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한반도 하늘을 뒤덮는 고농도 초미세먼지로 신체적·정신적 피로도가 극심한 가운데 미세먼지 마스크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돼 소비자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환경부가 최근에야 시중에 판매되는 미세먼지 마스크의 건강피해 저감효과를 분석하는 연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뒷북 행정’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달 초 프랑스 식품환경위생노동청(ANSES) 전문가위원회가 실시한 ‘대기환경과 관련된 위험성 평가’ 연구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마스크의 오염물질 차단율이 실험실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라도 실제 사용 조건에서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위원회는 2016년부터 2년간 프랑스에서 유통되는 마스크 215종 기준으로 1999~2017년 시행된 미세먼지 차단율과 마스크 효과 관련성 연구를 비교분석했다. 이 가운데는 한국의 KF94 등급에 해당하는 N95 마스크도 포함돼 있다.
연구 결과 마스크의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제대로 검증한 임상연구는 거의 없었고, 연구표본도 매우 적었으며, 연구 기간까지 짧아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의 효과를 명확하기 입증하지 못했다.
또 이번 연구결과 마스크의 미세먼지 차단율은 실험실 내에선 95~99%에 이르렀지만 야외 같은 실제 사용환경에선 대부분 60%대로 감소했으며, 아예 0%인 제품도 있었다. 이에 대해 ANSES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마스크 대부분이 안면윤곽에 잘 들어맞지 않고, 강한 신체활동을 하는 즉시 마스크의 오염물질 차단율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 사용 권고가 공기 중 유해물질에 장시간 노출돼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은 미세먼지나 유해물질 발생에 따른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지 않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 영국 질병의학연구소(IOM)가 의학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의 초미세먼지 침투율을 조사한 결과 착용자의 움직임이 적을 땐 3∼68%, 여러 활동을 할 땐 7∼66%로 집계됐다. 초미세먼지 침투율이 평균 10% 미만으로 나타난 것은 오직 한 제품뿐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마스크 대부분이 얼굴에 잘 들어맞지 않아 초미세먼지를 완벽하게 막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에선 환경부가 최근 ‘미세먼지 마스크 건강피해 저감효과 분석 및 향후 추진계획 마련’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언론과 SNS를 통해 ‘정부가 마스크 효과 입증에 손을 놓고 있다가 뒷북 연구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자 환경부는 “해외 연구 등에서 미세먼지 마스크에 대한 상반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어 보완을 위해 용역을 발주한 것”이라며 “일정 수준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도움이 되고, 식약처 인증 마스크는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해명했다.
전세계 주요국 중 미세먼지 발생 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나라는 한국과 싱가포르 정도뿐이다. 다만 싱가포르는 마스크 착용 권고 기준이 일평균 미세먼지 150㎍/㎥ 이상으로 한국보다 느슨하다. 국내에선 미세먼지 경보 ‘나쁨’에 해당하는 36㎍/㎥ 이상일 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 싱가포르는 일평균 150㎍/㎥일 때 착용을 권한다. 중국발 대기오염을 비롯해 화력발전, 자동차, 산업생산시설 등에 의한 대기오염으로 비난을 면치 못하는 한국 정부로선 이같은 조치로 면죄부를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될 만하다.
장재연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 마스크를 썼을 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거의 없는 반면,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많다”며 “미세먼지를 막는다는 이유로 차단율이 과도하게 높은 제품을 사용하면 오히려 숨쉬기가 힘들어져 호흡기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윤철 서울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써 호흡이 원활하지 않으면 심장과 폐 기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반대로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정서적 안정감에 기대 야외활동 시간을 늘린다면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기 중 유해물질은 입자와 가스의 혼합물인 경우가 많은데, 마스크는 대기에 존재하는 입자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도록 설계돼 기체 상태의 물질엔 취약하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식약처에 따르면 KF(Korea Filter·코리아필터) 지수 인증 보건용 마스크는 분진포집효율, 안면부흡기저항, 누설률 등을 측정 기준을 충족시킨 제품으로 총 497개가 판매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염화나트륨을 0.4∼0.6㎛ 수준으로 잘게 깬 다음 이를 마스크가 얼마나 걸러내는지, 공기가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숨쉬기가 얼마나 힘든지 등을 파악한다”며 “통상 KF80이면 이상 미세먼지 차단에 효과적인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밝혔다.
마스크는 용도에 따라 △추위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는 방한대(면마스크·천마스크) △황사마스크(보건용 마스크, KF80) △황사·미세먼지에 더해 세균 유입까지 막아 전염성 질병을 예방하는 방역마스크(KF94·KF99) △의료진이 수술·진료하는 중에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수술마스크 △산업 현장에서 미세분진 등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 방진마스크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미세먼지 차단기능이 장착된 품목은 황사마스크·방역마스크·방진마스크 등 3종이다.
세가지 제품은 부직포 내 섬유조직 틈이 작아 천이나 면으로 된 일반 마스크가 걸러낼 수 없는 작은 입자까지 차단한다. 정전기를 이용하는 특수필터가 장착돼 미세먼지도 흡착한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입자를 80% 이상 걸러낸다. KF94와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차단한다.
다만 KF94 이상은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호흡이 불편할 수 있다. 유아나 노약자, 호흡기 환자가 이런 제품을 사용하면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어 해로울 수 있다.
마스크와 얼굴 사이에 틈이 생기면 안 쓰는 것보다는 낫지만 효과가 크게 감소한다. 귀에 끈이 걸리는 부분에서 코지지대까지 거리를 손가락으로 잰 다음 마스크 포장지 뒤에 인쇄된 측정자에 대보면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고를 수 있다. 화장이 묻을까봐 마스크 안쪽에 수건이나 휴지를 덧대면 공간이 생겨 방진 효과가 줄어든다. 마스크는 세탁하면 모양이 변형돼 기능이 사라지므로 한 번 착용 후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