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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약국으로 영역 넓히는 키오스크 … 현장선 반응 엇갈려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6-24 18:16:31
  • 수정 2020-09-24 12: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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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병원선 부정적 인식에도 보편화 성공 … 일반약국 활용도 따라 성패 갈릴 것
POS 업체인 하나시스가 약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크레소티에 공급하는약국용 무인 키오스크
진료비 무인수납·처방전 발행 등 환자 편의를 위해 설치한 ‘키오스크(KIOSK)’가 대형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보편화된 데 이어 약국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병원 키오스크 설치와 관련해 문전약국 등 인근 약국에선 긍정적 평가보다는 불만과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됐다.
 
홭자개인정보의 유통에 대한 환자동의 여부의 법적 모호성도 해결되지 않은 데다가 특정 약국으로 환자쏠림이 가속화되고 호객행위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대다수 약국들이 키오스크를 꺼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오스크는 효율성·정확성 등을 기반으로 약국업무를 분담하고 약사가 조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키오스크는 ‘천막’이나 ‘현관’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Kushk’에서 유래한 단어다. 이를 투르크인이 차용해 ‘쾨쉬크(Kosk)’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차츰 Kiosk로 변화했다. 오스만투르크의 7대 술탄 메흐멧 2세가 1453년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킨 뒤 수도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에 지은 ‘타일 쾨쉬크’가 유명하다. 20세기 전후 서양인이 공원에 휴식을 취하거나 음악 공연용으로 개방형 시설물을 설치하고 이를 키오스크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도심 길거리나 역 등에서 신문·음료를 파는 간이판매대나 소형 매점을 가리키는 말로 보편화 됐다.
 
현재는 무인기기로서 정보를 제공하는 터치스크린 단말기를 지칭하는 단어로 변화했다. 키오스크는 글로벌 쇼핑몰 기업인 아마존, 일본 편의점 업계 등이 ‘완전무인매장’ 완성을 위한 첫 과제로 선정해 도입에 나서며 세계적 바람을 일으켰다. 국내에선 2014년부터 패스트푸드 업체를 중심으로 점차 보편화돼 유통·서비스 업종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로 높아진 인건비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식당 등 소규모 점포에서 설치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보다 한참 앞서 국내 대형병원에서는 자동수납·처방전 발급 등에 키오스크를 활용했다. 서울아산병원(당시 서울중앙병원)은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0년 8월부터 키오스크를 병원 여기저기에 설치했다. 환자수가 많은 데다가 주변에 약국이 한참 떨어져 있어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전엔 번호표를 뽑고 무작정 기다려야 했던 환자들이 키오스크를 통해 결제를 하고 빠르게 약국으로 이동해 처방약을 받을 수 있도록 병원 서비스문화가 달라졌다.
 
그러나 키오스크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대형병원과 문전약국 간 갈등 요인이 됐다. 대형병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약국 입장에선 환자를 분산시키는 키오스크 설치가 달갑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멀리 위치한 약국은 적극적 홍보 또는 환자 이동편의(셔틀버스 등) 제공을 통해 키오스크로 더 많은 환자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갈등 사례가 지난해 10월에야 키오스크 운영을 시작한 인천성모병원이다. 이 병원은 키오스크 도입에 수년간 실패를 반복했다. 키오스크 도입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문전약국 간 내홍이 해소되는 데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 찬성하는 약국이 늘어나 도입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관련 문제점이 상존한다.
 
병원 내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처방전을 특정 약국으로 전송하면 보통 200~300원 남짓 수수료가 부과된다. 환자가 많이 선택하는 약국일수록 처리하는 조제건수가 많지만 수수료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 또 병원 키오스크에서 특정 약국을 선택한 뒤 환자가 다른 약국으로 가버리는 경우에도 키오스크에서 선택한 약국에 수수료가 부가된다. 이에 병원 정문과 가까운 약국은 참여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이 병원 인근의 한 약사는 “키오스크로 처방전을 전달받은 약국에서 약을 미리 준비해놓고 환자가 안오는 경우 수수료만 납부하는 사례가 빈번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한 명이라도 더 유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하기 싫은 건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양대병원은 2009년 키오스크 사용을 돕는 도우미가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유도한다는 문전약국의 반대에 키오스크를 철회했다가 2016년 재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성동구약사회가 극력 반발한 결과다. 이 병원은 같은 해 키오스크 설치 대신 스마트폰 처방전인 레몬헬스케어의 ‘엠케어’를 도입했는데 이 사안에 대해서도 인근 약국에서 문제를 제기해 갈등을 겪었다. 당시 약국들은 이 시스템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인정하면서도 스마트폰 활용도가 떨어지는 환자에게 앱 설치를 도와주는 도우미가 다시 등장해 특정 약국 선택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다. ‘엠케어’는 병원예약, 전자처방전 발급, 보험료청구 등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병원 키오스크는 운영비의 일부를 키오스크 등록비 명목으로 약국에 요구할 수 있고, 선택 순위 상위에 올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병원의 재량이다. 복수의 약국만 등재시키면 돼 병원에서 특정 약국 몰아주기나 약국 길들이기 용도로 활용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한양대병원 사례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총 40여개 주요 대형병원에서 키오스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약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여파와 신속한 환자 조제를 위해 약국 전용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곳이 늘고 있다. 처방전 접수, 신속한 약제비 본인부담금 결제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다. 주로 대학병원 앞 대형 문전약국을 중심으로 점차 이보다 규모가 적은 약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약국 키오스크를 제작하는 업체로는 크레소티, 온라인팜, 더베스트페이, 유비케어 등이 꼽힌다. 렌탈 형태로 출시한 제품이 주를 이루고 월 임대료는 10~20만원 선이다.
 
약국 키오스크 설치에 대한 약사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키오스크 도입에 부정적인 약사들은 키오스크가 필요할 정도로 붐비는 약국이 많지 않고 대체할 수 있는 업무도 단순 처방전 접수 정도여서 임대료 대비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고가 부족하거나 미등록 의약품에 대한 대체조제의 경우에도 처방전대로 접수 및 결제 처리가 되면 오히려 수정하는 업무가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린다. 또 사람이 하는 조제업무를 기계가 대체한다는 인식이 깔리면 전문성과 직역이 훼손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서울시 서초구 P약사는 “약국 키오스크가 얼마나 효율적일지 의문”이라며 “단순 결제하는 소매업이 아닌 의약품을 다루는 약국이라 키오스크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업무 특성상 비용 대비 효과로만 유용성을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견에 반해 경기도 성남시 K약사는 “키오스크는 노인, 장애인 등이 사용하기 불편한 점이 있고 비용도 더 들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약사가 조제에 집중할 수 있다”며 “안전성을 높이고 절약된 시간만큼 환자와 한마디라도 더 이야기해 알찬 복약지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키오스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졌던 약국가가 약국 키오스크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는 가운데 관련 기술은 계속 진보하고 있다. 약국업무 특성상 급격한 변화는 어렵지만 환자와 약사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기술은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채택될 전망이다. 일반 약국에서 키오스크가 보편화되기 위한 안전성·효율성 등이 보장된다면 도입 활성화가 먼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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