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항암제로 효과를 보는 사례가 늘면서 암 완치까지 가능한 시대가 온 것으로 기대하는 환자가 적잖다.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치료한다. 인체 면역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어서 부작용이 적고 내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김정아 강동경희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면역항암제의 허와 실에 대해 알아본다.
면역항암제는 인체 면역세포인 T세포를 강화해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암세포는 면역시스템에 걸리지 않고 계속 증식하기 위해 ‘PD-L1’이라는 회피물질을 만들어낸다. 이 물질이 T세포의 수용체 ‘PD-1’과 결합하면 T세포는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착각해 공격하지 않게 된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의 PD-L1이 T세포 PD-1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T세포와 먼저 결합한 뒤 암세포를 공격한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세포독성 물질로 암세포를 공격해 사멸시킨다. 하지만 암세포뿐만 아니라 주변 정상세포도 같이 손상시켜 부작용이 심한 편이다.
2세대 표적항암제는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암세포의 특정물질만 공격한다. 1세대 항암제보다 부작용은 줄었지만 암세포가 면역이 생겨 재발하면 약이 듣지 않는 게 흠이다. 3세대 항암제는 이런 문제를 대부분 개선했다. 김정아 교수는 “3세대 면역항암제는 인체 면역체계를 이용해 기존 항암제보다 독성과 내성 문제가 적고 부작용도 현저히 적다”고 설명했다.
3세대 항암제는 부작용이 적어 다른 치료법과 병용하기 쉽다. 처음 개발될 당시엔 주로 이전에 항암치료를 여러 번 받았던 환자에게 단독으로 투약했다. 최근에는 조금 더 초반에 투약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예컨대 면역치료를 항암치료 초반부터 사용하거나, 제거수술 이후 보조요법으로 쓰인다.
수술이 불가능한 3기 폐암 환자는 보통 항암 방사선치료를 받는다. 치료를 마친 뒤 면역항암제를 2주 간격으로 1년간 투약하면 재발률이 75%에서 44%로 감소하고 재발 기간은 5.6개월에서 16.8개월로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표준치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면역항암제가 모든 암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종양마다 다르지만 면역항암제가 효과를 낼 확률은 악성흑색종의 경우 40% 안팎, 다른 종양은 10% 안팎에 머무른다. 김정아 교수는 “위암 4기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치료결과가 좋은 환자에서 공통적인 생태지표를 발견했지만 아직 효과가 있다고 확신하기엔 이른 상황”이라며 “면역항암제의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