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백신 저렴한 곳 있나요?” “동네병원 독감백신 접종가격 공유해요~”
독감(인플루엔자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주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자녀들의 예방접종을 위해 이른바 ‘맘카페’로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4가 독감백신 접종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4가백신 접종이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탓에 병원간 가격 경쟁도 심하다. 지난해 3만~4만원 선이던 접종가격은 2만원대로 떨어졌다. 일부 병원들은 1만원대에 접종이 가능하다며 ‘반값 접종’을 홍보하고 있다.
3가백신 무료접종 뒤로하고 “우리 아이는 4가백신” … WHO 접종권장은 사실과 달라
기존 3가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으로 올 9월부터 생후 6개월~12세 어린이와 만 65세 이상 노인은 무료접종이 가능함에도 4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4가백신 수요가 늘고 있다. 어린이는 지난해까지 생후 60개월까지 무료 접종 대상이었으나 이번에 12세까지로 확대됐다.
올해 유행할 독감은 A형(H1N1, H3N2)과 B형(야마가타, 빅토리아)으로 지목됐는데 4가는 A·B형 모두에 항체가 형성되고 3가는 B형 독감 바이러스 2가지 중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유행할 것으로 예상한 한가지만 선택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3가 백신을 맞고도 B형독감에 걸리는 ‘미스매치’ 사례가 발생해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은 4가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백신제조사 A업체 관계자는 “무료 접종이 가능한 3가백신을 두고 얼마나 많은 4가백신 수요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생각보다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영유아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4가백신을 맞추려는 부모들의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용이 들더라도 효과가 한가지라도 더 있는 백신을 선택하려는 소비자 심리가 4가백신 접종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기도 수원의 한 병원에 공지된 접종 홍보물엔 ‘4가 독감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미국, 유럽에서 적극적으로 접종을 권고하고 있고 임상시험이 완료돼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내용이다. WHO가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는 문구도 들어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WHO에서 4가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며 3가백신 대비 안정성에 관한 부분도 명확히 알려진 바 없다”며 “국내에선 NIP를 통해 3가백신만 접종이 권고된다”고 밝혔다. 2013년에 개발된 4가백신은 부작용과 유효성에 대한 임상데이터가 아직 3가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해 더 효과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견해를 내놓은 전문가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제약사와 병원은 4가백신 접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약사간 출혈경쟁으로 피해 우려 … 공급단가 1만원 붕괴 시작
식약처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가출하승인한 독감백신 규모는 약 2500만 도즈로 현재까지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GSK, 사노피파스퇴르 등 10개 업체의 2200만도즈 분량이 신청됐다. 신청결과 작년 대비 3가백신은 1000만도즈로 200만도즈 감소했고 4가백신은 1200만도즈로 30만도즈 증가했다. 가격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약 300만 도즈가 초과 공급될 수 있어 제약사의 출혈경쟁이 우려된다. 제약사들은 전략적인 현장 영업에 돌입했다.
올해부턴 35개월 이하 영유아도 접종이 가능한 제품이 허가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외국계 제약사들이 선제적으로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아 시장 선점에 나섰다. GSK ‘플루아릭스테트라’와 사노피파스퇴르 ‘박씨그리프테트라주’ 등 2가지 제품은 생후 6개월 이상부터 전 연령 대상 접종이 가능한 4가백신이다. 국내에선 GC녹십자가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의 임상을 끝내고 식약처에 6개월 이상 접종으로 적응증 확대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미 시장에선 가격 급락이 시작됐다. 제약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2일 발표된 서울의료원 독감 백신 입찰 결과 4가백신은 9000원대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져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인 1만원이 무너져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현재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평균 가격은 1만5000원 선이다. 단가 하락에 따른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백신 공급량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내사 B업체 관계자는 “보통 독감백신은 매년 유행이 예상되는 균주가 바뀌기 때문에 올해 생산분을 다음해에 판매하기 어려워 폐기처분한다”며 “올해는 영유아 적응증을 가진 제품까지 가세해 현장 영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4가백신 접종시장 선점을 위한 제약사들의 생산량 증대, 유통경쟁에 따른 가격하락, 정부의 3가백신 무료접종 확대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4가백신을 강권하는 제약사들의 ‘공포마케팅’, ‘프리미엄마케팅’에 선량한 의료소비자가 어떻게 속아주느냐에 따라,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군의 심리적 이동에 따라 올해 ‘독감백신 장사’가 희비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