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구속된 것을 두고 의료계 안팎이 시끄럽다.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는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인 반면 의사단체들은 여론몰이식 ‘마녀사냥’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달 초 검찰은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주치의인 조모 교수와 박모 교수, 수간호사 한 명 등 총 3명의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의료사고로 의료진이 구속된 것은 손에 꼽힐 만큼 이례적이다. 2016년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일으킨 다나의원 원장 이후로 처음이다.
이후 조 교수는 구속적부심사에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보증금 1억원을 내고 석방됐지만 다른 두 명의 의료진은 아직 구속 수감된 상태다.
지난해 12월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환아 4명이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던 중 오후 9시32분께부터 오후 10시53분께 사이 순차적으로 숨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신생아들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Citrobacter freundii)에 오염된 지질영양 주사제를 맞고 균 감염(패혈증)으로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을 마음의 준비도 없이, 허무하게 떠나보내야 하는 유가족의 슬픔은 글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국민들도 분노했다. 의료진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누군가는 이번 사건에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그 책임과 국민적 공분이 의료진 몇 명에게만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네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사건은 정부 지원 부재, 신생아관리시스템 부실, 인력 부족 등 의료계 내부의 총체적 문제가 곪아 터져 발생했다.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 할 곳은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다. 해당 병원은 사건 당시 감염관리 항목 51개 중 50개에서 ‘상’등급을 받아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시스템의 부실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환자·신생아 분야의 경우 진료할수록 손해를 보는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을 방치한 책임도 크다. 정부가 여론에 편승해 특정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진 구속이 가뜩이나 열악한 응급환자·중환자·신생아 분야를 더 퇴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 분야는 노동강도가 세고 수가는 낮아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사고 발생시 무조건 의료진을 법적으로 처벌하면 대체 누가 중환자 및 신생아 진료를 맡겠냐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다만 의료진 구속의 적절성 여부와는 별개로 마치 의사가 피해자인 것처럼 주장하는 일부 의료인들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 아무리 시스템적인 문제라도 최종적인 환자관리 책임은 분명 의사에게 있다. 의료진 구속의 부당함을 주장하기 전 유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