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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앉아서 고개돌리면 ‘핑’ 빈혈 아닌 이석증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6-07 19:54:43
  • 수정 2020-09-13 15: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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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가진단해 철분제 복용시 역효과 … 폐경기여성 칼슘대사 장애로 발생률 높아
이석증은 빈혈과 달리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는 등 머리를 움직일 때에만 어지럽고 자세를 바꿔주면 증상이 나아지는 게 특징이다.
51세 여성 김 모씨는 1년 전부터 심한 어지럼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처음엔 단순한 빈혈로 생각해 휴식을 취하거나 철분제를 복용했지만 증상이 나이지지 않았다. 구토와 구역질까지 동반되자 고민 끝에 병원을 찾은 결과 이석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흔히 어지럼증을 느끼면 빈혈을 의심해 철분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원인이 귀와 뇌의 이상일 경우도 많아 조금 어지럽다고 무작정 철분제를 복용하다간 철분 과다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어지럼증의 80% 정도는 귀 문제로 발생한다. 귀에는 소리를 듣는 내이전정의 달팽이관 외에 평형기관이 존재한다. 평형기관은 회전운동을 감지하는 반고리관과 전후·좌우·상하 운동을 감지하는 이석기관(난형낭·구형낭)으로 구성된다. 반고리관은 림프액이 들어있어 액체의 움직임으로 회전감각을 감지한다. 이석기관은 이석이라고 하는 작은 칼슘덩어리의 움직임으로 직선 가속도를 감지하는 게 주 역할이다.

이석증은 이석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들어가 평형감각을 떨어뜨리고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이석이 몸의 회전과 가속을 느끼는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고개를 돌릴 때 자신을 중심으로 빙빙 도는 느낌이 들면서 어지럽고 구역, 구토, 이명, 눈이 좌우로 움직이는 수평성 안진 등이 동반된다. 빈혈과 달리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는 등 머리를 움직일 때에만 어지럽고 자세를 바꿔주면 증상이 나아지는 게 특징이다. 발생 위치에 따라 후반고리관, 상반고리관, 수평반고리관 이석증으로 분류한다. 이 중에서 후반고리관 이석증이 가장 흔하다. 

이 질환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폐경기의 여성은 이석증에 더욱 취약하다. 2017년 이석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35만여명 중 여성이 25만명으로 남성보다 2.5배 많았다. 특히 50대 이상 폐경 여성이 전체 여성 환자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변재용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칼슘대사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된다”며 “남성보다 칼슘대사가 취약한 여성, 특히 폐경기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칼슘대사장애가 생길 수 있어 이석증 발생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이밖에 헬스클럽에서 근육을 풀어주는 진동벨트를 목 부분에 대거나, 차에 오르다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물구나무서기 등 거꾸로 자세를 자주 취하면 이석이 떨어져 나올 수 있다. 노화, 골다공증, 중이염, 편두통, 돌발성난청, 귀수술 부작용 등도 발병원인으로 꼽힌다. 또 장기간 침대생활을 하면 고인 저수지에 잔돌이 뭉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이석이 생성되기도 한다.

이 질환은 보통 비디오 안진검사로 진단한다. 환자를 다양한 자세로 눕혀놓은 뒤 눈의 움직임인 안진을 관찰한다. 후반고리관 이석증은 몸을 한쪽으로 돌려 눕히는 자세를 취하면 눈이 위로 올라가면서 심한 회전성 안진이 나타난다. 가반고리관 이석증은 몸을 돌리거나 고개를 한쪽으로 돌릴 때 나타난다. 수평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심한 수평형 안진이 나타나면 가반고리관 이석증을 진단할 수 있다.

2주나 한 달 정도면 대부분 자연 치유되며 약 복용이나 수술까지 필요한 경우가 드물다. 드문 확률로 어지럼증이 너무 심할 땐 약물치료와 이석치환술로 증상을 개선한다. 이석치환술은 절개수술이 아니라 머리와 자세를 바꿔가며 빠져나온 이석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비수술적 치료법이다.

자가치료법으로는 이석습성화법이 대표적이다. 가만히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천장을 보면서 한쪽으로 눕는다. 천장을 보면서 1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일어나고, 반대편을 보고 다시 천장을 보면서 불순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30~60초 기다린 뒤 일어난다. 이 방법을 아침·저녁으로 10회가량 실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석증은 언제든지 이석이 다시 반고리관으로 나올 수 있어 재발 위험이 높다. 변재용 교수는 “외상, 노화, 스트레스, 만성피로, 면역력 저하 등 내 몸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이석증이 생길 수 있다”며 “충분한 수면을 통해 피로를 해소하고, 고개를 심하게 돌리거나 젖히는 동작을 삼가며, 심한 진동을 일으킬 수 있는 놀이공원 등 장소는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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