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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미납 환자 방치한 대학병원 … 의료계 “‘먹튀’ 대책 필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7-17 22:55:46
  • 수정 2020-09-14 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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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비 176만원 미수, 환자 가족 진료비 납부 거부 … ‘응급의료비 대불제도’ 이용률 저조

현행 의료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한 의료인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이 병원비를 미납한 암 환자를 병원 로비에 방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기관의 비도덕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는 가운데 의료계 일부에선 무조건 병원의 잘못으로 몰고 가기보다는 진료비 미수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60대 남성 A 씨는 길거리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서울 중구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위장출혈을 발견해 치료하던 과정에서 환자가 대장암 4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환자 상태를 고려할 때 항암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 20일가량 치료한 뒤 ‘더 이상 할 게 없다’며 지난 4일 환자를 퇴원 처리했다. 병원비가 176만원 정도 나왔지만 환자는 돈이 없었고, 연락이 닿은 아들과 딸은 납부를 거부했다.

병원 측은 진료비를 미납한 A 씨에게 퇴원을 권유했고 가족과도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 5일 환자를 병원 1층 벤치에 방치했다. 휠체어를 탄 채 병원 로비로 옮겨진 환자는 두 시간쯤 머물다 사설구급차에 실려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 일반병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환자를 방치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병원 측은 진료거부나 일방적인 환자 방치가 아닌 정식 절차에 따라 퇴원시켰다고 해명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쉼터 같은 사회복지시설은 환자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요양병원은 진료비가 없다는 이유로 이송을 거절했고 환자 가족들은 인계를 거부했다”며 “원래 위장관출혈로 입원한 환자이고 질환치료를 모두 끝낸 뒤 퇴원 조치한 것이어서 진료 거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비를 내지 않아 미납확인서를 주며 서명을 요구했는데 환자가 서명해 퇴원에 동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병원이 쉼터나 요양병원과 연계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적절한 전원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집중 조사에 들어갔다. 현재 환자의 진료 요청이 있었는지, 의료인이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게 있었는지, 진료를 거부했다면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하는 중이다. 만약 진료 거부로 확인되면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불법이다. 의료법 제15조와 16조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의료인은 응급환자에 대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치를 해야 한다.

다만 환자가 더 이상 입원치료가 불필요하거나,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입원치료가 필요없는 상황임에도 지속적으로 입원치료를 요구할 땐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 진료비 체납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위법이다.

의료계에선 적극적인 전원 조치를 취하지 못한 부분은 병원 측이 도의적·윤리적 책임을 지는 게 맞지만 모든 문제를 병원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돈이 없어서 제 때 치료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겠지만 병원도 자선단체가 아니다”며 “이번 환자 방치 사건과는 별개로 주취자나 노숙자를 치료했다가 진료비를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병·의원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소병원 관계자는 “민간병원 입장에서 무조건 적자를 감수하고 무연고, 행려 환자를 계속 치료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진료거부가 불법이라는 점을 악용해 치료비를 ‘먹튀(먹고 튀다)’하는 환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공공병원이라는 특성상 노숙인이나 무연고 환자가 끊임없이 밀려오는데 치료비를 제대로 받지 못할 때가 많다”며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했을 뿐인데 진료비 미납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방만경영’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를 막기 위해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홍보 부족 탓에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 제도는 국가가 진료비를 대신 내주고 추후 상환하는 방식으로, 병원에 신분 확인과 함께 대불제도 이용을 요청하고 응급의료비 미납확인서를 작성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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