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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금알 낳는 LED마스크 시장? 효과 사실 무근, 과장광고 주의보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6-23 22:58:51
  • 수정 2020-09-24 13: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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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기기 아닌 공산품, 인증기준 없어 … 안전성·효과성 근거 부족에 소비자 피해 우려
뷰티가전 ‘LED마스크’ 시장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는 LG전자의 ‘프라엘’(오른쪽)과 셀리턴의 ‘셀리턴’
경제불황에 소비심리가 위축됐다지만 ‘LED마스크’는 100만원 내외의 고가에도 큰 히트를 이어가는 뷰티가전의 대표주자로 얼굴을 내밀었다.
 
뷰티가전은 얼굴 등 신체 피부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기로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진동 안면마사지기, 진동 클렌저 등 종류가 다양하다. 지난해 국내 뷰티가전 시장 규모는 약 5000억원으로 2013년 약 800억원 대비 6배 이상 성장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017년 글로벌 뷰티가전 시장규모를 약 35억달러(약 4조원)로 추산했다.
 
LED 마스크는 인체에 이로운 적합한 파장대의 빛을 쏴 스킨케어 효과를 보도록 만들어진 기기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발견한 LED 빛이 피부 진피층까지 침투해 콜라겐을 활성화고 피부 속 엘라스틴 형성에 도움을 준다는 게 관련업계 주장이다.
 
LED마스크가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피부과에서 받는 피부관리를 가정에서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소비자 관심을 끌어서다. 하루에 10~20분 착용으로 주름개선과 미백효과를 볼 수 있다는 광고도 한몫했다. 이같은 관심으로 초기엔 고가의 기기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중저가 브랜드가 가세했고 화장품·의료기기 업체가 앞다퉈 진출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는 형국이다.
 
평균 판매가는 10만원~200만원으로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도 외모관리에는 투자하려는 심리는 위축되지 않거나 오히려 반등해 매출도 계속 증가한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SNS 후기 등으로 가정에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홍보돼 하나씩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제품의 질적 관리보다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저렴한 수입제품도 속속 등장하지만 마땅한 법규가 없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우선 LED마스크는 의료기기가 아니다. 그러나 광고에 나오는 각종 효능은 ‘주름·피부톤 개선’을 내세워 마치 의료기기로 착각하게 한다. 거의 모든 제품은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게 아닌 일반 가전기기로 공산품에 속한다. 대중이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수준에서 제작되기 때문에 병원에서 사용하는 기기 수준의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 의료기기로 허가받기 위해선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과 부작용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요구하는 통과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적응증에 대한 치료적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각 제품은 부작용이 없는 선에서 효율성·안전성을 고려하게 돼 실제 효과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판매업계 관계자 이야기다.
 
1위 제품인 LG전자 ‘프라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Class II’ 인가(Cleared)를 받은 의료기기다. LED 광원을 사용하는 가정용의료기기(OTC)로 등록됐다. FDA는 제품 위험도에 따라 3가지 등급(Class I·II·III)으로 분류하는데 위험도가 가장 낮은 게 ‘Class I’이다.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의료기기는 ‘Class II’ 등급 이상부터다. 그러나 국내서는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으로 유통되고 있다.
 
LED마스크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제품시험 및 공장심사를 거쳐 안전성을 입증받지만 화재·감전 등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정도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의료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꼬집었다.
 
이들 업체가 제시하는 자료엔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정식 인증받은 의료기기와 동등한 수준의 임상시험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임상시험 규모가 객관성·보편성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거쳤다는 임상시험 항목은 대략 보습력, 피부진정, 진피치밀도, 탄력, 피부톤 밝기 개선 정도다.
 
LG전자의 프라엘은 2017년 6~7월 성인 여성 26명을 대상으로 P피부임상연구센터에서, 셀리턴의 ‘셀리턴’ 제품은 2018년 2~4월 20~60대 여성 20명을 대상으로 E피부과학연구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각 연령대별로 나누면 많아야 5명씩 참여한 꼴이다. 보통 의료기기가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받고 허가에 이르기까지는 수년의 시간과 수백명의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임상시험군에 대한 내용은 관련 홍보자료나 기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또 참여자의 사전 피부상태나 임상적 특이점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임상시험 결과 문제없음’, ‘임상시험 결과 개선 확인’ 정도의 문구를 사용하기 위한 실험 정도로 보인다. 의료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임상규모 및 방법 등에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상시험 통과’라는 문구를 보고 신뢰여부를 판단하는 소비자에겐 빈약한 정보로 스스로 실험하고 스스로 안전하다고 인증한 셈이다.
 
이는 사용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조사한 결과에선 응답자의 54.0%가 “집에서 하는 관리만으로 드라마틱한 피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문항에선 64.1%가 “피부관리기 기술이 안전한 것인지 의심된다”고 응답했다.
 
부작용 경험 사례도 적잖다. 소비자시민모임이 201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사용자의 11.0%가 사용 후 부작용을 겪었다. 주요 증상은 가려움(54.5%), 홍반(52.7%) 등이다. 최근 안구 관련 보호제품이 부속품으로 포함돼 시력저하 등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효과가 크지 않고 각 개인의 상태에 따라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LED램프 개수, 마스크 디자인 등이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될 뿐 효과를 내걸고 홍보하는 제품은 없다. 마치 LED개수가 많으면 효과가 좋을 것 같은 기대감을 심어줄 뿐이다. 고난도 첨단기술이 필요치 않다는 이야기다.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 새로운 경쟁자는 계속 등장하지만 특별한 효과를 나타내는 제품은 없다보니 관련 업계는 광고·마케팅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품보단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이미지화에 나섰다. 이 제품군 1위인 ‘프라엘’은 이나영, 2위인 ‘셀리턴’은 강소라, 후발주자 ‘엘리닉’은 이하늬 등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각각 ‘이나영마스크’, ‘강소라마스크’, ‘이하늬마스크’라는 별명을 앞세워 시장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선 이 제품군 광고에 대해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의료기기가 아닌 제품이 치료적 효능·효과과 있는 것처럼 광고하면 규제대상에 포함될 법적 근거가 있다. 최근 공기청정기 업체가 세균·바이러스 등 각종 병원균을 제거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과장광고라는 판정이 내려진 것처럼 LED마스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LG전자 프라엘은 ‘동안피부’ 광고에서 35세 여성이 자신의 피부를 10년 전 피부같은 동안이라고 멘트했는데 실제 모델은 만 27세로 밝혀졌다. 논란이 일자 당시 LG 측은 광고를 수정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치료효과를 내세워 마치 의료기기인 것처럼 멋대로 광고해선 안 된다”며 “규제를 교묘하게 피하면서 소비자 지갑을 털고 있는 만큼 더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뷰티가전 등 미용기기류는 식약처 관리 대상이 아니다”며 “향후 사이버조사단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단속에 나설 예정이며, 심의내용과 다른 광고가 노출되면 식약처 홈페이지 등에 신고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LED마스크는 간단한 기술로 만들었지만 광고 내용에 부합할 효과성을 갖추지 못한 게 사실이다. 큰 이점이 없고 오히려 잘못 사용하면 위험성이 존재한다. 제대로 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가정에서 피부과에서 관리를 받는 것처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과장광고에 가깝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광고내용에 현혹돼 지갑을 열고 있다.
 
뷰티가전에 대한 마땅한 감독은 부재하고, 광고내용만 제제할 수 있지만 아직은 모니터링마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 의료기기와 경계가 모호한 뷰티가전이 산업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고, 소비자도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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