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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현실화, 의료·한의계 한방 난임치료 효과 진실공방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5-09 08:50:07
  • 수정 2020-09-13 15: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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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뜸·한약으로 스트레스·찬기운 다스려 임신성공률 높여 … 의료계 “임상근거 확보가 우선”
의료계는 지방자치단체의 한방 난임치료비 지원사업의 임신성공률이 난임여성 자연임신율인 20~2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극심한 저출산으로 인구절벽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한방난임 치료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방난임 치료비에 대한 지원이 대폭 확대되자 의료계는 명확한 임상 근거도 없이 국민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반면 한의계는 아직 사업 초기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 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무작정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올해 출산율이 1.0명 밑으로 추락하고, 출산 아동이 2022년 이전 2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간한 ‘2017 세계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98개국 중 합계 출산율이 1.0명 이하인 나라는 없다. 초저출산의 기준인 1.3명 이하인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9개국에 불과하다.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과도한 전세 대출, 주거 불안정, 취업난, 여성의 경력단절 등 사회경제적이 요인이 꼽힌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다’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과 출산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난임 부부들은 경제적 사정과 상관없이 간절히 아이를 원하는 데도 그렇지 못해 심한 좌절감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난임 환자수는 2004년 12만7000명에서 2016년 22만1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개 일주일에 2회 이상 피임 없이 부부관계를 가지면 임신가능성이 20%, 1년을 유지하면 85%다.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불구하고 1년 이내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불임 또는 난임이라 진단된다. 35세 이상인 난임 부부는 난소 및 정자 기능이 저하돼 6개월 안에 임신이 되지 않으면 바로 치료받아야 임신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흔히 난임을 여성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성요인에 의한 불임이 40% 이상을 차지하므로 부부가 함께 검사 및 치료받아야 한다. 혈액검사, 호르몬검사, 골반초음파검사, 남성의 정자 상태를 검사하는 정액검사, 난관조영술 등으로 현재 상태를 진단한 뒤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에 들어간다.

최근엔 한방난임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14개 시·도가 한의약 임신·출산 지원 정책에 쏟아부은 예산만 739억원에 달한다. 한의학은 난소·자궁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체질과 신체 균형을 고려해 난임 원인을 찾는다. 한방에서 보는 난임의 주된 원인은 △난소·자궁 등 여성 생식기능 허약 △심한 스트레스 △빈혈 등에 의한 신체허약 △비만 또는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근종·자궁내막증 등 자궁질환이 대표적이다.

이은경 한의협 기획이사는 “스트레스로 간의 기운이 막히고 자궁을 지지해주는 중요한 경락인 임맥과 대맥이 차가워지면 난임이 될 수 있다”며 “배란장애는 물론 나팔관·자궁 등 평활근에 경련이 일어나 정자·난자가 만나 수정하고 수정란이 자궁내막으로 내려와 착상되는 과정이 방해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약·침 치료는 스트레스를 완화해 원인불명의 난임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했다.

한방 난임 진단은 진맥, 배의 통증과 온도 등을 살피는 복진(腹診)을 통해 이뤄진다. 원인을 찾으면 한약, 침, 뜸 등으로 치료한다. 난임 여성은 대개 머리 쪽 기가 많이 부족하고 자궁 쪽에 기와 혈액이 정체돼 있다. 생리가 불규칙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여성에게는 숙지황과 향부자 등이 들어간 한약을 처방한다. 몸이 차거나 허약한 여성은 당귀가 들어간 한약이 적합하다. 배, 손, 발 등에 놓는 침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생리와 배란 주기를 정상으로 되돌린다.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막고 난소 혈류량을 증가시켜 임신에 도움을 준다.

의료계는 한방난임 치료비 지원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가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실시하는 전국 27개 지방자치단체를 분석한 결과 8.4개월간의 사업기간 한방난임사업 평균 임신성공률은 10.5%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해당 수치는 난임여성 집단의 자연임신율 20~2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라며 “한방난임치료사업의 효과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어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의계는 한방 난임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엔 아무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건강보험을 적용해 난임부부의 치료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한의약 난임치료사업 제도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이은경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만 35세 이상 고령출산이 2010년 10.6%에서 2015년에는 23.9%로 치솟았지만 국가 난임치료사업은 여전히 보조생식술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침과 뜸같은 한의약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임산부가 자연스럽게 출산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의약 난임시술은 자연친화적 방법으로 임신 전 배란불순을 개선해 착상률을 높이고, 임신의 유지 및 안전한 출산까지 임신 전 과정에서 산모와 태아를 건강하게 관리한다”며 “한의약 난임치료 임신율은 20% 이상, 안전성은 임상화학자료 분석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의계 관계자는 “어느 한쪽이 무조건 옳다는 게 아니라 양방과 한방의 장점만을 모아 출산율을 높이자는 것인데 무조건 반대하니 안타까울 뿐”이라며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를 위해 조속히 의사와 한의사가 한 데 모여 난임치료 관련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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