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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여파 의료한류 위기설 ‘솔솔’ … 국내병원 ‘매너리즘’도 원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5-07 08:29:46
  • 수정 2021-05-30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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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외국인 환자 32만명, 전년대비 12% 감소 … 치료비 덤핑, 의료 질 감소 악순환
 외국인 환자가 줄어든 것은 2009년 정부가 해외 환자 유치를 허용한 뒤 처음이다.
지난해 불거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인 환자가 급감한 가운데 러시아, 중동, 동남아시아 환자까지 줄면서 ‘의료한류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80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시장 선점을 위한 한국·일본·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제 정세 변화, 통화가치 하락 등 환경적 요인에 더해 국내 병원들의 ‘매너리즘’도 해외 환자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가만히 있어도 올 사람은 온다’는 안일함에 단기적인 수익 향상에만 집중하고, 홍보마케팅과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및 다양화엔 관심을 가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32만1574명으로 2016년보다 12% 감소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외국인 환자가 줄어든 것은 2009년 정부가 해외 환자 유치를 허용한 뒤 처음이다. 외국인 환자 진료 수입도 2016년 8606억원에서 지난해 6398억원으로 26% 급감했다.

사드 사태의 여파가 컸다. 한국 의료기관을 찾은 중국인 환자는 지난해 9만9837명으로 2016년(12만7648명)보다 22% 줄었다. 환자가 줄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병원들은 치료비 인하 카드를 내세웠지만 의료의 질 하락이라는 역효과만 낳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 후 환자가 급감하면서 대규모로 투자했던 의료기관들이 치료비 덤핑을 하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고 점차 한국의료 브랜드에 의구심을 갖는 해외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병원 국제진료센터 관계자는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해외환자가 급감해 실적이 급감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 되고 있다”며 “동남아시아나 유럽 국가 등에서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다변화 전략을 세우고, 치료 후 회복까지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한류의 한 축을 이뤘던 러시아 환자도 지난해 2만4859명으로 전년보다 2.6% 줄었다. 루블화 가치 폭락이 가장 큰 요인을 꼽힌다. 2014년 말부터 시작된 러시아 경제위기는 의료한류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로 서방세계가 경제 제재를 가하고, 미국의 셰일가스(shale gas) 개발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러시아 경제는 흔들렸다. 내수시장 개선에 힘쓰지 않고 석유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였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2014년 11월 루블당 30원에서 17원대로 폭락했다. 지난 4월에야 급락 현상이 주춤했지만 안정화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루블화 폭락은 국내 러시아 환자의 감소로 이어졌다. 화폐 가치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의료관광에 필요한 비용이 2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의 경우 러시아 환자가 30~40% 가량 줄었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정기검진이 필요한 환자는 계속 병원을 찾지만 건강검진, 암수술, 안과수술 등을 새로 진료 및 치료하는 환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며 “환자 수가 아닌 진료수입을 기준으로 삼으면 6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환자는 해외환자를 유치해 온 의료기관들 사이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다른 국가 환자에 비해 입원 및 치료기간이 긴 중증질환 환자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환자 중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는 비율은 약 21%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26.8%), 카자흐스탄(22.9%)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입원 기간이 길고 고가의 치료제를 사용하는 중증질환 특성상 이들이 쓰는 진료비도 다른 국가 환자보다 많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 진료비는 평균 180만원 가량인데, 러시아 환자는 360만원이 넘는다. 특히 치료비가 비싼 불임치료의 경우 외국인 환자 중 러시아인의 비율이 20.6%로 가장 많다. C 병원 국제진료센터 관계자는 “러시아 환자는 암, 관절질환, 심뇌혈관질환 등 중증·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아 1인 진료비가 최고 1000만원을 웃도는 등 외국인 환자 중에서도 VIP급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보다 전체 진료비 중 해외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수익 면에서 타격이 크다”며 “겉보기엔 한국을 찾는 해외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료비는 오히려 떨어지는 등 내실 면에서 빛좋은 개살구인 셈”라고 우려했다.

경제적으로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카자흐스탄이나 몽골도 경제불황으로 환자가 감소했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 인접 국가 환자들은 한국 대신 의료비가 낮은 러시아로 향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의료관광협회는 환율 때문에 러시아를 찾은 독립국가연합(CIS) 환자가 60% 늘었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오는 환자도 줄었다. 베트남은 비자 발급의 어려움, 필리핀은 페소화 가치 하락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류 영향으로 태국에서 한국을 찾은 환자는 지난해 6137명으로 전년(3933명)보다 56% 증가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성형외과를 찾았다.

일본 등 의료관광 경쟁국의 부상도 악재로 꼽힌다. 일본은 한국보다 국제의료사업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우수한 기초의학 및 의료인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제 의료관광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에 힘입어 정부가 관광 분야에 대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국제 헬스케어 분야에서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외국인 환자 감소가 한계에 부딪힌 한국 의료 관광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가 한국 의료기관을 찾을 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한류에 편승하는 일회성 마케팅에 치중하기보다 장기적으로 한국 의료 브랜드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인 환자가 찾을 수 있는 국제병원을 열고 집중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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