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가 결국 허가취소 처분을 받으며 그동안의 해명이 모두 거짓인 게 들통나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증명자료가 허위사실로 밝혀졌고 이에 대한 근거를 소명하지 못해 28일자로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형질전환세포(TC)인 2액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돼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비교대상을 바꿔치기한 뒤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며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고 세포주가 신장유래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2액(TC)이 인체연골세포(HC)인 1액과 같은 연골유래세포임을 증명하려면 ‘1액’과 ‘2액’의 단백질 발현양상을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식약처가 2액의 최초세포를 분석한 결과 신장유래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유전자(gag·pol)가 검출됐는데 지난 17일 실시한 코오롱 측의 재현시험에서도 이 유전자가 검출되면서 이전 제출자료가 거짓임이 명확해졌다. 즉 신약허가신청 서류 제출시 1액이 엄연한 신장유래세포임에도 불구하고 연골유래세포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로 오류를 감춘 채 허가서류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코오롱 측은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고 인보사케이주에서 신장유래세포가 발견돼 자진 판매중단 결정을 내렸다며 스스로 책임지는 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조차 단지 조성이 바뀐 것일 뿐 효과와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세포치료제의 효과는 동일한데 과도하게 검증하는 것 아니냐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여 공분을 샀다. 기자회견 직후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회사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은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게 됐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인보사케이주를 투여받은 환자에 대한 대책 마련과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의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제조에 사용된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이유를 입증할 일체의 자료를 지난 14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회사 측은 식약처의 대응을 의식한 듯 향후 15년간 투여 환자에 대한 안전성 장기추적조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국민의 시선을 돌리는 자세를 취했다.
이 치료제의 허가 취소 결정에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파마가 코오롱 측에 제기한 기술수출 계약 취소와 계약금 반환 소송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6년 코오롱은 미쓰비시와 총 5000억원에 달하는 일본 내 기술판권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으나 2017년 임상시료 생산처 변경에 대한 사항 및 변경된 시료를 사전 승인받아야 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개시 조건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파기를 당했다. 현재 250억원 계약금 반환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인 이 사태에 대해 당시 코오롱 측은 절차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코오롱이 내놓은 임상결과와 실제 나타난 효능 간에 큰 격차가 벌어지는 점이 계약 파기의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후 코오롱 측은 미쓰비시 측의 일방적 계약 파기에 의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이번 조사 과정에서 2017년 3월 코오롱 측이 인보사가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에 기초한다는 걸 이미 알고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자신도 몰랐다고 주장해왔던 코오롱 측의 주장이 모두 허위였음이 들통난 것이다.
국내 식약처 허가과정에서도 주효능으로 홍보해왔던 ‘골관절 재생’과는 거리가 먼 통증 완화 등을 1차변수로 설정해 승인을 받아 ‘비싼 진통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에 식약처는 인보사가 구조개선이 아닌 증상개선을 위한 치료제라고 해명하고 넘어갔다. 실제로 인보사는 무릎 통증·기능성·활동성지수(IKDC, International Knee Documentation Committee), 통증시각척도(VAS, visual analog scale) 등이 위약군 대비 높다는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허가절차를 얼렁뚱땅 넘어갔다.
골관절 재생 관련 기전을 설명한 약리효과(유효성)를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오히려 코오롱 측은 여론전을 펼쳐 식약처나 약사심의위원회 평가위원의 불쾌감을 자극했다. 코오롱 측은 신속심사(패스트트랙)제도를 활용해 식약처의 허가가 임박한 것처럼 여론을 조성하고 식약처가 유효성 미비로 허가를 보류 또는 거절하려 하자 식약처가 국내 바이오기업의 신약개발 의지를 꺾고 있다는 식으로 당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인보사 신약허가 회의에 참석한 한 약심위원은 “인보사가 진통제 두 알이면 충분할 약효로 신약허가를 받은 것은 문제라고 몇몇 위원들이 지적했음에도 신속허가를 통해 신약개발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허가가 나온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를 확약해놓고 뒤늦게 허가를 안 내주고 있다며 ‘뒷담화’하는 등 코오롱 측의 여론전은 저열했다”고 비난했다.
환자단체 및 시민단체는 인보사 허가과정에서 약심위원이 코오롱에 우호적인 인사로 교체된 점이 석연찮고, 식약처도 이를 방조한 점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관련자의 문책과 감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형질전환세포가 보유한 종양원성과 관련해 환자의 우려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신장유래세포는 안전성 문제로 의약품 원료로 사용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 FDA의 권고에 따라 방사선을 조사해 세포사멸 확인 출고시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관련 선례가 없는 만큼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은 오랜기간 불안감 속에서 생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에선 식약처 및 환자단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발당하고 해외에선 미쓰비시다나베, 먼디파마 등 이미 계약을 체결한 제약사로부터 위약금을 청구당하는 사면초가 위기에 빠지게 됐다.
이같은 비윤리적 기업 경영에 대해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돌연 사퇴했다. 이 회장은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검은 목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청년 이웅렬’로 돌아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겠다는 선언을 남겨 화제가 됐다.
하지만 퇴임 직후 이 전 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 차명 주식 38만주를 보유했다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자본시장법과 독점규제법, 금융실명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검찰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5000만원을 구형받았다. 보유 금액은 지난 3월 기준 약 340억원에 달한다. 퇴직금으로 411억원도 챙겼다. 이 전 회장은 양도소득세 납부 회피 목적으로 차명 주식 4만주를 차명 상태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7회에 걸쳐 매도하고 소유상황 변동에 대해 신고하지 않아 기소됐다.
2015년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가 급등하며 가장 차익이 많이 났던 시기로 2015년 2월27일 최저 2만662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7월31일 19만4807원으로 5개월만에 약 7.3배 상승했다. 하지만 28일 현재 기준 주가는 최고점 대비 약 87% 하락한 2만5500원을 기록하며 현재 거래정지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보사케이주’ 품목허가 취소 결정에 대해 “어떤 경우라도 의약품 사용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기초하는 만큼 윤리와 과학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임했어야 하나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통렬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이와 유사한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되고 연구개발과 인허가 과정은 윤리적이고 과학적이며 투명해져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