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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면대약국 문제해결 …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7-01 00:30:53
  • 수정 2020-09-24 10: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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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국 개설 수법 다양화·대형화 … 특사경 도입 및 처벌규정 강화 노력 지속해야
약사면허를 대여해 약국을 개설하는 면대약국 문제를 두고 정부와 약업계가 해결방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연계가 의심된다며 적발한 면허대여 약국(면대약국)에 대해 약 1200억원의 부당이득 환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던 면대약국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지만 확실한 근절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한진칼의 자회자로서 다각적인 영리사업을 펼치는 정석기업 이사인 원모 씨, 류모 씨가 약사 이모 씨 명의로 인하대병원 인근 정석기업 별관 1층에 약국을 개설·운영했다는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지난 4월 8일 타계한 고 조 회장은 원모 씨와 이 모씨 등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약국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망자라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원모 씨와 류모 씨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춘천지법에 제기했다. 행정소송은 현재 휴정 상태로 1심 형사재판 판결이 나온 뒤 속계될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1심 형사재판 후 부당이익 환수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면대약국은 적발이 어렵다. 정황상 의심할 만한 증거가 많아도 갈수록 복잡하고 교묘해지는 수법들을 정확하게 집어낼 수 없어서다. 가장 고전적인 수법은 약사가 아닌 사람이 자본을 대고 약사가 면허를 대여해 약국을 개설하는 형태다. 주로 약국 운영이나 유통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제약·유통업계 관계자인 경우가 많다. 면허를 빌려준 약사는 이들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초보자인 사례가 많다. 가장 흔하게 적발되는 사례다.
 
최근엔 적발되는 개설 유형이 다양해졌다. 약사 1인이 여러 개의 면대약국을 개설하는 경우, 병·의원 의사가 약사를 고용해 개설하는 경우, 도매상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활용해 특정지역에 개설하는 경우 등이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자본력을 앞세워 약국을 개설하려면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법망을 피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서울의 임모 약사는 “요즘 약사면허를 대여할 땐 차용증을 쓰고 합법적으로 고리의 이자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매상이 개입하는 경우 약국 건물을 직접 매입한 뒤 임대료를 받는 사례도 들어봤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의 한 약국은 지난해 30억원 규모의 채무를 갚지 않아 부도처리됐다. 이 중 A도매상이 가지고있는 채권이 20억원이 넘는데 개설 약사는 이 채무를 해결하지 못해 중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국은 도매상이 직접 인수, 운영해 버젓이 면대약국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확증이 없어 아직도 영업 중이다. 이 병원 인근의 한 약사는 “도매상 면대약국은 경영이 부실해질 경우 도매상이 채무를 약사에게 떠넘기게 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꼬집었다.
 
과거 아산병원 인근 약국들의 과다한 호객행위가 문제됐을 때도 면대약국으로 의심받는 곳들이 이를 조장한 장본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대형병원 앞 문전약국은 보통 임대료가 비싸고 조제 건수가 많아 직원이 여럿 필요하다. 그렇다보니 직접 상가를 소유하지 않은 약국의 경우 수입 대비 실제 이익이 크지 않다. 조금만 손님을 뺏겨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약국을 재력 있는 약사나 도매상이 인수해 과당경쟁에 나서다보니 호객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아산병원 앞에는 병원서 약국까지 불법 셔틀버스를 운영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본력에 밀려 조제건수가 줄어들면 곧 끝이라는 절박감도 느껴진다.
 
지역 약사회 차원에선 이들을 견제할 뾰족한 묘수가 없다. 자체적으로 감시활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인데다 우회적으로 고발할 수 있는 명목도 무자격자 판매, 난매, 호객행위 등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것들이다. 면대약국과 관련된 당사자와 주변 네트워크가 끈끈하게 연결돼 명확한 물증을 잡기는 사실상 어렵다. 면대약국으로 의심할 수 있는 단서는 좋은 자리를 선점한 높은 임대료의 약국에 고령 또는 약대를 갓 졸업한 약사가 개설자로 나선 경우지만 어디까지나 단서에 그친다.
 
송파구 약사회 관계자는 “상권이 좋은 약국에선 도매상이 결탁해, 그렇지 않은 지역에선 무자격자 또는 병의원과 결탁해 면대약국을 개설하는 추세”라며 “약국의 운영주체가 약사가 아닌 자본가들이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불법개설기관 환수결정 및 징수현황’을 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사무장병원이나 면대약국으로 적발된 요양기관은 1531곳이었다. 이들이 올린 부당이득 환수금은 2조5490억원 수준이지만 실제 징수금액은 1712억원으로 징수율은 6.72%에 그쳤다.
 
적발기관 중 139곳인 9%가 면대약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수금액(고지금액 기준)은 약 4267억원이지만 이 금액의 약 30%는 고 조양호 회장의 면대약국 논란이 된 인하대병원 문전약국(1200억원 추정)이 차지한다. 지난해 말까지 면대약국 환수금액에 대한 징수율은 4.12%에 불과해 적발 이후 추징금 환수도 사실상 어려워 실효성 없는 대책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지난해 면대약국 전담반을 구성하고 면대약국 조사에 나섰다. △처분 전력이 있는 약국 △메디칼빌딩 내 개설 약국 △대형마트 입점 약국 △대형병원 인근 문전약국 등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해 50개 중 28개의 면대약국을 적발했다.
 
우병욱 공단 의료기관지원실장은 “요양기관 현지조사는 진료비 부당청구 데이터가 객관적으로 나와 적발률이 90%에 이르지만 면대약국과 사무장병원등은 자금흐름을 파악할 권한이 없어 가능성만으로 조사해야 해 적발률이 50~60%로 낮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출됐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엔 건강보험공단에 특수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수사 권한이 없어 혐의 입증이 어렵고 정식 수사를 의뢰해도 평균 11개월 이상 소요되는 게 현실”이라며 “특사경의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한다면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약사법·의료법·의료기사법·응급의료법·영유아보육법·사회복지사업법·노인복지법·국민영양관리법·장애인복지법·장사법·국민건강증진법·공중위생관리법 등 12건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전문자격자의 ‘면허 양도 알선’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약사·한약사(약사법), 의사·치과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조산사·안마사(의료법) 등의 면허대여자 및 대여알선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정부와 국회가 면대약국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준비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법망을 피해 새로운 형태의 약국개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더 강력한 제제방안이 필요하다는 약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전체 약국 대비 추정되는 면대약국 수가 많지 않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일선 약사가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약국 운영의 주체가 환자들을 돌보는 약사에서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본가로 바뀌면 여러 부작용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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