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이사회에서 7번째로 ‘EU 화이트리스트’(GMP 서면확인서 면제 국가)에 등재돼 의약품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EU 화이트리스트는 유럽으로 원료의약품을 수출하는 국가에 대해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운영현황을 직접 평가해 EU와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되면 원료의약품 수출 시 요구하던 GMP 서면확인서를 면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EU는 부정·불량·위조 의약품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EU 비회원국으로부터 원료의약품 수입시 제조처에 대한 해당 국가 정부의 의약품제조품질인증(GMP) 서면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번 등재로 한국 제약사가 서류절차를 줄이면 수출 소요시간이 약 4개월 이상 단축되는 효과를 얻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등재는 “국내 원료의약품 GMP 운영체계나 국내 제약사의 원료의약품 품질이 EU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제약 선진국과도 동등한 수준임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한국은 스위스, 호주, 일본, 미국, 이스라엘, 브라질에 이어 세계 7번째 등재국이 됐다.
이번 등재는 2014년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harmaceutical Inspection Co-operation Scheme, PIC/S) 가입에 이어 다시 한 번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PIC/S는 의약품 GMP의 국제기준을 수립 및 주도하는 유일한 국제협의체다. PIC/S 가입 후 수출액은 2014년 24억400만달러에서 2018년 46억6600만 달러로 94%상승했다.
EU는 미국 다음으로 의약품 시장규모가 크고 국내 의약품 수출액의 31%를 차지한다. 의료보장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제네릭 의약품을 확대하고 있고 국내 제약산업에서 제네릭 의약품의 원료의약품 비중이 높아 관련 업체에겐 수출확대의 호재가 될 전망이다.
김영옥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장기적으로 제네릭의약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를 비롯해 아세안 시장으로 국내 제약업계 진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허가제도 등 각국 비과세 장벽 해소에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논평을 통해 “한국 식약처의 EU 화이트리스트 등재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인 유럽에 대한 국산의약품 수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며 “국가신인도 향상과 국내 제약산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재확인한 쾌거”라고 환영했다. 이어 “화이트리스트 등재를 계기로 제약산업이 국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미래주력산업으로 자리잡도록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