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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건강보험 확대, ‘진료비 삭감’ 공포에 떠는 의료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3-22 09:32:25
  • 수정 2020-09-23 00: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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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10월 급여화 뇌MRI, 애매한 기준탓 과잉진료 판정 우려 … 의료쇼핑族 증가도 문제

뇌질환을 의심할 만한 신경학적 이상증상이나 검사상 이상소견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의 요구로 뇌 MRI를 촬영하는 것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늘리고 비급여 진료를 축소하는 ‘문재인케어’로 자기공명영상(MRI) 비용이 대폭 경감된 가운데 일선 병·의원들이 모호한 정부 기준으로 인한 급여 삭감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8일 올 상반기부터 안면, 부비동, 목 부위 MRI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보험 적용 대상과 수가는 의료계와 협의해 결정될 예정이다.

환자 및 시민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만성 경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 환자인 최모 씨(42)는 “그동안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MRI를 찍자는 말만 들어도 덜컥 겁이 났는데 건강보험 혜택이 늘면 비용 부담 없이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의료계는 “대상 부위 중 목은 경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이나 거북목증후군 같은 목 부위 질환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통증이 나타나기 쉬운 부위인 데다 단순 근육통인 경우도 많아 의료기관이 자칫 진료비 삭감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MRI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함께 대표적인 진료비 상승 원인으로 꼽혔다. 비급여 항목이라 병·의원이 가격을 자체적으로 책정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병원 규모 등에 따라 진료비가 최저 10만원에서 최대 80만원까지 8배나 차이났다. 암, 심장병, 뇌혈관질환, 회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 환자만 보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이 중 뇌질환의 경우 뇌종양, 뇌경색, 뇌전증 등이 의심돼 MRI검사를 받아도 중증 뇌질환으로 확진되지 않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검사비 전액을 부담해야 했다.

그러던 중 문재인 정부가 비급여 진료를 줄이고 건강보험 혜택을 늘리는 ‘문재인케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지난해 10월 1일부터 뇌 MRI에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됐다. 이전과 달리 뇌질환이 의심되는 신경학적 이상증상이 나타나거나, 신경학적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나와 뇌혈관 MRI검사를 받으면 질환이 ‘있고 없음’과 무관하게 혜택을 볼 수 있다. 다만 뇌질환을 의심할 만한 신경학적 이상증상이나 검사상 이상소견이 없는데 마음이 불안한 환자의 요청으로 뇌 MRI를 촬영하는 것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보험이 적용됐을 때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기존 38만~66만원의 4분의 1 수준인 9만~18만원 정도다.

급여 대상 질환은 △뇌혈관질환 △중추신경계 탈수초성질환 △중추신경계 감염성 및 염증성질환 △중추신경계 자가면역(면역이상) 질환 △이상운동질환 및 중추신경계 퇴행성질환 △신경계의 기타 선천기형 △치매 △뇌전증 △뇌성마비 △두부손상(저산소성 뇌손상 포함) △기타(수두증·자간증 및 전자간증·안면경련·삼차신경통·두개골조기유합증·성장호르몬결핍증·중추성조발사춘기·중추성 요붕증) 등이다.

뇌혈관질환에 대한 MRI에 급여가 적용된 이후 진료현장 곳곳에선 MRI를 찍어보겠다는 환자와 이를 말리는 의료진이 실랑이를 벌이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진료비 삭감에 대한 병·의원들의 부담감에서 비롯됐다.

의료계는 급여 확대로 MRI 촬영건수가 늘수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삭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뇌질환 MRI의 경우 보건당국은 뇌질환을 의심할 만한 신경학적 이상증상으로 두통, 어지럼증, 의식불명, 기억장애, 실신, 언어장애, 행동장애, 시각장애, 안구운동장애, 근력저하, 감각이상, 보행장애, 구음장애, 삼킴곤란, 경련, 발작, 박동성 이명, 안면마비, 이상운동 등을 고시했다. 문제는 두통과 어지럼증은 뇌질환 외 다른 신체부위 이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H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은 기저질환 없이 스트레스, 피로, 수면부족 등으로 발생하는 1차성 두통인 경우가 많고 뇌질환이 아닌 부정교합, 턱관질환, 치통 등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 있어 무턱대고 MRI를 촬영했다가 과잉검사로 판정돼 진료비가 삭감될 수 있다”며 “‘문재인케어’로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더 엄격한 잣대로 과잉진료 여부를 심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일선 병원들이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뇌질환을 의심할 만한 신경학적 이상증상이나 검사상 이상소견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의 요구로 뇌 MRI를 촬영하는 것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라 무조건 MRI를 찍어달라고 우기는 환자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MRI의 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고가의 진료를 받는 의료쇼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MRI나 CT검사 비용이 저렴해지면 ‘질병의 조기진단’이라는 목적은 일부 달성할 수 있겠지만 의료쇼핑족(族)의 증가로 자칫 병·의원이 과잉진료의 온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쇼핑은 이미 한국사회의 주요 문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2011~2016년 보건의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구 한 명당 1년간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14.6회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6.9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반대로 MRI 급여 확대가 영상검사의 질 향상에 도움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대한영상의학회 관계자는 “MRI 검사가 급여화되면 영상판독의 표준화, 판독소견서 강화 등을 이끌어 장기적으로 환자에게 더 나은 영상검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상반기부터는 MRI 외에 소장, 대장, 항문 등 하복부 및 비뇨기 초음파검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초음파검사는 지난해 4월 이후 간·담낭 등 상복부 부위에 한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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