인되지 않은 약제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최근 진료비 과다청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과잉진료냐’, ‘최선의 진료냐’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의사총연합 관계자는 “임의비급여는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 급여나 법정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돼 있지 않을 뿐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의료행위”라며 “환자가 전액 부담한다는 이유만으로 임의비급여를 무조건 병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 자체 기준에 따라 결정돼 가격차가 크고 형식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비급여 정보의 병원 홈페이지 게시방식을 표준화·구체화할 것을 관계 부처에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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