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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잇따른 의사 폭행, 원인은 ‘솜방망이 처벌’? … 의료계 “벌금 아닌 실형 필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7-20 17:37:07
  • 수정 2020-09-14 17: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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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 96.5% 폭력·위협 경험,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 요구 …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 먼저 주장도

지난 1일 전북 익산시 한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당직의사를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이달 초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의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료진 폭행사건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 익산시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A 씨는 자신을 진료하던 당직의사 B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이어 피를 흘리고 있는 B 씨에게 ‘죽이겠다. 교도소 다녀와서 보자’는 등 협박하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구타당한 의사 B 씨는 코뼈 골절, 뇌진탕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2월에는 과호흡 증세로 동생과 함께 응급실을 찾은 음주 상태의 30대 여성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의료진과 말싸움을 벌이던 도중 “진정하라”고 말리는 간호사 씨의 복부를 발로 걷어차고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2016년 의료정책연구소 발표자료에 따르면 전체 의사의 96.5%가 환자로부터 폭력 및 위협을 경험했다. 환자에게 물리적 피해를 입은 뒤 정신적 후유증을 겪은 의사도 91.4%에 달했다.


응급실은 병원 안에서 의사와 환자의 갈등이 잦은 장소다. 응급상황에 처한 환자는 조급한 마음에 신속한 치료를 받고 싶어하지만 응급실은 은행처럼 순서대로 진료가 이뤄지지 않는다. 위급한 상태와 중한 정도에 따라 진료 순서가 정해지므로 비교적 상태가 경미한 환자는 진료 순서가 뒤로 밀리게 된다. 대기시간이 길수록 환자는 자신이 홀대받고 있다는 생각에 감정이 예민해진다.

의료진에 대한 폭행 사건이 빈번하자 국회는 2016년 기존 ‘의료인 폭행방지법’을 강화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료진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응급의료를 방해하는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의료계는 의사에 대한 폭행을 방지하려면 관련 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법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의사를 폭행하고도 100만~300만원의 벌금형만 받는 등 형량이 솜방망이 수준인 실정”이라며 “대전에서 비뇨기과 의사를 살해한 환자는 겨우 3년 징역형을 받는 것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특히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다른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공간이므로 의료진 폭행은 벌금형이 아닌 실형을 받도록 조치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는 “병원내 폭행 사건은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돼 경찰이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합의를 종요하는 사례가 많다”며 “성범죄에 한해 반의사 불벌규정을 없앤 것처럼 의료법에서도 해당 규정을 삭제하면 수사당국이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사건으로 분류되므로 수사권이 지금보다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발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은 의료진에 대한 폭행·폭언을 일반 범죄보다 강력하게 처벌한다. 미국 앨라배마주는 의료인에 대한 폭력을 최고 징역 7년형에 처할 수 있는 2급 폭행죄로 분류한다. 워싱턴·애리조나·콜로라도주에서도 의료인 폭행을 특정범죄로 가중 처벌한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응급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난동을 부리면 전신마취를 해서라도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치료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난동을 부리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곳도 있다.

영국 일부 지역에서는 의사가 3차례 경고한 뒤에도 환자가 폭행이나 폭언을 멈추지 않으면 무장 경비원이나 경찰에 의해 체포된다. 응급의학회 관계자는 “병원에서 환자가 난동을 부려도 의료진은 대응하지 못하는 게 우리 의료계의 현실”이라며 “도를 넘어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폭행을 예방하려면 각 병원에 경찰에 준하는 경비원이 상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의료법·응급의료법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력 가해자의 가중처벌 조항 신설 △가해자 구속수사 및 엄중한 법 적용 △경찰·검찰의 응급실 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 제정 등을 요구했다.


대한병원협회도 “관할 경찰서는 주취자의 폭행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과 비상연락 및 신속한 출동체계를 마련하고, 응급환자 이용 및 사건 발생이 많은 시간대를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와 보건당국은 병원 내 청원경찰 배치 등 안전인력 채용 및 안전시설 설치를 위한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반면 법과 제도 강화보다는 전반적인 의료환경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폭행’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반의사불벌 규정을 없애고 벌금죄를 폐지하라는 것은 너무 감정적이고 앞서 간 주장”이라며 “응급의료 인력 확충, 응급실 환경 개선 등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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