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두 달여 남은 현 시점에선 하루 일과를 수능시험과 똑같이 보내면서 수면 및 식사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건강관리와 컨디션 조절에 신경써야 한다. 시험 당일까지 컨디션을 얼마나 끌어올리고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시험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막연한 불안감 탓에 잠을 줄이고 공부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보통 때보다 더 잠을 줄이는 것은 습득한 지식을 활용해 시험문제를 푸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 수면 시간을 갑자기 늘리거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공부하고 시험장에 가겠다는 생각도 버리는 게 좋다. 갑자기 수면패턴이 바뀌면 오히려 잠을 더 못자고 시간만 허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의 뇌는 기상 후 2시간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수능시험 시작시간은 오전 8시40분이므로 2시간 전인 오전 6시40분 정도에 일어나는 게 가장 좋다.
아침식사는 항상 일정한 시간에 같은 양을 먹도록 한다. 인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두뇌는 1차 에너지원으로 당을 이용하는데 아침식사를 거르면 기운이 없고 멍해지면서 기억력까지 떨어져 학업능력에 지장을 준다. 또 식욕촉진호르몬인 그렐린 분비가 늘어 점심과 저녁에 폭식하게 된다.
전숙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아침에 밥을 먹으면 성장기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학습능력 및 집중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단 너무 급하게 아침을 먹으면 체하거나 장기적으로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상시간을 10분~20분 당겨 식탁에서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험에 대한 불안감 탓에 임상근거가 불확실한 약물이나 보약 등을 먹는 것은 금물이다. 제약업계나 건강기능식품업체는 수험생과 부모들의 이런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다.
대표적인 게 우황청심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황청심원하면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약’으로 떠올리며,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시험 당일 자녀에게 권한다. 약국에서도 극구 이를 말리지 않는다.
우황청심원이 신경안정 측면에서 일정한 효과를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병통치약으로 여겨 오남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예컨대 수험생에겐 수험 당일 졸음, 두근거림, 멍한 정신상태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환자가 우황청심원을 먹었다간 응급처치가 늦거나 기도를 막힐 가능성이 있다.
긴장감 완화 효과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정도의 긴장은 집중력을 향상시켜 문제 풀이에 도움된다. 하지만 약 복용 등으로 긴장을 너무 이완시켜버리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고난도 문제를 신속히 푸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 교수는 “우황청심원과 같은 응급약은 사람에 따라 독이 될 수 있으므로 복용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며 “예비소집일이나 시험 2~3일 전에 반알 정도를 시험적으로 복용해 자신에게 증상이 어떤 지 확인보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담배, 커피, 각성제 등은 일시적인 각성효과를 나타내지만 건강에 해롭고 뇌를 비롯한 신체의 순환에 악영향을 끼쳐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곤이 몰려올 땐 카페인음료 대신 과일 한두 조각 혹은 찬물 한 잔을 마시거나, 음악을 한 곡 듣는 게 좋다.
시험 전 불안감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복식호흡이다. 복식호흡은 스트레스로 망가진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명약이다.
스트레스는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을 자극해 근육을 긴장시키며 동시에 호흡이 거칠고 얕아진다. 교감신경은 보통 위급하거나 긴장된 상황에서 작동하는데 혈압과 심박수를 높이고 근육을 긴장시킨다. 동시에 호흡이 거칠고 얕아진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은 전신을 이완하고 심박수를 낮춰 편안한 상태를 만든다. 복식호흡은 이 부교감신경의 스위치를 켠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복식호흡은 횡경막을 위아래로 늘리는 깊고 고른 호흡법”이라며 “아랫배를 누르면서 코로 숨을 들이마시는 복식호흡을 1분당 10회 정도 속도로 쉬어주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스트레스 해소, 신체이상 증상에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뇌도 건강해진다. 얕고 짧은 흉식호흡보다 깊은 복식호흡이 뇌의 혈류량을 늘리고 뇌세포 활동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다.
가족은 수험생의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애쓰는 모습에 대해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 교수는 “수험생 가족이 가장 피해야 할 게 잔소리와 부담을 주는 말”이라며 “부담은 긴장을 낳고 긴장은 뇌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