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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 리베이트 공판, 안과 담당 PM “직급 낮아 잘 모른다”며 과거 진술 번복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7-29 14:55:54
  • 수정 2020-09-24 11: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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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매체 Y대표 “광고비를 리베이트에 전용한 적 없다”며 혐의 부인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407호 법정에서 한국노바티스가 의약전문지를 통해 의사들에게 25억9000여만원의 리베이트를 우회적으로 제공한 혐의를 두고 제26차 공판이 열렸다.
한국노바티스가 2011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C모, M모 의약전문지 등 5개 매체를 통해 의사들에게 약 25억9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우회적으로 제공한 혐의를 놓고 진행 중인 26차 공판이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 407호 법정에서 열렸다.
 
서울서부지법(형사5단독)은 한국노바티스 안과사업부에서 마케팅 PM으로 근무했던 H씨와 의약전문지 C매체 대표 Y씨를 증인 신청해 노바티스가 개최한 학술지 편집 좌담회 관련 법적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보기 위한 심문을 진행했다.
 
H씨는 노바티스 근무 당시 E출판사와 학술지 편집 및 발간 업무에 관여했다고 2016년 검찰 조사에서 진술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Y씨는 노바티스로부터 업계 평균 광고비보다 높은 금액을 지급받고 노바티스 법인카드를 양도받아 식대·골프접대·교통비·회식비·자문료 등을 대신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법정에선 H씨가 2016년 검찰 조사에서 검사에게 진술한 내용의 신빙성을 따져 묻는 검찰과 기존 진술내용을 번복하는 H씨간 공방이 이어졌다. H씨는 과거 진술한 내용에 대해 대부분 부정하거나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검찰 측은 증인 H씨에게 한국노바티스 안과사업부에는 마케팅 예산이 20~25억원 정도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1년도에 그 중 6억~7억원이 광고비 명목으로 책정된 부분은 일반적인 사업부 광고비 예산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물었다. 이에 H씨는 “마케팅 예산에는 미디어 광고뿐만 아니라 학회, 홍보용품 구입비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 해당 광고비 금액은 전체 마케팅 예산의 30% 정도로 큰 액수”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 측이 관리자 선에서 광고비 집행에 관한 사항을 인지하고 있으며 예산 사용이 관행적으로 시스템화된 것인지 묻는 질문엔 “관리자 선에선 광고비 집행에 관한 사항을 인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답하며 “직급이 낮은 직원 입장에선 예산 사용 등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약사가 의약전문지에 광고비를 집행한 뒤 그 언론사를 통해 개최하는 좌담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엔 “정책좌담회, 희귀질환 관련 토론회 등을 개최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제가 직접 진행한 적은 없다”며 “특정 의약품 등을 다루게 되면 좌담회의 의미도 퇴색되고 의사도 거부감이 있어 보통 질환을 주제로 개최한다”고 답변했다.
 
검찰 측은 2016년 6월 당시 H씨가 2회에 걸쳐 5280만원 광고비를 지급했다고 진술한 부분과 세부항목 없이 광고비로만 표기됐고 학술지 발행 등에 대한 내용은 기록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자 H씨는 “광고 단가만 기입하고 저널 발행 등 세부내역은 표기하지 않는 것으로 기억한다”며 “제일 막내 직원이었기 때문에 구매견적을 올릴 때 제 이름이 여러번 등장한 것”이라고 답했다.
 
노바티스가 예산 사용내역에 대해 정산할 때 증빙자료에 상세한 정산서도 함께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닌지 묻자 H씨는 “광고 견적 자체가 단가당 개수로 총 금액이 책정돼 해당 예산으로 만든 책자 또는 홈페이지 내 정보를 캡처해서 첨부하는 정도”라며 “좌담회 결과보고서 등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 측은 학술지 편집위원이 노바티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적발되기 이전부터 관리하던 의사들이었고 세번째 학술지 발간부터는 거마비·원고료 지급만을 위한 것이었으며 편집회의 실제 주체는 노바티스 측이라고 2016년 증언한 부분이 맞는지 물었다. 이에 H씨는 “게재할 10가지 논문을 선정하기 위해선 100개 정도를 읽어야 하고 교수 토론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두 번 발간하고 중단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제가 알 수 없는 내용이 많아서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그럼 왜 이같은 내용을 검찰에서 사실인 것처럼 진술했는지 묻자 “일반 좌담회랑 편집회의가 거의 동일하게 운영된다고 생각했다”며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고 증언한 부분이 확정적으로 반영돼 기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이 당시 학술지 편집을 담당한 곳이 E출판사인지, 편집위원장과 편집위원이 누구였는지, 노바티스 광고 후원으로 안과사업부에서 발간한 학술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정말 학술지를 발간한 게 맞는지 추궁하자 H씨는 “담당한 곳이 E출판사인지 다른 곳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당시 주니어 매니저였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검찰 측이 “본인이 담당했던 학술지 관련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압박했지만 H씨는 “관련된 사람이 많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그는 “질이 떨어지는 학술지를 단지 의사에게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다음 증인으로 채택된 C모 의약전문지 Y대표의 증언은 검찰 측의 질문에 모두 부정하는 입장을 피력해 답변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검찰 측은 Y씨가 과거 의약전문지 좌담회에선 의약품 성분명을 표기하기 때문에 제품을 알 수 있고 이는 PPL(간접광고) 성격이 있다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 맞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Y씨는 “맞다”고 말했다. 노바티스는 황반변성치료제인 L제품을 대표적인 안과 의약품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어 광고비를 강연료 등으로 승인한 적이 있는지, 노바티스 담당 PM이 빌려 준 신용카드로 접대비를 결제하고 승인금액을 C사에 제공한 광고비에서 차감하는 행위에 대해 알고 있는지, 관련 증빙서류가 허위로 제출한 자료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Y씨는 “그런 사실이 없고 증빙서류 진위 여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하며 진술을 끝냈다.
 
재판부는 증인 심문 일정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오는 8월 마무리 짓기로 했던 변론기일을 9월까지로 한 기일 연장하기로 했다. 10월 중 피고인 심문을 마치고 구형 및 결심을 진행해 내년 1월에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노바티스는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를 피하기 위해 의학전문지를 창구로 의사를 불법 접대해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2016년 8월 노바티스 전현직 임원 6명, 의약전문지 5곳, 보건의료계 출판업체 1곳 등 관련자 34명을 불구속 기소해 법정에 세웠다. 이 중 대형병원 의사 15명은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받아 법정에 나오지는 않았다. M매체 대표 S씨가 사망하면서 그를 제외한 18명의 피고인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노바티스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근거로 △2010년 이후 노바티스가 (단독) 주최한 RTM(Round Table Meeting)이 급격히 줄고 의약전문지 광고비 집행이 최대 25배까지 늘어난 점 △자사 제품 처방량 등에 따라 의사 등급을 S1~S4로 나눈 뒤 자문료 등을 차등 지급한 점 △학술행사 참석자 섭외부터 접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노바티스가 깊이 관여한 점 등을 꼽았다. 매출액 규모가 비슷한 다른 제약사와 비교하더라도 노바티스가 이들 매체에 지급한 광고비가 유독 많았다고 밝혔다. 의약전문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된 문서에 따르면 매체가 노바티스에 보낸 견적서에 행사 당일 식대·골프접대·교통비·회식비·자문료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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