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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만성질환관리제 개원가 반발에 시범사업 난항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2-13 19:55:25
  • 수정 2020-09-20 1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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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차의원 경증 고혈압·당뇨병 관리 … 의협, 반대하다 시도의사회 요구로 찬성 선회

내과와 가정의학과 개원의들은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많은 진료과 특성상 만성질환관리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인근 동네의원이 집중 관리해주는 ‘1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사업의 범위와 적절성에 대한 진료과별, 직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완전 정착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만성질환관리제가 영국식 주치의제도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의료계 내부의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만성질환 유병률이 꾸준히 높아져왔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대학병원보다 접근성이 좋은 의원급 1차의료기관이 만성질환 관리 및 치료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기존에 시행됐던 ‘지역사회 1차 의료시범사업’,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을 통합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1년간 수행하기로 하고 지난 1월 14일 시범사업 기관을 공모했다. 이달 10일 기준 전국 870개 의원이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됐으며, 1만4937명의 환자가 혜택을 보고 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는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가까운 동네의원에서 적은 비용으로 대면진료, 상담, 약물치료에 더해 포괄적인 맞춤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한다.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시범사업 참여 동네의원을 방문해 등록하면 해당 의료기관은 환자의 질환 및 생활습관을 파악해 1년 단위의 관리계획(케어 플랜)을 수립한다. 이후 문자와 전화 등을 통해 혈압·혈당 등 임상 수치를 관리하고 환자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한편 진료와 상담서비스도 제공한다.

복지부는 시범수가를 포괄평가 및 계획수립(연 1회) 4만3900원, 점검 및 평가(연 2회) 2만4500원, 환자관리료(연 4회) 2만8000원, 초회 교육·상담(연 1회) 3만4500원, 기본 교육·상담(연 8회) 통합 개인 1만400원 및 집단 3100원, 생활습관 개선 개인 8900원 및 집단 2600원, 집중 교육상담 개인 1만9200원 및 집단 5700원 등으로 책정했다.

환자의 본인부담률은 10%가 적용돼 연간 1만6000원∼2만3000원만 부담하면 만성질환 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환자관리료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 또 40세 이상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보건당국으로부터 맞춤형 검진바우처(이용권)를 받아 참여 의료기관에 제시하면 필수검사를 1회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참여 의료기관은 서비스 향상을 위해 전문인력인 ‘케어 코디네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케어 코디네이터는 간호사와 영양사 등 자격조건을 갖춘 전문인력이다. 또 보건소와 건강보험공단 지사 등 지역 협력기관에 의뢰해 영양·운동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의원 한 곳 당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참여 환자는 최대 300명으로 제한된다.

지난해 상반기 시범사업 계획이 처음 알려지자 의료계에선 경증환자 집중관리를 통해 1차 의료기관의 수익을 조금이나마 향상시켜줄 것이라는 ‘긍정론’과 원격의료·주치의제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부정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행정부는 그동안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반대 입장을 고수하다 최근 참여로 노선을 선회했다. 의협은 만관제 시범사업 관련 추진단 구성과 시범사업 모형에 의료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시범사업에 대한 참여 요구가 높았고, 시도의사회도 찬성 입장을 나타내면서 노선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진료과 중 고령 만성질환 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내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만관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내과계 의사회 관계자는 “만관제 시범사업은 열악한 환경에 놓였던 1차 의료기관, 특히 내과 의원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응급처방이 될 것”이라며 “시범사업 수가의 적절성에 대해선 아직 이견이 많지만 만관제로 추가적인 수입이 생기는 것을 1차의원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개원의들은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희망적’이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관악구 P 가정의학과 원장은 “처음엔 무료로 알고 있다가 별도 부담금이 있다고 설명하면 손사래를 치는 환자가 종종 있지만 대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며 “하루에 2~3명의 환자가 등록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 내로 최대 허용 환자 수인 300명을 채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찮다. 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만관제는 한 의료기관이 한 명의 환자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라 자연스럽게 주치의제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주치의제도는 좁은 땅에 많은 병·의원이 밀집해 있고 환자의 의료기관 진입장벽이 낮은 한국에선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치의제도는 환자 개인 또는 가구 단위로 특정의사를 주치의로 등록하고 일정 금액을 내면 경증질환 진료를 비롯해 전반적인 건강관리를 받는 제도로 영국에선 NHS(국가보건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만성질환관리제가 고혈압과 당뇨병에 국한되는 것과 달리 주치의제도는 내분비계질환, 소화기계질환, 피부과질환, 근골격계질환 등 여러 진료과의 경증질환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또 현행 국내 의료시스템에선 환자가 의원, 종합병원, 대학병원 중에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지만 영국의 주치의제도는 주치의가 일종의 ‘메디컬 게이트키퍼’로서 환자를 가장 먼저 진료한 뒤 병의 경중에 따라 직접 치료할지, 대형 종합병원으로 이송할지 결정한다.

내과 및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개원의들은 국내에서 주치의제도가 시행될 경우 진료과 간 형평성이 떨어지고, 신규 개원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주치의제도가 시행되면 진료 범위가 넓은 내과나 가정의학과 개원의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진료 범위가 한정된 안과, 외과, 정형외과 등은 불리할 수 있다”며 “주치의제도로 의료기관과 지역사회간 연결고리가 단단해지면 해당 지역에서 새로운 병·의원을 개원하기가 매우 부담스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만성질환관리제를 두고 직역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만성질환 관리에 한의학이 필수라며 한의사도 만관제 시범사업에 포함시켜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최근 시범사업 추진위에 참관해 사업 관련 설명을 듣겠다는 요구까지 거부당하자 총력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간 대립도 여전하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만관제 시행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케어 코디네이터’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성토하며 참여를 요구해왔지만 대한간호사협회와 만관제 추진위원회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만성질환관리제가 의료계 내부 세대간·계층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악수’는 피해야 할 것”이라며 “보건당국은 만성질환관리제가 주치의제도의 시작이 아니란 것을 분명히 밝히고 의사와 한의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내과 전문의와 외과 전문의 등 직역 간·진료과 간 대립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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