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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개선,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2-15 20:03:17
  • 수정 2020-09-20 16: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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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계 입장 반영했지만 국내외업체 모두 조건충족 어려워 … 신약개발 활성화 위한 현실적 대안 세워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해 3월 26일 서울 광화문 청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시행되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선 이 제도의 국내 제약사 우대조항이 삭제되고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졌으나 결과적으로 국내외 제약사 모두 해당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는 임상시험, 연구개발(R&D) 투자 등 국민보건 향상에 공헌한 치료제의 약가를 우대하고 등재기간을 단축해 신약개발을 활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3월 이뤄진 한미FTA 개정협상에선 미국 측이 이 제도가 국내 제약사에만 특혜를 주고 있다며 수정을 요구했고 한미FTA 재협상에서 관련 제도를 개정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7일 해당 제도의 개정내용을 담은 ‘약제의 요양급여대상 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지난 12월 31일 원안대로 시행토록 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약가우대를 받기 위해선 기업·제품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기업요건은 필수의약품 수입·생산(WHO 지정 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정 중 택1)이며 공급의무 위반, 리베이트 제공이 적발된 제약사는 제외한다.

제품요건은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 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 포함) 없음 △생존 기간의 상당한 연장 등 임상적 유용성 개선 입증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혁신신약지정(BTD) 또는 유럽의약청(EMA)의 신속심사(PRIME) 적용 △희귀질환 치료제 또는 항암제 등이다.

이 개정안에 대해 제약업계는 신약개발 육성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관련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했다. 한국의 약가는 글로벌 시장의 약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약가가 낮으면 수출 시에 신약가치를 높게 책정받기 어려운 국내 제약사의 사정을 감안해 정부는 2016년 7월 신약을 개발하면 대체 약제의 최고 가격보다 10%까지 약가를 우대하고 대체제가 없는 약은 외국의 비슷한 치료제와 약가를 비교해 높은 가격을 책정해주는 약가우대제도를 시행했다. 이를 위해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하고 국내 임상시험 수행 등의 조건을 적용해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선 혁신형 제약기업에 유리한 조건이 모두 삭제됐다. 국내에서 전공정을 생산하고 외국계 제약기업과 공동연구를 해야 하는 조항도 없어졌다. 개정안의 제품요건과 같이 국내가 아닌 무조건 해외에서 허가를 받아야만 약가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됐다. 국내 신약개발 활성화를 위한 취지와는 사실상 거리가 멀어졌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이 제도로 약가우대를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제약바이오를 지목했지만 제도는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사실상 미국측의 요구에 굴복한 개악”이라며 “신약에 대한 약가우대를 통해 국내 R&D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국민보건향상 등을 꾀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를 담보하는 연구개발, 국내 임상 수행 등의 관련 조항이 전면 삭제됨으로 인해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제약사에 대한 특혜라며 제도개선에 목소리를 높여 온 외국계 제약사는 또 다시 개정안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이번 개정안이 비현실적 대안이라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희귀질환치료제 또는 항암제로 조건을 한정하는 등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신약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존재하지만 활용할 수 없는 사문화된 우대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제약사들의 반응에 대해 국내 제약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활성화를 위해 생긴 제도를 없애라고 주장했던 외국계 제약사가 새 기준에 반발하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제약업계의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국내외 기업간 실력차가 뚜렷한 상황에서 개정안 조건이 똑같이 적용된다면 어떤 약이 나올지 모른다”며 “우대조항 내용이 변경된 것일 뿐 사문화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을 수 없으며 약가우대제도는 살아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제약사가 모두 약가우대제도를 사실상 활용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미국제약협회(PhRMA)는 올해 한국을 ‘스페셜 301조’에 따른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난 12일 보냈다.

스페셜 301조는 미국 통상법 상 지식재산권 보호조치가 미흡하거나 외국기업의 시장접근을 방해하는 국가를 선정해 우선협상대상국, 우선감시대상국, 감시대상국으로 분류한다.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되면 USTR은 해당 국가에 대한 조사를 30일 이내에 시작하고 적절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보복조치에 나선다. 지난해에도 미국 제약협회는 USTR에 동일한 내용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는 4월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국내 제약사를 위한 우대조항은 삭제되고 해외에선 제도를 통해 외국계 제약사에 유리한 조건을 수용하라고 압박받는 형국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지정하고 일자리창출과 기술강국 도약의 디딤돌로 삼겠다던 정부의 정책방향과는 반대로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는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의욕을 꺾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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