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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집합소 약국 … 줄일 수 있는 방법은?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6-03 10:59:00
  • 수정 2020-09-24 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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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체재 전무·소포장 일반화·관행적 과다처방 등 원인 꼽혀 … 친환경소재 개발·재활용 노력 필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제약업계서도 관련 규제 및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기업인, 연예인 등 유명인의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제약업계에선 지난 월요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이 캠페인에 동참해 가수 이승기와 수지를 릴레이 후계자로 지목해 화제가 됐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환경오염을 넘어 지구의 생태계를 위협할 만큼 넘쳐나면서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각계 각층에서 이뤄지고 있다.
 
제약계도 플라스틱 사용이 많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유리병에 담긴 물약이나 드링크를 제외하면 의약품,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등 취급하는 거의 모든 품목이 플라스틱 병 또는 포장재를 활용하고 있다. 약국에서 조제한 약도 종이 대신 지퍼백 같은 비닐 약봉투에 담거나 많을 경우 큰 비닐봉투에 쓸어 담는다. 질병치료와 인류건강을 지향한다는 약국에서조차 환경과 인체에 유해한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일반 플라스틱 용기와는 달리 의약품 포장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은 검증받은 소재를 쓰고 있다. 제품 안으로 미세플라스틱이나 기타 유해성분이 스며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되는 소재의 범위도 한정적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하얀색 약통이나 PTP포장(압박포장)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단순히 절약 차원으로 접근하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정부는 2003년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33㎡(약 10평) 이상의 면적을 갖춘 도소매 점포는 1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흐지부지 시행되다가 지난해 4월 서울 등 각 지자체에서 본격적인 단속에 나섬에 따라 최근엔 약국 등 거의 대부분의 도소매 업체가 준수하는 상황이다.
 
대한약사회는 2017년 3월 제약사에 공문을 보내 약국에 제공하는 비닐봉투를 친환경 생분해로 제작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원가상승을 이유로, 또 한번 제작하면 계속해서 제공해야 하는 관행을 우려해 아직 이런 요청에 총대를 멘 제약사는 나서지 않고 있다.
 
게다가 생분해성 비닐은 일반 비닐에 비해 찢어지기 쉬워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반론도 나온다. 결국 약사나 약국 종업원들은 비닐봉투를 무상 제공할 수 없는 까닭에 고객에게 먼저 일반 비닐봉투가 필요한지 물어보고 최대한 적게 소진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를 일일이 물어보고, 또 짜증내는 고객을 응대하기에 적잖은 감정노동이 소모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비닐봉투보다 더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플라스틱 약제 용기를 꼽을 수 있는데 정작 약사단체나 우리 사회를 이를 간과하기 일쑤다. 예컨대 물약병, 시럽을 따라먹는 소포장 용기, 주사제 포장틀, 정제·캡슐 약통, PTP포장약, 연고캡 등에 플라스틱이 상시적으로 쓰인다.
 
이와 관련,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주사제 앰플 포장용기에 종이 틀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과도한 플라스틱 용기가 소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포장 생산 물량을 줄이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는 약사 회원의 지배적인 의견을 반영, 소포장 다량 생산을 선호하고 있어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더욱이 약국 종사 약사의 60%에 육박하는 여성 약사는 손이 작고 악력이 약해 시럽약병 같은 경우 소포장을 적극 선호하고 있다. 이에 코오롱제약의 유소아 콧물감기약 ‘코미시럽’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1000㎖ 대용량 대신 500㎖ 소용량으로 대체된 상황이다. 또 약국에서는 근처 병의원에서 소량 처방되는 약일 경우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포장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은 보관상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검증된 소재인 플라스틱을 대신할 대체재가 아직 없고 제조단가 측면에서도 플라스틱이 가장 경제적이라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성의 반대급부는 환경오염이다. 안전한 만큼 폐기과정에서 환경오염을 가중시킬 소지는 일반 플라스틱보다 환더 클 수밖에 없다. 대다수 약국에선 약통을 다른 플라스틱과 별도로 분리수거하기가 불편해 한번에 같이 버리는 실정이다. 따라서 재활용 비율은 낮아지고 소각 시에 유해물질이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같은 물리적 요인 외에 적정 사용량을 넘는 과도한 약 처방 관행도 플라스틱 남용을 부추기고 있다. 여전한 제약사의 리베이트 영업과 제네릭 과다생산은 플라스틱 과소비를 유도하고 이는 약국의 무수한 불용 재고와 잦은 반품으로 이어져 세상에 빛을 보지도 못하고 소각장으로 들어가는 플라스틱 용기를 초래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약국 및 제약사 등이 플라스틱 감소를 위해 사용한 용기를 회수하도록 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용기를 개발하도록 장려 또는 강제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365약병’을 개발해 화제가 된 인천의 황재일 약사는 아직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는 없기 때문에 재활용에 무게를 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 약사가 개발한 약병은 플라스틱 소재이지만 최대 7일간 요일별로 복용 날짜를 알려주는 표식장치를 한 방영구적인 형태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는 “한번 가져간 약통을 환자가 다시 가져와 담아 달라고 부탁한다”면서 “약통 재활용이 플라스틱 용기 줄이기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친환경 용기 소재를 개발하고 관행으로 굳은 불필요한 의약품 오남용을 규제해야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환자가 먹는 의약품에 영향을 덜 주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안전한 소재가 나와야 한다. 약국용 플라스틱용에 대한 재활용 시스템도 활성화해야 한다. 이는 제약바이오산업이 미래먹거리를 창출하는 주도산업으로 리더십을 보이는 일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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