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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다래끼 치료에 왠 ‘정밀혈액검사’에 ‘안와 CT’까지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8-02-27 17:51:49
  • 수정 2018-04-03 22: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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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럭셔리 동네안과는 ‘환부’ 만져보지도 않고 … 안과전문병원에선 확진에 필요하다며 과잉검사

다래끼 짜는데 병원 4번 방문 … 총진료비 27만원, 본인부담금 11만원에 공단부담금 16만원 낭비

지난 1월말 육아 스트레스를 풀러 동해안 겨울바다 여행을 준비하던 주부 H씨(42)는 갑자기 눈다래끼가 생겼다. 여행지인 강원도 삼척에서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면 주말인 데다 열악한 의료인프라 때문에 응급조치도 불가할 것이란 걱정이 들었다. 부랴부랴 인근 서울 이촌동의 C안과를 찾아갔다. 부촌 아파트단지에 자리잡은 안과라 인테리어나 의사의 이력이 화려했다.

하지만 이 곳 안과의사는 면봉으로 다래끼 부위를 훑어보더니 별 것 아닌 듯 항생제 및 소염제 점안제를 처방했다. 의학상식으로 볼 때 눈다래끼는 그냥 두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좋아진다. 다만 증상 완화를 위해 더운 찜질, 항생제 안약 및 안연고를 점안하거나 경구용 항생제를 복용해 치료를 앞당기게 된다. 심하면 절개를 통해 염증의 근원을 노출시키고 배농으로 회복을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H씨는 다음날 오히려 증상이 악화됐다. 겉보기에 으리으리한 안과도 별 게 아니라는 생각에 지역커뮤니티인 ‘동커’ 카페에 들어가보니 C안과에 대한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져 있었다.
한 환자는 “다래끼로 두 번 C안과를 찾아갔는데 오진이었다”며 “나중에 영등포 K안과병원을 찾아갔더니 누선염으로 진단돼 염증 부위를 째서 고름을 짜냈고, 처음부터 제대로 진단했으면 눈물샘에 염증이 생겨서 며칠간 눈이 퉁퉁 붓는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 환자는 또 “안구건조증과 가려움증 때문에 인공눈물 처방만 원했는데 병원이 ‘눈꺼풀 염증 닦아내는 클리너’를 건네주면서 4만5000원짜리 결제를 요구했다”며 “환자 동의도 구하지 않고 비싼 제품을 자기 맘대로 주는 병원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C안과는 이런 불만을 접수하자 동네 카페에 “용산구는 금천구에 이어 서울에서 의료기관이 두번째로 적은 의료 불모지와 다름없다”며 “용산 지역의 눈 보건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해명을 올렸다. 아울러 그동안의 다양한 무료 의료봉사 실적을 홍보했다. 이에 환자는 “의료봉사 실적과 환자의 성실한 진료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반박했다.

H씨는 C안과의 불만을 커뮤니티를 통해 파악하자 영등포의 K안과병원을 신뢰하게 됐다. 이에 K안과에 들렀지만 담당의사 L씨는 대뜸 올해 건강검진 받았느냐고 물었다. 아직 받지 않았다고 답하자 반가운 듯 치료방침 결정에 필요할 지 모르니 일반 건강검진(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X선검사 심전도검사)도 받고, 혹시 다래끼 이상의 중증 누선염이나 누낭염일지도 모르니 안와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으라고 권했다.

힘겹게 육아하는 도중 속시원하게 다래끼나 째줄까 기대하고 갔더니 의사는 환자의 속사정도 모르고 2018년도 일반검진(건보공단의 짝수년도 출생자 무상지원)에다가 10만9000원 상당(본인부담금 4만3700원 상당)의 안와 CT를 턱 안겼다. 간염 정밀혈액검사도 추가됐다. H씨는 감히 의사에게 따지지도 않고 일방적 과잉검사에 돈과 시간을 써야 했다.

다음날엔 담당의사가 C씨로 바뀌더니 전날 안와 CT 검사결과는 참작했는지 안했는지 알 수도 없게 “이것 다래끼이니 짜야겠네”라고 결정했다. H씨는 “어차피 맥립종(속다래끼)이면 전날 짜면 될 것이지, 왜 하루를 늦춰 사람을 고생시키는지 모르겠다”며 “전날 검사결과가 언제 나오냐고 검사요원에게 묻자 ‘내일 오후에 나온다’고 답변했는데 다음날 오전에 진료받을 것을 알면서도 다음날 오후에 판독이 나오도록 시간을 잡았다면 그야말로 필요없는 검사를 억지로 시켰다는 증거”라고 분노했다. 다래끼를 짜야 할 수준인데 약만 처방하고만 동네 C안과에 대한 원망은 더할 나위 없이 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행 첫 날이자, 속다래끼를 짼 다음날에도 눈은 퉁퉁 부었다. 여행을 마치고 연유를 파악해보니 속다래끼 중 더 깊은 곳에 있은 것은 짜지 않아 염증물질 배출이 완벽히 제거되지 않았고 뿌리가 남다보니 염증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서울 강남구의 한 레이저시력교정 안과 전문의는 “안와 CT는 중증 누선염이나 누낭염, 누낭종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할 수 있지만 CT가 갖춰져 있지 않는 안과는 다래끼나 누선염 진단에 이를 활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안과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다래끼 같은 질환은 치료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증상 초기엔 속립종인지, 누선염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약만 써도 될지 째서 염증물질을 배출해야 할지 판단이 모호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H씨는 사소한 질환으로 간주되는 맥립종 치료에 4섯차례에 걸쳐 총 27만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들여야 했다. 전부 건강보험 급여처리됐지만 11만원의 적잖은 본인부담금을 지출해야 했다. 또 16만원의 공단부담금이 낭비됐다. 더욱이 10만9000원 상당의 안와 CT 비용 진료비는 허공에 뿌린 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H씨는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실손보험을 통해 전액 청구했다. 실손보험에 사람들이 점차 많이 가입하고 해마다 보험료가 올라가는 이유의 하나다.

H씨는 오로지 눈다래끼가 빨리 완화되는 데 초점을 맞춰 병원을 찾았는데 안과의사가 △육안으로 쉬운 질환을 가려내지 못한 점 △이런 저런 중증 가능성을 제기하며 다양한 검사를 시킨 점 △증상이 발현한 당일 바로 째지 않고 이틀이나 지나서 처치가 이뤄진 점 △그나마 뿌리까지 완전히 뽑지 못해 한번 더 환부를 째야 했던 점 등에 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H씨의 친구인 L씨(영등포구 당산동 거주·42·여)는 “우리 동네사람은 K안과병원이 과잉진료를 많이 한다는 소문을 들어서 웬만한 안과질환은 그냥 동네 안과에 가서 불편을 해소하고 온다”며 “용산구 부촌에서도 제대로 된 안과가 없어 영등포까지 찾아온 게 의아스럽다”고 꼬집었다. 백내장, 망막질환에 첨단의료가 힘을 발휘한다고 하지만 막상 눈앞의 다래끼마저 속 시원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한강다리를 오가며 치료해야 하는 현실이 기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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