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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대학 설립 찬반 논쟁 … 의료계 “효용성 의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5-01 18:07:28
  • 수정 2020-09-12 14: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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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생 최소 9년 의료취약지 의무 복무, 학비 무료 … 의료인력 과잉공급 우려도
서남대 전경

최근 폐교된 서남대가 위치한 전북 남원에 오는 2022년까지 공공의료대학을 설립하는 방안이 발표되자 의료계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최근 당정협의를 열고 “2022년 또는 2023년 개교를 목표로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공의료대학은 지역별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응급·외상·분만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의료에 종사할 인력을 양성한다.  신설될 공공의대는 서남대 의대와 마찬가지로 전북 남원에 정원 49명 규모로 설립된다. 학생들은 국립중앙의료원과 전북 지역 공공병원 등 협력병원에서 순환교육을 받게 된다.

학비가 전액 무료인 대신 졸업생은 의료 취약지역에서 최소 9년 이상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의료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에 정부가 직접 의사를 배출·파견해 의료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의사 면허만 취득한 뒤 의무 복무를 이행하지 않는 이른바 ‘먹튀’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당정은 졸업생이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학비를 전액 반납해도 의사 면허를 주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원이 엄격히 제한된 의대의 특성상 이를 추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의대가 있는 서남대학이 폐교하면서 이곳 의대 정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란 취지에 맞게 학생 선발 시 시·도별 할당제를 도입하고, 졸업 후엔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 자신이 지원한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 복무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1972년부터 매년 120명의 공공의료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공공의료대학 설립안이 발표되면서 그동안 지역내 의대 설립을 추진했던 지역 교육기관들과 국회의원들은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상실감이 큰 곳은 서울시립대학교와 서울시다. 교육부의 서남대 폐교 결정 이후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부상했던 만큼 당혹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서남대 인수 의향을 밝히며 서울시 및 서울의료원과 연계한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서울시립대 남원캠퍼스를 공공의대로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서울시도 서울시립대 의대 설립에 힘을 실었지만 국립공공의료대 설립 방안이 발표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목포대와 순천대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목포대는 그동안 야심하게 의대 유치를 추진해왔다. 올해 정부 예산 중 목포대 의대 설립 타당성 용역 예산이 편성되기도 했다.순천시의 경우 시의회까지 나서  지난해 8월 지역 내 의과대학 유치를 위해 국회,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기관을 방문하며 당위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의사단체들도 공공의대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지역 의료격차 및 의료취약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단순히 공공분야에서 일할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존에도 충분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몇 년 뒤 정권이 바뀌면 추진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 순천의료원, 이번 정부에서는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이 추진됐다”며 “2022년에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또 어떻게 바뀔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매년 40개 의대에서 2600여명의 의사가 꾸준히 배출되고 있어 의료인력 공급과잉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근본원인에 대한 대책 없이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 같은 미봉책만으로는 국가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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