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유한양행·옥시래킷벤키저 독식구도 변화 없어 … 아시아·북미 유병률 높아져 글로벌 수요 증가
제산제 시장 규모가 매년 줄어들어 지난해 매출 순위 8개 제품 매출액의 합이 2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제품으로 편중된 쏠림 현상도 기존 점유율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조사 대상 8개 제품 매출액 합은 약 194억9000만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제품을 대상으로 한 총 매출액은 2016년 213억9000만원, 2017년 202억3000만원으로 지속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시장 감소는 옥시래킷벤키저의 ‘개비스콘더블액션현탁액’(성분명 알긴산나트륨·탄산칼슘·탄산수소나트륨) 판매가 가습기살균제 수습 과정에서 엉성한 사과와 소극적 태도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탓에 전체 제품 판매량 감소를 겪으면서 매출이 줄어든 게 원인이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경쟁 제네릭 의약품 판매 실적도 동반 감소해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출시된 개비스콘은 국내시장에서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단기간에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돌풍을 일어켰다. 2012년엔 출시한 ‘개비스콘더블액션현탁액’은 개비스콘의 브랜드 가치에 힘입어 이 브랜드 전체 매출 신장에 기여했다.
2014년엔 개비스콘더블액션현탁액 제네릭 제품도 속속 출시돼 알긴산나트륨을 성분으로 하는 제산제 시장 경쟁이 시작됐다. 당시 △영진약품 ‘바로스콘더블액션현탁액’ △셀티스팜 ‘겔비스톤현탁액’ △한국콜마 ‘뮤날스더블액션현탁액’ △SK케미칼 ‘게스벡터더블액션현탁액’ △광동제약 ‘다이스콘듀얼액션현탁액’ △일동제약 ‘가스피스더블액션현탁액’ △일양약품 ‘노루모듀얼액션현탁액’ 등 7종의 제품이 시장에 선보였고 이후 △국제약품 ‘개비트론더블액션현탁액’ △유한양행 ‘윌로겔더블액션현탁액’ △동국제약 ‘위스콘더블액션현탁액’ 등 추가 제품이 쏟아졌다.
하지만 개비스콘의 매출은 2015년 100억원 이하로 떨어져 2016년 40억원 이하로 반토막이 났다. 결국 개비스콘으로 성장했던 제산제 시장이 개비스콘 때문에 감소하는 꼴이다.
2018년 매출액 기준 선두는 보령제약 ‘겔포스엠현탁액(성분명 인산알루미늄, 수산화마그네슘 복합제)’이 차지했다. 2016년, 2017년 모두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전통적 강자 지위를 유지해왔으나 2018년엔 1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이 제품은 매출액이 매년 6억~12억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매년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이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의 ‘알마겔에프현탁액(성분명 알마게이트 Almagate)’은 매출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 제품은 2016년 약 3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매년 증가해 2018년 약 43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기존 출시 제품인 ‘알마겔’과 알마겔에프는 급여품목에 해당돼 비급여 품목인 비교 제품군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처방 제품 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급여 일반약으로 오랜기간 높은 선호도를 유지하고 있다.
옥시래킷벤키저는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개비스콘듀얼액션(성분명 알긴산나트륨, 탄산수소나트륨, 탄산칼슘)’은 2016년 약 38억5000만원을 기록하며 2위 자리를 지켰으나 2017년과 지난해 각 33억원 정도로 매출이 감소해 3위에 머물렀다. 시원한 느낌을 주는 개비스콘 페퍼민트현탁액도 2017년 매출이 5억원에서 3억7000만원으로 줄어 이 회사의 실적 정체는 지속될 전망이다.
개비스콘의 정체로 제네릭의약품인 대원제약의 ‘트리겔현탁액’과 일양약품의 ‘노루모듀얼액션현탁액’은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 하반기에 출시된 ‘트리겔현탁액’(성분명 건조수산화알루미늄겔 Dried Aluminum Hydroxide Gel·수산화마그네슘 Magnesium Hydroxide·옥세타자인 Oxethazaine)도 출시 이후 매년 100% 이상 성장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 약 8000만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2018년 약 5억3000만원으로 늘었다. 옥세타자인은 위산을 분비하는 가스트린의 분비를 억제하는 진경·진통 및 국소마취 효과가 있는 성분으로 속이 쓰린 데다가 위통증까지 호소하는 소비자를 유인하는 키포인트가 되고 있다.
‘노루모듀얼액션현탁액’도 2016년 매출액이 1억5000여만원에서 지난해 4억40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
같은 성분인 유한양행의 ‘윌로겔듀얼액션현탁액’과 JW중외제약의 ‘위엔젤더블액션현탁액’은 각각 5억7000만원, 1억1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 올린 5억8000만원, 1억3000만원 대비 약간 감소했다.
제산제 시장의 매출 추이를 보면 겔포스엠과 개비스콘, 알마겔과 같이 시장에 안착한 제품과 조금씩 성장하는 제품군, 시장 진입이 어려운 제품군 등으로 나뉘는 양상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TV광고 등을 통해 오랜 기간 구축된 기존 제품 이미지를 격파해야 신제품이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약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인 만큼 최근 활성화된 고함량 비타민B군 복합제처럼 약사 대상 복약지도 등을 활용하는 판매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작아지는 국내 시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해외 제산제 액제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2025년 전세계 제산제 시장규모가 79억1000만달러(약 8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가벼운 속쓰림 증상에 진료보다는 자가치료로 대응하는 추세가 늘고 있고, 소아 및 고령층 환자가 쉽게 복용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은 데다가 아시아·태평양 및 북미지역 유병률이 늘고 있오 시장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제약사가 해외시장 개척을 고려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