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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암치료 받고 사라지는 외국인 건강보험 ‘먹튀’族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6-11 20:34:32
  • 수정 2020-09-13 14: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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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보 부정수급 건수 17만여건 … 3개월 체류해 자격 취득, 고액치료 후 도피성 출국
외국인을 대상으로 1000위안(약 17만원) 정도만 주면 건강보험 부정수급을 도와주는 브로커들의 수가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베트남인 A씨는 국내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의 건강보험증을 도용해 흉부종양을 치료하고 4100만원을 부당하게 타갔지만 뒤늦게 이를 파악한 보건당국은 별다른 환수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중국인 B씨는 자국 병원에서 ‘다제내성 폐결핵’ 진단을 받고 지난해 하반기 단기 관광객으로 한국에 입국해 몇 개월간 국내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았다. 치료비가 약 3000만원이 나왔지만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두 사건 모두 한국 정부의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 사각지대를 악용한 사례다. 

건강보험 ‘먹튀(먹고 튀었다의 준말)’ 외국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리 보험수급 자격이 상실되더라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허점 등을 악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KiRi고령화리뷰에 따르면 2013~2016년 재외국민 및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건수가 16만683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내국인 부정수급 건수(6만9549건)의 2.4배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국내 장기체류하는 재외국민 및 외국인의 의료권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에 대해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허용하고 있다. 1999년 건강보험법 제정 당시에는 본인 신청에 따라 적용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했지만 이후 내국인과 같이 건강보험적용사업장에 임용이나 채용된 날 건강보험가입자로 편입되도록 변경됐다. 입국일부터 3개월이 경과한 경우나 유학, 결혼 등의 이유로 3개월 이상 거주하는 이도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국내에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외국인은 해마다 늘어 2012년 58만명에서 2017년 91만명으로 연평균 10.6% 증가했다. 이는 전체 건강보험 적용인구의 1.79%에 달한다.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국적은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이 51.4%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8.8%, 미국 4.5%, 필리핀 3.6%, 태국 2.5%, 일본 1.8%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지역가입자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11만300원으로 최근 5년간 6.4% 늘었다. 덩달아 외국인 지역가입자에서 발생한 건강보험 재정적자도 2012년 873억원에서 205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건강보험 적용대상 외국인이 늘어날수록 부정수급 비율도 높아졌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기인한다. 내국인은 6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체납하면 보험급여가 즉시 중단되지만 외국인은 자격상실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없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의 경우 3개월 거주기간을 충족하면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서 내국인과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며 “이를 악용한 사례가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3개월만 체류해 건강보험에 가입한 뒤 고액진료 혜택을 받은 뒤 출국해 버리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3개월을 체류한 다른 외국인의 신분증을 도용해 진료받는 사례도 흔하게 발생한다. 보건당국은 이처럼 건강보험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 단기간 한국에 체류하는 ‘건보 무임승차자’자가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외국인이 남의 건강보험증을 빌리거나 도용하다 적발된 건수는 7만4675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3년 1만97건에서 2016년 1만9979건으로 2배 가까이 늘았다. 국내에서 6년간 체류하고 있는 한 중국인 유학생은 “1000위안(약 17만원) 정도만 주면 건강보험 부정수급을 도와준다는 일명 브로커들이 적잖다”며 “한국 정부가 처벌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브로커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개인정보를 지금보다 체계적이고 세분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안으로 부상하는 게 IC카드(초소형 컴퓨터를 내장한 카드)형 건강보험증 발급이다.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급여진료 내역을 포함한 IC카드를 이용하고 외국처럼 건강보험료를 1년 이상 납부해야 건강보험증을 발급해 주는 등 신분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국회와 보건당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건강보험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추진 중이다. 현재는 국내에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본인의 필요에 따라 건강보험에 지역가입자로 가입할 수 있지만 개선안에 따르면 최소체류기간을 6개월로 바꾸고 가입 역시 의무로 전환된다. 임의 가입과 짧은 체류 기간을 악용, 단기간 입국해 고액진료를 받은 뒤 다시 출국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외국인은 국내에 소득 재산이 없거나 파악이 곤란한 경우가 많아 건강보험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부담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외국인 지역가입자 세대에 대해 전년도 건강보험 가입자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하기로 했다. 국민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영주권자, 결혼이민자의 경우 현재와 같이 보유한 소득 재산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한다. 보험료 일부가 경감되는 유학·종교 등 체류자격 외에 난민과 인도적 체류 허가자에 대해서도 보험료 일부를 낮출 계획이다.

처벌도 강화된다.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증을 사용해 진료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사람은 앞으로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 처벌을 받는다. 이는 주민등록번호 도용, 국민연금 부정수급 등 비슷한 불법행위와 동일 수준의 처벌이다. 현재는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 처벌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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