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지키기 위한 고함량·활성 비타민B군 복합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매출 확대를 위한 제약사 간 경쟁도 가열되는 상황이다.
활성비타민의 효능을 강조하며 쟁점이 된 게 활성비타민B1 성분인 벤포티아민과 푸르설티아민 중 어떤 게 우월하느냐는 것이다. 제약사들은 대체로 푸르설티아민은 피로회복 효과에 무게를 두고, 후속 신규 성분인 벤포티아민은 피로회복 외에 통증완화, 염증억제, 노화방지, 두뇌보호 등에 방점을 두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활성비타민B 복합제 시장을 이끈 일동제약은 ‘아로나민골드’의 푸르설티아민 함량이 50㎎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를 ‘엑세라민’ 시리즈를 내놨다. 엑세라민의 경우 푸르설티아민이 50㎎, ‘엑세라민 엑소B’ 100㎎ 들어 있다. 이들 제품의 지난해 매출은 70억5300만원으로 2017년 66억4200만원 대비 약 6% 성장했다.
최근엔 모 약사가 유튜브에서 아로나민골드의 성분 종류가 6가지에 불과하고 함량도 낮아서 1일 2회 섭취해야 한다며 가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고 맹공하자 이를 무마시키는 데 전사적으로 대응하느라 진땀을 빼는 소동이 벌어졌다.
일동제약의 주력 상품인 엑세라민 엑소B는 활성비타민 제품 중 B1, B2, B3, B5, B6가 모두 100㎎으로 가장 많이 함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주력상품을 아로나민골드에서 엑세라민 엑소B로 옮기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후발제품은 기존 제품과 차별하기 위해 푸르설티아민이든 벤포티아민이든 기본 50㎎ 제품의 두 배인 100㎎을 투입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성공적인 게 종근당의 고함량 비타민 제품인 ‘벤포벨’이었다. 의약품 시장·데이터분석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 자료에 따르면 벤포벨은 지난해 58억3800만원을 판매해 2017년 매출액인 33억8600만원 대비 약 72% 성장했다. 전년 대비 가장 매출이 급신장한 제품으로 튀어올랐다. 2016년 출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덕분이다.
벤포벨은 벤포티아민 함량이 100㎎이다. 비타민B1 외에 구내염·피부염을 완화하는 비타민B2·B6·B12 등도 각각 100㎎ 들어 있다.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코엔자임Q10, 이노시톨, 아연, 비타민C·D·E 등 총 16가지 성분을 함유해 한 알만으로 1일 영양소 권장량을 섭취할 수 있다.
고함량 활성비타민제에서 매출액 선두를 달리는 제품은 대웅제약 ‘임팩타민’이다. 이 제품은 임팩타민 외에 연령·증상별 5종(케어, 프리미엄, 실버, 파워, 파워에이플러스)이 추가돼 총 6종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2018년 290억1700만원의 매출을 올려 2017년 235억4500만원보다 약 23% 판매가 늘었다.
지난해 3월 첫 출시된 ‘임팩타민 케어’는 체내 호모시스테인 농도 개선에 도움된다는 점을 내세워 출시 첫 해에 18억42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호모시스테인은 음식물로 섭취하는 아미노산 중 메티오닌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데 이 수치가 높으면 혈관을 손상시켜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제품은 혈관건강 개선과 대사성질환 예방·관리에 도움되는 비타민B6·B9·B12가 1일 최대 함량으로 들어 있다. 비타민B9·B12는 호모시스테인을 메티오닌으로 전환시켜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를 낮춘다. 비타민B6는 호모시스테인을 항산화효소인 글루타치온(Glutathione)으로 전환시킨다. 혈관 석회화를 억제하고 인슐린저항성 개선하는 비타민K도 함유하고 있다. 벤포티아민 등 필수 비타민B군 8종이 고함량 들어 있어 피로회복에 도움된다. 임팩타민케어엔 벤포티아민이 100㎎, 임팩타민프리미엄엔 50㎎이 들어 있다.
임팩타민 라인업을 이끄는 제품은 ‘임팩타민 프리미엄’으로 비타민B군 10여종, 비타민C·E, 셀레늄 등 항산화 성분 및 UDCA를 한번에 섭취할 수 있어 가장 인기가 좋다. 지난해에만 223억4700만원어치를 팔았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일반의약품 7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원료값 상승 등으로 제조단가가 높아져 오는 5월부터 가격을 약 15% 인상할 예정이다. 이에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GC녹십자는 2012년 출시한 ‘비맥스’ 시리즈가 꾸준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출시 후 5년간 미디어 광고없이 입소문과 약사 추천 등 방법으로 매년 3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여 화제가 됐다. 이 제품은 2017년 63억5000만원에서 2018년 72억1700만원으로 약 14% 매출이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의 판매량은 20~40대 학생과 직장인을 겨냥한 ‘비맥스 액티브’와 이보다 고함량 활성비타민인 ‘비맥스 골드’가 차지한다. 이들 제품에는 비타민 B군 4종(B1·B2·B6·B12)과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비타민D가 하루 최대 섭취할 수 있는 용량만큼 함유됐다. 면역력 강화와 비타민B군 대사를 촉진하는 아연, 항산화와 노화방지를 돕는 셀레늄도 들어 있다. 액티브는 34억800만원, 골드는 22억4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벤포티아민 함량은 둘 다 50㎎으로 동일하지만 골드는 .아연·셀레늄·마그네슘 등 중년층에 필요한 성분이 더 들어 있어 차별화된다.
