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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아성에 도전하는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 성공 가능성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7-03 17:46:08
  • 수정 2020-09-14 12: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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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컴퍼니 ‘레보아이’ 비용 40% 절감, 중소병원 공략

미래컴퍼니가 개발한 로봇수술 장비 ‘레보아이’
전세계 로봇수술 시장을 독점해왔던 다빈치로봇의 아성에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며 로봇수술 춘추전국시대를 열고 있다.

전세계 수술로봇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37억달러로 2025년엔 약 126억달러까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세계 로봇수술 건수는 지난해 기준 연간 87만7000여건이다.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수술로봇 ‘다빈치’가 전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다빈치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에 4666대가 공급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형 로봇들이 등장, 다빈치의 뒤를 바짝 쫓는 기세다. 정부가 로봇수술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지식경제부는 2008년부터 정형외과 관절치환수술 로봇 국산화에 5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국산 수술용 로봇 중에선 미래컴퍼니가 개발한 ‘레보아이’가 가장 먼저 실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레보아이는 다빈치와 유사한 제품으로 환자피부를 최소절개한 뒤 수술용 카메라와 4개의 로봇팔을 삽입해 3차원 영상을 보며 의사가 수술하는 시스템이다. 담낭이나 전립선을 절제하는 수술에 적용할 수 있다.

레보아이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미래컴퍼니 측은 레보아이의 임상시험 결과를 대외비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식약처의 최종 허가를 취득한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에서 다빈치 못잖은 성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나군호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다빈치가 할 수 있는 외과수술을 거의 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며 “전립선암처럼 섬세한 시술이 요구되는 분야까지 레보아이를 이용하면 훨씬 편리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현재 시스템당 30억원 정도인 다빈치로봇 도입 비용의 70% 선에서 레보아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의 수술비 부담도 다빈치 로봇수술보다 42%가량 낮아지게 된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경쟁사인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고가의 다빈치를 부담스러워하는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미래의료로봇연구단은 인체를 절개하지 않고도 사람의 몸속에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하는 내시경로봇 ‘케이-플렉스(K-FLEX)’ 개발에 성공했다. 이 수술로봇은 외부절개가 아닌 내부절개 방식이 적용돼 흉터가 남지 않고 수술 후 통증 및 회복시간, 세균감염 위험이 적다.

이밖에 전남대 로봇연구소의 ‘혈관치료 마이크로로봇’, 고영테크놀러지의 ‘이비인후과·신경외과 수술로봇’과 3D 뇌수술용 의료로봇 ‘제노가이드’, 서울아산병원의 ‘영상유도 중재시술로봇’, 현대중공업의 ‘근골격계 복구수술 로봇’,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안과 미세수술 로봇’이 연구 단계에 있다. 한국야쿠르트 계열사인 수술로봇 전문기업 큐렉소는 지난 2월 식약처로부터 무릎 인공관절수술에 쓰이는 ‘티솔루션원’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해외에서도 다빈치로봇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존슨앤드존슨, 메드트로닉 등 미국의 대형 의료기기 회사는 1~2년 안에 로봇수술 장비 출시를 예고했다.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도 앞다퉈 자체 복강경 수술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로봇수술 시장을 독점해왔던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점유율 유지를 위해 기존 장비보다 업그레이드된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회사가 오는 8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서 출시하는 ‘다빈치SP’는 로봇팔을 4개에서 1개로 줄인 차세대 단일공 수술로봇이다. 절개 부위가 더 최소화됐으며 몸 안의 깊숙한 부위까지 수술기구를 접근시킬 수 있다. 미국에서는 비뇨기과 수술용으로 허가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외과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술로봇 도입이 활발해지면 기기값과 수술 비용이 낮아지고 로봇수술의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 교수는 “기존 독점공급 시장에서 경쟁자가 늘면 서비스가 나아질 것이고, 문제로 지적된 비싼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며 “현재 로봇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개복수술·복강경수술보다 진료비를 4∼5배 더 부담해야 하는데 레보아이 등이 빠르게 상용화되면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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