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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폐암검진, ‘가짜 암환자’ 양성? 진실공방에 혼란 가중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7-11 12:19:16
  • 수정 2020-09-23 16: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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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부·폐암학회 “폐암 조기진단에 도움” … 과잉진단예방연구회 “검진효과 부풀려 여론 호도”
과잉진단예방연구회는 폐암검진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연구가 미국 폐암 코호트연구(NLST) 하나뿐인데 무리하게 폐암 국가검진을 밀어붙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저선량 폐 CT 촬영.
이달부터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국가 폐암검진의 적절성을 두고 보건복지부·대한폐암학회와 과잉진단예방연구회 간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으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가 폐암검진은 만 54~74세 국민 중 폐암 발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실시된다. 고위험군은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흡연자를 의미한다. 갑년은 하루 평균 담배소비량에 흡연기간을 곱한 것이다. 예컨대 30갑년은 매일 1갑씩 30년을 피우거나, 매일 2갑씩 15년 또는 매일 3갑씩 10년을 피운 것을 의미한다. 검진은 기존 컴퓨터단층촬영(CT)보다 방사선 노출이 5분의 1 수준으로 적은 저선량 CT로 이뤄진다. 폐암 검진 대상자는 검진비 11만원의 10%인 1만1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이런 가운데 과잉진단예방연구회는 지난 3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짜 암환자 양산하는 국가폐암검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과잉진단예방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권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부는 국가 폐암검진이 폐암 사망률을 대폭 낮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해외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며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가 폐암검진의 유효성을 입증할 만한 근거를 아직 찾지 못해 국가검진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데, 한국 정부만 폐암검진의 효과를 부풀리고 위험성은 감춘 채 국가검진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회가 공개한 미국흉부학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1000명을 대상으로 폐암검진을 실시한 결과 4명 중 1명은 위양성(음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잘못 나온 경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명 중 1명은 잘못된 검사결과로 불필요한 수술을 받았고, 161명 중 1명은 수술로 인한 합병증을 겪었다. 217명 중 1명만 폐암에 의한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
 
국가 폐암검진을 반대하는 측은 무리한 암 검진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신상원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과잉진단된 가짜 폐암 환자는 불필요한 추가검사와 수술 및 항암치료를 받게 될 수 있다”며 “폐암 검진은 특히 가짜암 진단율이 높아 실제 암이 아닌 환자까지 추가검사, 조직검사, 수술을 받게 만드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연구회에 따르면 금년 7월 기준 폐암검진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거나, 국가가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지만 정작 명확한 임상근거를 입증할 연구자료는 없는 실정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세계 여러 자국의 실정에 최적화한 폐암검진 연구를 수십 년째 지속하고 있지만 한국은 작년에 처음으로 시범사업을 마쳤을 뿐이다. 세계 의학계에서 폐암검진 효과에 대한 격렬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섣부르게 국가가 나서 폐암검진을 강요하는 것은 오판이라는 게 연구회의 입장이다.
 
이재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가 폐암검진은 수많은 흡연자를 대량으로 가짜 암환자로 만들어 국민건강을 해치는 재앙적 정책이 될 것”이라며 “흡연자가 개인적으로 자신이 받게 될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한 뒤 이를 감수하고도 검사를 받겠다면 허용할 수 있겠지만 반강제적으로 국가암검진에 포함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는 세계 최초의 국가 폐암검진이라는 성과에 집착해 국민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폐암검진의 폐암 조기진단 효과가 충분히 입증돼 문제될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2년간 실시한 국내 시범사업에 결과 국내 위양성률은 14.8%로 미국 폐암 코호트연구(NLST)의 27.3%보다 낮았다. 시범사업에 따른 국내 조기폐암 발견율은 69.6%로 일반 폐암환자 20.7%보다 높았고, 양성 판정 이후 진단과정에서 부작용 발생률 0.9%로 미국 NLST 결과(3.4%)보다 낮았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폐암검진은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성이 확인됐으며 비용·효용 평가에서도 경제성을 인정받았다”며 “저선량CT 검사결과 양성 판정이 나오더라도 추가 영상검사로 2차 확인 과정을 거치므로 양성 판정환자가 모두 침습적 검사를 받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판독의사 교육 등 위양성률을 낮추기 위한 질 관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검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과잉진단예방연구회 소속 신상원 교수는 “암검진처럼 중요한 연구는 최소 두 개 이상 대규모 무작위 연구와 이에 대한 면밀한 평가, 최소 2년간의 국제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폐암검진의 효과가 입증된 연구는 미국 폐암 코호트연구(NLST) 하나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폐암검진의 효용성을 두고 의사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암학회와 미국영상의학회는 폐암 검진에 찬성하는 반면 미국가정의학회는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선 대한폐암학회를 중심으로 대한영상의학회, 대한결핵·호흡기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등 주요 학회들이 국가 폐암검진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폐암학회 관계자는 “검진의 득실은 있겠지만 학회 차원에선 30년 이상 흡연경력 등 국가검진 대상인 고위험자는 폐암검진을 받는 게 손해보다 도움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욱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그동안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조기진단율이 낮았고, 선행 연구결과 폐암 원인의 90%가 흡연인 것으로 보고되면서 2015년부터 흡연자 대상 국가검진을 검토해왔다”며 “폐암 조기검진 도입은 암 사망원인 1위인 폐암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폐암검진의 효과성·안전성 논란이 불거지자 의료소비자와 국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흡연자의 폐암 조기진단을 위한 국가건강검진이 비용 대비 효과성이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폐암은 세계 여러 국가에서 부동의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6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만명 당 암 사망률은 폐암이 35.1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간암(21.5명), 대장암(16.5명), 위암(16.2명), 췌장암(11.0명) 등이 뒤를 이었다. 폐암 환자의 5년생존율은 26.7%로 췌장암(10.8%) 다음으로 낮다. 과거엔 흡연이 주요 발병원인으로 꼽혔으며, 최근 미세먼지나 대기오염물질에 의한 발병도 증가하는 추세다.
 
폐암의 사망률이 높은 것은 발견이 늦어서다. 다른 암에 비해 초기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조기진단이 어렵고, 흉부 X-레이로는 병변이 잘 발견되지 않는다. 위암의 조기발견율은 62.2%, 대장암 36.1%, 유방암 58.6%인데 비해 폐암은 22.2%에 불과하다.
 
2010~2014년 폐암의 병기별 5년 상대생존율은 암 발견이 늦어질수록 급격하게 낮아졌다. 암이 폐에 국한돼 발견된 환자의 5년생존율은 61.2%, 림프절 등으로 약간 퍼진 국소전이는 33.7%, 암이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진 원격전이는 5.9%에 그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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