고함량 제품이면서 마그네슘 함유로 눈 떨림, 근육경련 증상을 완화시키는 ‘비맥스 리퀴드’도 지난해 80% 성장하며 기반을 다지고 있다. 녹십자는 최근 연질캡슐 제형으로 만들어 체내흡수율을 높이고 벤포티아민을 50㎎ 넣은 ‘비맥스 엠지액티브’도 출시햇다. 이에 비맥스 본 제품 외에 골드, 액티브, 비비, 리퀴드, 에이스 등 총 6종의 제품을 보유하게 됐다.
한국다케다제약의 ‘액티넘’은 총 매출액이 약간 감소했다. 액티넘은 60년 넘게 일본·아시아 지역에서 판매 중인 ‘아리나민(Alinamin)’의 국내 상품명으로 전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비타민B 제품으로서 피로회복에 통증개선도 가능한 프리미엄 비타민이라는 포지셔닝으로 국내 론칭 3년만인 2017년에 100억원 매출을 이뤄냈다. 그러다 작년엔 89억29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쳐 오히려 약 11.6% 감소했다. 2017년 출시된 ‘액티넘이엑스골드’는 판매가 증가했지만 2015년 출시했던 ‘액티넘이엑스플러스’의 판매가 줄어든 탓이다. 이에 올해부터 동화약품이 액티넘의 판매를 담당하면서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이들 제품엔 다케다가 자체개발한 활성형비타민B1인 푸르설티아민과 활성형 비타민 B6, B12, 엽산과 비타민E를 포함하고 있다. 푸르설티아민은 각각 36.4㎎ 들어 있어 함유량이 적은 편이지만 원료의 순도가 높다는 게 다케다 측의 설명이다.
액티넘이엑스골드에는 고함량 비타민 B12인 ‘메코발라민(Mecobalamin)’ 1500㎍이 독보적으로 들어 있다. 또 자체 개발한 푸르설티아민을 원료로 한 2건의 임상연구에서 액티넘은 눈의 피로와 목·어깨 결림 등 다양한 통증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다케다는 소비자에게 고함량 활성비타민B의 역할을 알리고 약사의 복약지도에 도움을 주기 위한 사이언스마케팅(Science Marketing)을 진행하는 등 특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한양행 ‘메가트루’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2017년 94억8100만원에서 2018년 113억3400만원으로 20% 가까이 늘었다. 메가트루 파워 신규 출시와 메가트루 포커스·액티브 판매 증가가 매출 증대를 이끌었다.
메가트루 파워는 경쟁사 제품과 마찬가지로 벤포티아민이 100㎎ 들어있다. 여기에 비타민B2·B6 각 100㎎, B3·B5·UDCA 각 30㎎이 포함됐다. 고함량 영양제 복용으로 위장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타민K도 추가됐다. 이 제품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돼 단기간에 14억원 이상 판매됐다. 메가트루는 2012년 첫 출시된 이후 골드, 포커스, 액티브, 파워 등을 추가로 출시해 총 5개 제품군을 가지고 있다.
제약업계는 활성형 비타민B1의 대표 성분은 벤포티아민과 푸르설티아민을 내세우고 B2, B6, B12, UDCA, 칼륨, 셀레늄, 마그네슘 등 신진대사 활성 및 신경계 기능개선, 당뇨병 예방, 간기능개선 등에도 효과를 표방하는 성분을 추가해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 사례로 신규 제품은 수술 전·후 환자의 병후회복, 여성, 수험생, 노인 등으로 타깃층을 세분화해 공략하는 추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웰빙 욕구는 강화되고 있으나 바람직하지 않은 식습관과 일상화된 과로 때문에 건강을 소홀히 한다고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최적의 비타민제로 이를 충족시키려는 니즈가 꾸준히 판매량도 그에 맞는 세분화된 제품군의 출시도 덩달아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의 G약사는 “비타민제 구매층은 크게 빠르고 효과 좋은 피로회복제를 찾는 부류와 기존 멀티비타민보다 자신에게 맞고 성분이 우월한 제품을 장기복용하려는 부류로 나뉜다”며 “고함량 활성비타민군 제품은 이런 수요자의 니즈와 공급자의 마케팅이 맞아떨어지는 접점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