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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당뇨렌즈 상용화, 올해는 가능할까?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2-14 20:36:39
  • 수정 2020-09-20 16: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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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력 갖춘 기업들 국내 허가 기대감 높아 … 판매·유통 등 세부기준 세워야 혁신

구글(Google)이 노바티스와 함께 개발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모식도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진단부터 약물투여까지 간편하게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는 당뇨렌즈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 관련 업계의 개발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관련 규제완화를 위한 담당 상설조직을 마련하고 융복합제품 출시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국제당뇨연맹(IDF)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세계 당뇨병치료 관련 의료기기 시장(20~79세)은 7270억달러 규모에 육박하고 이 중 혈당체크기기 시장은 14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혈당측정 방식인 당화혈색소 검사는 혈액을 채취해 진행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 및 당화혈색소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를 위해선 두가지 항목 검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당화혈색소 수치가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당뇨렌즈는 혈액이 아닌 눈물로 당을 체크하고 혈당 상태에 따라 약물이 자동으로 투여되는 첨단 의료기기다. 근시·난시 등 시력교정은 기본이고, 안구의 움직임으로 렌즈에 충전되는 동력도 얻을 수 있다. 초소형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와 광검출기가 장착된 이 렌즈는 착용한 뒤 눈을 감으면 혈관 속에 있는 당화혈색소를 빛으로 분석·진단한다. 환자의 눈물 속에 있는 당 농도를 측정해 혈당 수치가 올라가면 렌즈표면의 코팅이 녹아내리면서 약물이 투여된다. 질환관리의 편의성·효율성을 모두 개선해주는 획기적인 기술인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당뇨렌즈를 포함한 전체 스마트 콘택트렌즈 시장은 향후 4년간 10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금까지 미국의 구글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당뇨렌즈 개발에 나섰으나 획기적인 기술인 만큼 상용화를 위한 기술 확보가 쉽지 않다.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해 아직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눈물 등에서 정확한 포도당량을 측정하는 것은 인슐린 투여량을 결정하는 기준이 돼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9월 가장 오랜 기간 당뇨렌즈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구글의 자매회사인 베릴리(Verily)는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베릴리와 노바티스의 안과진료사업부 앨콘(Alcon)은 혁신연구 발굴기업인 구글X가 2014년 디자인한 이 스마트렌즈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연구를 추진해왔다.

베릴리 측은 “기술·생물학적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의료기기로 활용될 수준의 눈물 포도당과 혈당 측정에서 충분한 일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당뇨렌즈를 포기하고 노안용 콘택트렌즈 및 백내장 수술 후 시력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인공수정체를 개발하고 있다.

선도적으로 당뇨렌즈 개발에 나선 구글이 중도하차하면서 국내 업체가 세계 최초 당뇨렌즈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4개 업체 정도가 당뇨렌즈를 주력 제품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장웅 울산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팀·변영재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이정현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등이 공동으로 당뇨병 예방·진단이 가능한 ‘무선스마트콘택트렌즈(wireless smart contact lens)’를 개발했다. 이 렌즈는 내부에 장착된 센서가 눈물속 포도당을 감지해 LED가 켜지면 ‘정상’, 꺼지면 ‘혈당이 높다’고 나타내 혈당 확인을 가능하게 했다.

화이바이오메드, 인터로조, 포항공대(포스텍)가 공동으로 광진단기술을 활용해 개발 중인 당뇨렌즈는 정부의 ‘월드클래스300(World Class 300)’ 과제로 선정돼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품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신상배 화이바이오메드 연구소장은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제품수율이 70~80%가 도달해야 상품화가 가능하다”면서 “현재 수율을 높이는 데 주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텍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렌즈 삽입 실리콘칩을 제품에 장착할 것”이라며 “내년에 본격적으로 임상을 추진해 허가를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말에는 허가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가톨릭대 의대가 시행한 동물실험에서도 이런 가능성이 상당 부분 입증됐다.

렌즈뿐만 아니라 렌즈의 동력이 되는 이차전지도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는 콘택트렌즈 위에서 작동 가능한 얇은 필름형태의 전지를 개발했다. 무선안테나로 전달되는 전원공급 방식보다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100마이크로미터 크기로 기존 당뇨렌즈에 부착이 가능하다. 수분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하는 게 강점이다.

LG그룹은 융복합 연구개발(R&D) 과제로 당뇨렌즈 등을 포함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LG전자,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LG이노텍 등 계열사가 보유한 관련 기술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LG이노텍은 구글 스마트콘택트렌즈 사업에 참여한 경험도 가지고 있어 사업진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개발은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제도개선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다. 현행 제도하에선 새롭게 개발되는 융복합 기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약사법·의료기기법 중 한 가지를 적용해야 한다. 결국 신약이거나 신의료기기로 간주돼야 한다. 따라서 상용화를 위한 심의·허가 절차 과정에서 허용 범위를 초과하는 기능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관련 업계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규제·제도혁신방안을 논의하면서 당뇨렌즈와 같은 융복합제품 담당 상설조직을 마련하고 시장진입 속도를 높이기로 합의하는 등 발빠른 제도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법 기준은 각 분야별 이해관계자 간 이견 다툼으로 제도 적용의 적시성을 상실하고 최신기술의 해외유출로 이어져왔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해외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기술집약도가 높고 기존 제품 대비 안전성·유효성이 개선된 융복합 의료제품은 ‘의료기기 산업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에 따라 혁신의료기기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규제개선과 관련, “혁신의료기기법 등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내놓고 보건복지부와 함께 논의 중”이라며 “해당 제품에 대한 심사절차를 개발자와 사전 협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뇨렌즈는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융복합 제품으로 의약품·의료기기 중 무엇으로 판매할 지 여부와 판매처 등과 관련된 문제는 복지부 장관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4차산업혁명위는 당뇨렌즈 사례와 같이 기술의 신규성 및 복잡성이 높은 융복합 의료제품이 출시되면 제품 특성을 고려한 유통경로도 검토하겠다고 지난해 9월 합의했다. 경계를 허문 융복합 제품이 허용되면 유통경로에도 큰 변화가 알어나 규제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 의료기기 관련 낡은 규제로 수많은 기술들이 타이밍을 놓쳐 시장 선점에 실패하고 심지어 사장됐다. 환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최신 의료기기를 보급하는 것은 관련 업계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융복합 첨단의료기기에 대해 전담기구를 신설하고 제도개선을 진행하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당뇨렌즈를 비롯한 관련 제품 개발 및 상용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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