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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거부권 달라는 의사들, ‘환자 가려받기’ 우려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4-30 00:07:14
  • 수정 2020-09-28 09: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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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폭행, 故 임세원 사건, 낙태죄 위헌판결 등 도화선 … 환자단체 ‘과잉입법’ 주장

태아의 생명을 제손으로 절대 지울 수 없다며 한 산부인과 의사가 진료거부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엔 “낙태시술을 하라고 한다면 저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스스로 산부인과 의사라고 밝힌 글쓴이는 “신비롭게 형성된 태아의 생명을 제 손으로 지울 수 없다”며 “산부인과 의사에게 낙태시술에 대한 진료거부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 청원은 30일 현재 3만5000여명이 지지했다.
 
지난 11일 헌재는 1953년 제정된 이후 66년 동안 유지된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와 정부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자동 폐지된다.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대체입법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수술에 대한 진료거부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생명인 태아를 죽일 수 없다는 개인적·종교적 신념이 주된 이유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고 낙태 진료거부권 요구방침을 세웠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서울산부인과)은 “지금도 산부인과 전문의 중 70%가 개인적 신념에 따라 낙태를 하고 있지 않다”며 “낙태가 국민의 기본 권리가 아닌 이상 의사 개인의 신념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부권이 없으면 ‘낙태가 합법화됐는데 왜 안 해주느냐’며 고발하는 환자도 생길 수 있어 진료 거부권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모 건강에 위험한 상황, 즉 의학적 낙태는 허용해야 하지만 사회·경제적 이유 같은 비의학적 낙태는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비의학적 낙태는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의학적 낙태에 대한 거부권이 없으면 낙태수술을 하고 싶지 않은 전공의들이 산부인과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국내 산부인과는 대가 끊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낙태시술을 원하는 의사에게만 따로 교육시켜야 한다”며 “낙태가 가능한 병원이나 의사를 소개하는 것은 산부인과 의사가 아닌 국가가 나서서 해줘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진료거부권은 응급실 전공의 폭행, 의사 상해 등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꾸준히 제기돼왔다가 작년 연말 임세원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하던 조현병 환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진료거부권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요구가 빗발치자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월 11일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유 8개를 담은 의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의료법 15조 1항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8개 사유는 △의료인이 질환 등으로 진료할 수 없는 경우 △의료기관의 인력·시설·장비가 부족한 경우 △예약된 진료일정으로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난이도가 높은 진료행위에 필요한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다른 의료인이 환자에게 먼저 시행한 투약·시술·수술 내용을 알 수 없는 경우 △환자가 의료인의 진료행위에 따르지 않거나 의료인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진료행위를 요구하는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위력으로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방해하는 경우 △의학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서 계속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포함됐다.
 
환자단체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진료거부권이 ‘환자 가려받기’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는 “의사가 환자 폭력으로 피해를 입으면 다른 환자들이 진료받지 못한다는 점은 우리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미 진료실에서 폭행·협박을 하면 형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으로 처벌이 가능한데 진료거부권까지 부여하는 것은 과잉입법 아니냐”고 말했다.
 
의사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진료거부권을 의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겠다는 뜻으로 오해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진료거부권은 의료인을 보호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최선의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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