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3~4% 인상한 데 이어 올 상반기 중 1.4~1.6% 추가 인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험료 인상의 주원인이 일부 한방 병·의원의 ‘과잉진료’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계와 의료계는 한방치료의 경우 첩약, 침, 물리치료 등 비급여 항목이 많은 데다 표준진료지침이 없어 과잉진료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7년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급증과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약 1조5558억원으로 2014년 대비 9.3% 증가했다. 진료비 상승 원인의 대부분은 한방진료비였다. 2017년 자동차보험의 한방진료비 증가율은 32.7%로 양방진료비 증가율(3.8%)의 8.6배에 달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의 인기로 한약 처방이 감소해 재정 상황에 빨간불이 켜진 한의학계가 교통사고 환자 치료를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인식, 물리치료실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방병원 관계자는 “‘교통사고 환자 환영’ 등의 문구로 광고하는 한의원이 예전보다 많아졌다”며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치료비를 전혀 내지 않고 침은 물론 탕약까지 자동차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4월 추나요법이 급여화되면서 자동차보험료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이나 다른 신체 부위를 이용해 척추와 관절을 밀고 당겨 잘못된 자세나 외상으로 어긋나고 비틀린 척추·관절·근육·인대 등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치료법이다.
급여화에 따른 추나요법 수가는 단순추나가 2만2332원, 전문추나(복잡추나)는 3만7716원, 특수추나는 5만7804원으로 결정됐다.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50%의 본인부담률이 적용된다. 다만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과 척추관협착증을 제외한 근골격계질환으로 복잡추나를 받을 땐 본인부담률 80%가 적용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 한방 추나요법의 자동차보험 단일수가는 1만5307원이었다.
의료계와 보험계는 추나요법 급여화에 따른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추나요법 청구 진료비는 742억원으로 전년 대비 49%가량 늘었는데, 추나요법 급여화로 수가가 최대 4배 가까이 올라 진료비가 더 급증할 것”이라며 “추나요법, 한방약침처럼 안전성과 임상적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행위의 무분별한 보험 적용은 환자에게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자동차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환자 본인부담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보험사는 한방병원들이 단순추나면 될 질환을 수가가 1.7배가량 높은 복잡추나로 과잉진료할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추나요법 급여화 시범사업 당시 2017년 3~8월 15개 한방병원의 추나요법 청구 건수는 전문추나가 4만2877건으로 단순추나의 1만3242건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에서도 복잡추나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추나요법의 과잉진료를 통제하지 못해 보험금 지급이 늘면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추나요법의 과잉진료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자 정부는 최근 추나요법의 자동자보험 진료비 인정 횟수를 교통사고 건당 20회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진료 수가(진료비) 기준 변경 안내문’을 공개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추나요법의 시술횟수를 일방적으로 제한해 교통사고 환자의 소중한 치료권이 박탈당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단순추나를 복잡추나로 유도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로 법적으로 처벌하면 될 일”이라며 “추나요법은 안전성과 임상효과를 인정받아 건강보험이 적용됐고 적정수가까지 인정받았는데 단지 과거보다 수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이유로 의료계와 보험계가 우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한의협은 추나요법 횟수를 제한한 것에 대한 행정소송과 대규모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