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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걸음마 뗀 첨단바이오법 … 기회와 위협은?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8-08 07:52:16
  • 수정 2020-09-22 17: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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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속심사·조건부허가 확대로 신약개발기간 3년 단축 … 약사법내 신속허가 질환 범위 변화없어 ‘무의미’ 비판
첨단바이오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임상시험 기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임상연구 범위 제약 등은 개선되지 않아 바이오업계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분위기다.
국내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위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바이오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신라젠 임상시험 중단 등 잇따른 악재로 바이오업계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법안 통과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첨단바이오법은 약사법, 생명윤리법, 혈액관리법 등 통합된 법규가 없어 부분적으로 적용하던 바이오의약품 규제를 일원화하는 법이다. 그동안 품목허가 검증 체계는 약사법의 합성의약품을 기준으로 운영돼 바이오의약품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생명윤리법은 약사법과 더불어 중복 규제인 측면이 많았다. 특히 생명윤리법의 까다로운 생명윤리 및 안전성 검증을 통과해야 해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이런저런 제약이 붙고 종국에는 당초 목표했던 임상 범위가 대폭 축소되는 등 연구개발 분위기가 위축됐었다. 혈액관리법은 바이오 임상연구 실행에서 혈액안전관리 측면에서 세세히 따질 게 많아 연구자에게 부담을 줘왔다.
 
첨단바이오법은 일정한 조건을 갖춘 바이오의약품 심사 및 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심사 유형을 △희귀질환자 치료 확대를 위한 바이오의약품의 우선 심사 △개발사 맞춤형으로 진행되는 단계별 사전 심사 △충분히 유효성이 입증된 경우에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진행되는 조건부 허가 등으로 세분화했다.
 
우선심사는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된 의약품에 한해 다른 의약품보다 빨리 심사가 이뤄진다. 개발사 맞춤형 심사는 개발자가 제품 개발 과정별로 품목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나눠 제출할 수 있으며, 미리 심사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제약사의 바이오의약품 개발 과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해 심사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조건부 허가는 임상적 효과성을 갖춘 의약품이 임상2상 결과만으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임상3상(시판후 안전성 검증) 자료는 제품을 출시한 뒤 제출하면 된다. 그동안 바이오의약품은 무조건 3상을 거쳐야 시판허가가 나왔지만 첨단바이오법이 발효되면 화학합성신약과 마찬가지로 희귀질환치료 등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앞으로는 2상만 마치면 시판이 가능해진다.
 
정부와 업계는 이같은 첨단바이오법에 따른 ‘패스트트랙(Fast Track)’ 도입으로 신약개발 기간이 기존 12년~15년에서 약 3년~5년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가심사 기간도 기존 115일에서 100일로 줄어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법 통과 후속 조치로 8일 ‘임상시험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국내에 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병 환자를 위한 임상시험 신청에 대해 ‘긴급’ 승인절차를 마련키로 했다. 환자 중심으로 임상시험약 치료목적사용 승인절차를 간소화, 시급한 경우엔 신청 후 수일내 임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임상시험 예측성 강화를 위해 5일내 제출자료의 완결성을 확인하도록 ‘예비검토제’를 시행하고, 심사의 일관성과 효율적 심사를 위해 ‘임상시험 심사TF’를 구성, 운영키로 했다.
 
첨단바이오법에 따라 인체세포 배양이 가능한 세포처리시설업체와 인체세포등관리업체를 식약처 허가제로 신규 설정했다. 세포처리시설은 인체세포 등을 배양, 처리, 보관해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기준 시설을 갖추고 줄기세포치료제를 연구해온 파미셀, 차바이오텍 등 기존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수요는 물론 외부 수탁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체세포등관리업체는 첨단바이오의약품 원료인 세포 및 조직을 채취, 수입, 처리, 공급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환자 동의 아래 복지부의 심의를 거친 의료기관이 세포처리시설업체와 인체세포관리업체에서 공급받은 세포치료제로 치료하는 일이 수월해지게 됐다. 또 국내 의료기술로 세포치료가 활성화되면 국내 기술력이 충분함에도 적잖은 비용을 들여 일본 중국 등 외국으로 세포치료를 받으러 가는 ‘원정치료’도 줄어들 전망이다.
 
임상연구는 위험 정도에 따라 승인권자가 다르다.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기관이 임상계획서를 새로 신설되는 심의위원회(가칭, 위원장이 식약처장)에 제출하면 연구 위험도(저·중·고)에 따라 심의절차를 거친다. 저·중등도 위험도라면 심의위원회만 통과하면 연구가 가능하고, 고위험도 연구는 심의위를 거쳐 식약처장 승인을 얻어야 한다.
 
병원이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에 참여할 환자를 모집하며 수익을 추구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에 임상연구 비용을 청구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또 안전성 우려로 장기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식약처가 심의·의결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에 대해선 정부가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첨단바이오법 벌률안 조율 과정에서 허가심사의 신속처리 부분에서 기대했던 질환들이 대거 빠진 데 대해 기존 약사법과 비교해 별반 나아진 게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초 업계는 우선 심사 및 조건부 허가 대상에 △일상기능을 수행하는 데 심각한 지장을 주는 비가역적 질병 △만성·재발성 질병 △발병 후 수개월 내 사망이 예견되는 질병 등에 대해 안전성·유효성을 현저히 개선했거나 희귀질환, 생물테러, 감염병 등과 관련된 의약품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법률안 수정 과정에서 시민단체 및 생명윤리단체, 종교기관 등이 반대해 이들 내용은 대부분 빠지고 △대체치료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 △희귀질환 △감염병으로 축소 조정됐다. ‘인보사 사태’ 영향으로 업계의 희망사항은 축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들 암, 희귀질환, 감염병 등은 이미 약사법에 관련 규정이 있는 것이어서 관련 바이오기업 입장에선 회의적이다.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임상연구 허용은 아예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 제도 시행엔 추가 입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보건의료기술진흥법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을 서둘러야 첨단바이오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다. 식약처 심사인력 부족도 우려 사항이다. 이에 식약처는 현재 350명 수준인 심사인력을 두 배로 보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관련 전문가를 찾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첨단바이오법은 공포 1년 뒤 시행된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법안 통과로 희귀·난치 질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재생의료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는 바이오·제약업계의 기대엔 한참 못 미친다. 바이오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겠다는 현 정부의 선언은 관료의 안일주의, 극성 시민단체의 반대를 위한 반대에 묻혀 헛구호로 그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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