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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1명 지원, 세계4위 핵의학과 몰락 ‘심평의학’이 원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12-19 16:02:49
  • 수정 2019-05-27 18: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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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의학회 “심평원 FDG PET 급여 삭감이 원인” 주장 … 전공의 수련 중도포기도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도 외과, 비뇨기과, 핵의학과 등 비인기과 기피 현상이 반복됐다. 특히 핵의학과는 단 한 명의 전공의만 지원하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했다.

지난달 28일 마감된 ‘2019년도 전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외과는 177명 정원에 147명이 지원해 83%의 충원율을 보였다. ‘빅5 병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에서도 외과 미달 사태가 이어졌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은 14명 모집에 12명,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4명 모집에 10명 지원에 그쳤다. 중앙대병원, 한양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각각 10명과 12명인 정원을 간신히 채웠고, 세브란스병원만 정원 17명을 넘어선 18명이 지원했다. 대한외과학회 관계자는 “올해 모집에서는 수련 기간이 단축되는 등의 혜택으로 지원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며 “전공의들의 외과 기피 현상은 수련환경 개선과 함께 입원전문의에 대한 기반 마련, 수가 현실화 등이 이뤄져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뇨기과도 병원 전체 정원 50명 중 34명만 충원하는 데 그쳤다. 천준 대한비뇨기과학회 회장은 “충원율 자체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미달을 피하지는 못했다”며 “1년에 최소 50명의 전공의를 확보해야 초고령사회에서 전립선암, 발기부전, 성기능장애 등 질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비인기 진료인 핵의학과는 20명 정원에 단 한 명의 전공의만 지원했다. 핵의학(nuclear medicine)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진단과 치료를 하는 의학 분야다. 핵의학과에서 시행되는 진료는 크게 다섯 분야로 △방사성 추적자를 체내에 주입해 분포를 영상화하는 체내 영상검사 △채취된 혈액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혈청 성분을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검사하는 체외 검체검사 △갑상선암이나 골전이암 등을 치료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치료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생물학적 검사 △방사선 생물학에 기반한 임상 방사선의학 등이다.

핵의학과는 1960년 서울대병원에 동위원소 진료실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설됐다. 1993년 전문 진료과목으로 독립했다. 그동안 국내 핵의학은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의 연구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핵의학과 특성상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만 진료가 가능해 전문의 수가 다른 진료과에 비해 적은 편이다. 전공의가 아예 없는 병원도 적잖다. 하지만 적은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지원자 수 감소가 심각한 실정이다.

대한핵의학회는 30일 입장문을 내고 무리한 건강보험 삭감이 핵의학과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의학회 관계자는 “암 진료에 필수적인 FDG 양전자단층촬영(FDG PET)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무리한 급여 삭감이 세계 4위의 국내 핵의학을 고사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플루오로데옥시글루코스(FDG, fluorodeoxyglucose) 양전자단층촬영(PET-CT)는 글루코스 유사체인 FDG를 이용해 암세포 대사를 평가하는 검사법이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과도한 비급여 진료비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2014년 FDG PET 급여기준을 개정했다. 이로 인해 검사 청구건의 2.9~14.3% 정도가 삭감돼 2014년 31만4000건이었던 FDG PET검사는 지난해 14만2000건으로 크게 줄었다.

학회 관계자는 “흔히 ‘심평의학’으로 불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의적인 진료비 삭감이 핵의학과의 미래는 물론 국내 의료 전체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삭감에 따른 비용 통제는 ‘의료혜택 확대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방향에서도 어긋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무분별한 삭감 탓에 핵의학과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꽤 많은 전공의가 수련을 중도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번 전공의 지원 급감 사태가 의료시스템이 합리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인기 진료과목으로 꼽히는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정형외과 등은 올해도 대부분의 병원에서 모집 정원을 넘기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울아산병원은 성형외과 3명 모집에 6명, 정형외과는 4명 모집에 6명이 지원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도 성형외과 6명 정원에 10명 지원, 피부과 8명 정원에 18명, 안과 9명 정원에 14명 지원 등을 기록했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는 8명 정원에 13명, 안과는 6명 정원에 8명, 마취통증의학과는 10명 정원에 14명이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인기 진료과는 다른 진료과에 비해 고난도 수술 빈도가 낮거나, 비급여 진료가 많은 덕분에 개원하기 유리해 매년 전공의들의 지원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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