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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필수품 1위 공기청정기 … ‘99.9%’ 과장광고 여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7-03 17:44:58
  • 수정 2018-12-10 11: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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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한된 실험조건 결과, 생활환경에선 정화율 떨어져 … CA 인증 공신력 의문, 일괄기준 없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날아오는 미세먼지 탓에 공기청정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덩달아 시장을 선점하려는 허위·과장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공기청정기 소비자 불만상담은 지난해 대비 2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세균 감소율 99.9%’ 등의 문구로 공기청정기 성능을 과장 광고한 코스모앤컴퍼니, 대유위니아, 제이에스피인터내셔널, SK매직(옛 동양매직), 교원, 오텍캐리어 등 6개 업체를 적발하고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또 코스모앤컴퍼니, 대유위니아, 제이에스피인터내셔널엔 총 7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에도 같은 혐의로 코웨이·삼성전자·위닉스·청호나이스·쿠쿠·에어비타·LG전자 등 7개 업체를 적발해 과징금 총 15억63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 회사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홈페이지나 카탈로그 등을 통해 공기청정기의 바이러스·세균 등 유해물질 제거 성능을 부풀려 광고해 소비자가 오인하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았다.

공정위는 일부 공기정청기 제조업체가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제품 성능정보를 은폐·누락하고, 제한적인 실험조건에서만 확인된 성능을 부각시킨 것을 문제로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험실이나 밀폐공간 같은 매우 제한된 조건에서 실험한 뒤 마치 실제 환경에서도 유해물질이 완벽히 제거되는 것처럼 소비자가 오인하도록 홍보했다”며 “실제 생활환경에서 공기청정기의 유해물질 제거율은 25~60%대 정도로 일부 업체가 홍보하는 ‘99.9%’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99.9%’ 같은 수치는 강조하면서 ‘본 제거율은 실험조건이며 실사용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와 같은 표현을 광고 하단에 작게 배치한 것은 공정한 홍보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기청정기는 공기를 정화하고 황사, 알레르기물질, 새집증후군의 원인인 유기화합물, 미세먼지 등을 제거해준다. 가정용 여과식 공기청정기는 공기를 흡입해 필터를 통과한 여과된 공기를 배출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최근에는 가습기 기능이 추가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기기마다 필터 교체 여부, 정화 면적(㎡), 전력소모량이 달라 사용자 환경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공기청정기의 성능은 한국공기청정기협회가 부여하는 CA(Clean Air) 인증 여부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마크는  공기청정기의 중요한 기능인 집진효율, 탈취효율, 소음, 적용면적, 오존발생농도 등에 대한 일정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 부여된다. 제품 개발사가 한국공기청정기협회에 인증을 요청하면 협회는 국책연구원인 시험지정기관에 제품성능 시험을 의뢰하고 시험결과를 토대로 인증마를 부여한다. CA 인증 통과 기준은 △집진 효율 70% 이상 △탈취 효율 60% 이상 △오존 발생량 0.05ppm 이하 △소음 45~55㏈(데시벨) 이내여야 한다. 
 
다만 CA 인증은 한국공기청정기협회가 부여하는 민간인증으로 정부가 주관하는 필수 인증 항목은 아니어서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잖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인증하는 ‘환경마크’는 에너지소비효율도 함께 평가하는 등 인증기준이 더 까다롭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환경마크는 CA 인증 항목에 더해 에너지소비효율도 함께 평가하므로 인증기준을 맞추기 어렵고 의무 규정이 아니어서 제조사들이 굳이 취득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공기청정기를 출시하려면 전자파 발생 정도 등 제품의 안전성을 점검하는 KC인증만 받으면 되고, 성능 부분은 정부가 정한 의무규정이 없어 공기청정협회가 발급하는 CA인증으로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조사 입장에서도 국가가 주관하는 일률적인 기준이 정해지면 오히려 제품 개발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는 공기정화 방식에 따라 헤파필터식, 전기집진식, 워터필터식으로 나뉜다. 냄새 제거가 목적이면 전기집진식, 먼지 제거를 위해서라면 필터방식을 선택하는 게 좋다.
가족 중 임산부, 영유아, 아토피 환자, 호흡기가 약한 사람, 노인 등이 있으면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제거가 우선이다. 이럴 땐 팬이 없는 음이온 제품보다는 흡입력이 강하고 살균 기능을 갖추고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거주 중인 집이 3년 이내 신축이라면 실내 건축자재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을 고려해야 한다. 미세먼지 제거와 탈취력이 뛰어난 필터가 들어 있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집이 도심이나 도로변에 있다면 1시간 동안 주거공간 전체 공기를 3~5회 순환할 수 있는 강력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도록 한다.
집이 넓다면 정화 면적이 적은 제품을 여러 대 사용하는 게 좋다. 즉 정화 면적 40㎡ 두 대가 80㎡ 제품 한 대보다 효율성이 높다.

국내 공기청정기에는 대부분 헤파필터가 달려 있다. 헤파필터는 0.3㎛(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 크기의 입자를 걸러 주는 필터다. H10부터 H14까지 있으며 숫자가 높을수록 성능이 좋다. 제한된 실험조건에서 H12 등급은 0.3㎛ 크기의 미세먼지를 99.5%, H13은 99.95%, H14는 99.995%까지 걸러준다. 국내에서 시판하는 공기청정기는 대개 H13급 이상 필터를 사용한다. 실제 생활환경에선 정화율이 떨어지므로 공기청정기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하루 12시간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6개월마다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 틈틈이 창문을 열고 실내 공기를 환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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