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4일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케이주’ 품목허가 취소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환자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로 환자와 주주, 국민 여러분께 혼란을 끼친 점에 대해 회사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일 인보사케이주 주성분 2액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임에도 코오롱생명과학이 품목허가 신청 당시 2액을 연골유래세포라고 허위 작성했다는 점을 근거로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이 대표는 “인보사는 17년 전 작은 실험실에서 시작된 약으로 바이오 생태계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믿음과 벤처정신으로 탄생한 약”이라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 초기 당시의 수준은 현재의 기술수준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세계 최초라면 완벽한 검증을 거쳤어야 했다는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액 세포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원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과 협력해 중단된 미국 임상 3상을 빨리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임상 3상 신청을 준비 중인 코오롱티슈진은 오는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관련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이날부터 8월 말까지 FDA 직원이 휴가기간이라 제출 일정 조정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 담당 상무는 인보사 투약환자 대상 안전관리 대책 및 진행상황을 발표됐다. 11년간 인보사를 투약한 건수는 총 3853건으로 투약 환자는 향후 15년 동안 장기추적을 하게 된다. 지난 4월 시작한 환자 등록은 현재 1725명으로 코오롱 측은 오는 10월까지 투약환자 전수를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자 안전관리를 위해 전국 주요 지역에 20여개 거점병원 지정, 안심센터 운영, 인과관계 추적관리, 환자소통 간담회 개최 등에 나설 방침이다. 여기엔 700억~8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예정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같은 비용을 지난 1분기 회계에 반영해 약 900억원가량 적자를 기록했다.
유 상무는 “우려가 많은 형질전환세포의 종양원성은 방사선조사로 혈액 내에 성분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암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약처의 권고로 형질전환세포에 방사선을 조사해 종양원성을 완전히 없앤 뒤 출고하고 있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상주하는 외주업체를 통해 환자등록을 지원하고 있으며 환자 문의를 맡을 콜센터도 회선을 확충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코오롱 측이 준비한 환자관리 대책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책임있는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해를 입은 환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예정인지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환자관리 책임에서 보상문제는 핵심사항이 아니다”며 “소송문제와는 별도로 적극적 관리를 해나갈 것”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대응했다.
인보사케이주의 원개발자인 이관희 전 코오롱 대표가 인보사 2액이 연골유래세포도 신장유래세포(GP2-293)도 아닌 제3의 세포라고 주장한 사실을 지적하자 이 대표는 “그분의 의견을 듣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과학자로서 유추해보면 연골세포에 바이러스를 쳐서 형질전환세포를 만드려고 한 것은 맞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면서 “마치 프랑켄슈타인처럼 세상에 없던 세포가 생긴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그는 “국내 허가 신청 당시에는 세포의 유래 명칭을 적어야 해 연골유래세포로 기재했다”며 “기존 세포주를 인용해 쓰려다보니 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제3의 세포라고 이야기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추측했다. 오히려 “사실 이관희 전 대표가 그렇게 말한 배경에 대해 직접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식약처는 이번 인보사 사태를 조사하면서 국내 인보사 허가 다음 날인 2017년 7월 13일 코오롱티슈진이 코오롱생명과학에 보낸 유전학적 계통검사(STR) 결과 메일에 이미 2액이 293세포라는 사실에 대한 검사결과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7년 3월 인보사케이주 임상제품을 위탁생산하는 론자는 STR검사를 진행해 이 결과를 코오롱티슈진에 보냈다.
이 결과 서류는 코오롱티슈진의 사업개발 담당 직원이 세포주 변경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코오롱생명과학과 미쓰비시다나베파마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다나베파마는 인보사의 일본 파트너사로 2016년 11월 코오롱생명과학과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으나 2017년 12월 돌연 이 계약을 취소하고 계약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코오롱 측이 사전에 이같은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심을 받는 것은 지난 3월 STR를 통해 알게 됐다는 회사 측 주장보다 무려 20개월 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코오롱 측은 자료를 전달받은 것은 맞지만 2액 성분이 뒤바뀐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 대표는 “식약처에 인보사 허가가 난 다음 날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미쓰비시다나베가 회의를 했고 미쓰비시다다베 측에서 6가지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며 “2액에 대한 STR 검사는 요청한 자료가 아니었는데 티슈진 직원이 론자에서 받은 자료를 통째로 데이터룸에 올리면서 2액 STR 검사자료도 포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우석 대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코미디같은 일”이라고 자평했다.
또 미쓰비시다나베는 지난 4월 인보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뒤늦게 STR 검사자료를 확인해 계약금 반환소송 관련 중재 사유에 추가했다. 코오롱 측은 이 점을 들어 상호 세포주 변경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한다.
간담회 말미에 인보사 투약 환자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오킴스 엄태섭 변호사가 질문을 하려고 했으나 이 대표는 “기자회견장에서 문답은 적절치 않다”며 성급히 자리를 떠났다.
엄 변호사는 “임상시험은 통계적 근거일 뿐 과학적 근거가 아니다”며 “장기추적하겠다는 환자관리 대책이 또 다른 임상시험에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이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던 코오롱생명과학 직원들은 지난 4월 첫 기자회견과 달리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한 태도로 “변호사가 기자회견장에 장사하러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아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