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하락해도 산후조리원 수는 해마다 5%씩 성장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이용 비율은 2012년 50.2%에서 2015년 59.8%로 9.6%p 늘었다. 산모 10명 가운데 6명이 산후조리원을 찾는다는 의미다. 전국 산후조리원 수는 612곳으로 2012년 말 478곳보다 30.2% 증가했다.
산후조리원 수요가 늘면서 비용도 천정부지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전국 산후조리원의 최고가는 2주에 2000만원이 넘는 상황이다. 전국에서 8곳은 1000만원이 넘었는데 7곳이 서울 강남구에 있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산후조리원 이용요금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신생아 1명을 동반하고 2주간 조리원을 이용하는 비용은 최고 2000만원, 최저 70만원이다.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는 28.6배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A산후조리원은 일반실 800만원, 특실 2000만원이었다. 반면 전북 정읍시 B산후조리원은 일반실이 70만원이었다.
17개 시도별로 산후조리원 평균 비용을 비교해보면 서울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반실 기준으로 서울이 302만원이고 울산(241만원), 대전(230만원), 경기(225만원), 충남(217만원), 세종(200만원) 순이었다. 전남(167만원), 경남(166만원), 전북(154만원)은 서울보다 130만원 이상 저렴했다.
특실 기준으로 서울은 평균 439만 원으로 두번째로 가격이 높은 대전 292만원보다 147만원 더 비쌌다. 그다음으로는 부산·울산(283만원), 경기(280만원), 대구(249만원), 충남(243만원), 광주·충북·세종(240만원) 순이었다.
전국적으로 비용이 100만원 이하인 산후조리원은 7곳으로 전북 정읍 1곳, 경남 통영 2곳, 전북 전주 1곳, 경남 창원 2곳, 경기 양평 1곳 등이었다.
일반실 기준으로 서울의 경우 강남구 조리원은 350만~650만원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됐지만 강동구, 강서구, 송파구, 은평구, 노원구, 영등포구에서는 150만∼170만원대 산후조리원도 있었다. 특실 이용료의 경우 1000만원을 넘는 곳은 모두 8곳인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산후조리원 1곳 이외에는 모두 서울 강남구에 위치했다.
특실 비용이 500만~1000만원인 조리원은 총 23곳으로 6곳(부산 해운대구, 경기 고양시·용인시, 경기 성남시, 대전 서구 등)을 빼고는 모두 서울에 있었으며, 이들도 대부분 강남구에 집중돼 있었다. 2주 이용료가 1500만원 정도인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대다수 산후조리원이 간호사 위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산부인과·소아과·피부과·정신과·치과 전문의와 한의사들이 상주해 산모와 신생아를 관리한다”며 “산모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차별화된 스파와 마사지시스템을 운영하고, 한 신생아실에서 평균 20여명의 아기를 함께 돌보는 일반 산후조리원과 달리 신생아 5명만 한정해 돌봄으로써 감염 위험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보통 2~3주 이용 후 퇴원하는데 6개월 정도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저조한 출산율에도 산후조리원 수가 늘고, 특히 고가의 럭셔리 산후조리원에 산모들이 모이는 이유로는 ‘인맥 형성’이 꼽힌다. 육아를 처음 시작하는 엄마들 사이에 ‘아기’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강한 동질감이 형성되면서 퇴원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뭉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달 전 딸을 출산한 윤모 씨(32·여)는 “출산이라는 큰 일을 겪은 만큼 유대감이 군대 동기 못지않다”며 “조리원을 나온 뒤에도 모바일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육아용품을 공동구매하거나 돌잔치를 함께 치러 돈을 절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엄마들은 아이가 성장한 뒤 ‘품앗이 과외’로 아이에게 수학, 영어, 미술 등을 가르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보통 산후조리원 가격대에 따라 사회적 위치와 재력의 수준이 비슷한 엄마들끼리 모임을 형성하는데 이런 경향은 서울 강남권 부유층 산모들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유·소아 시기부터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함으로써 다른 구성원의 진입을 차단하고 차별화된 교육을 실시하고 고급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산후 조리에 대해 유독 관대한 한국의 전통도 산후조리 비용의 거품을 키우는 데 일조한다. 출산 후 몸을 회복하는 6주간의 ‘산욕기’에는 최대한 몸을 아껴야 한다는 말은 예부터 통설로 전해지고 있다. 산모들도 더 나은 산후조리원에서 관리를 하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여성에게 산후조리는 매우 중요하다. 산모 2명 중의 1명은 산후 질병을 앓고 있을 정도로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문제는 비싼 비용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산후조리원이 모자보건법과 식품위생법 등 관련법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480건,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신생아나 산모가 감염병에 걸린 사례는 총 804건으로 자체 관리에는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촬영이나 마사지 등 부가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 불만도 증가해 한 해 백 건 가까이 접수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산후조리원 부가서비스 관련 피해·불만 상담은 모두 134건으로 이용요금과 거래조건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등 계약 관련 불만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계약할 땐 무료촬영을 해준다고 하고 사진인화 비용을 따로 받거나, 무료라고 홍보한 산모 마사지를 한두 번만 해준 뒤 추가서비스에 고가의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엔 산모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공공 산후조리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전국 6곳에서 운영되는 공공 산후조리원은 2주 비용이 100만원대다. 다만 일부 지역은 민간 산후조리원의 격렬한 반대로 공공 산후조리원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갑출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는 “산후조리원의 질을 보장하려면 보건상의 위해 요소와 시설기준, 인력기준, 준수사항 등 제도적 장치를 보강해야 한다”며 “민간의 시장논리에만 맡기지 말고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을 늘리는 등 출산을 공공 보건서비스 영역으로 전환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미경 광주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평균 초산 연령은 31.37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평균 출산 연령도 32.4세로 매우 높은 편으로 산모와 아이의 건강권 보장이 필요한 만큼 공공산후조리원을 통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위한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