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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보조인력 합법화 논란, 전공의·대형병원 동상이몽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2-26 07:12:41
  • 수정 2020-09-13 15: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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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단체, 非의료인 영역 침범 경계 … 인력난 해소 위해 필수불가결 주장도
전공의 등 의료계 일부는 진료보조인력(PA)을 ‘무면허보조인력’(UA)로 폄하하며 제도화를 반대하지만,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일각에선 합법화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최근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특별법’ 시행, 비인기과 기피 등으로 의료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PA) 합법화를 두고 의료계가 내홍에 휩싸였다. 생존권을 위해 결사 반대를 외치는 전공의·의사단체와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대형병원·간호사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진료보조인력은 병원내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의 업무 중 일부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간호사,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간호사가 전체의 95%를 차지한다. 현행법상 국내에선 불법이지만 국립대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들은 의료인력 부족을 이유로 암암리에 PA를 두고 있다. 

현재 국내의 PA 숫자는 3000여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간호사회가 최근 공개한 ‘2017년 병원 간호인력 배치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PA 간호사는 내과계 914명, 외과계 2439명 등 총 3353명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2921명보다 증가한 수치다. 병원 규모별로는 상급종합병원의 PA 수가 1908명으로 가장 많았고 종합병원이 1420명, 병원은 25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국립대병원의 상당수가 부족한 인원을 PA로 대체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국립대병원 PA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등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의 PA 수는 2017년 기준 897명에 달했다.
서울대병원이 250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상대병원(194명), 부산대병원(128명), 전남대병원(63명), 전북대병원(58명) 등이 뒤를 이었다. 과목별로는 외과(178명), 내과(127명), 흉부외과(68명), 산부인과(56명), 정형외과(48명), 마취통증의학과(42명) 순이었다.
국내와 달리 미국에선 PA가 합법화돼 2~4년의 교육기간을 거치면 자격을 획득할 수 있으며 오더리(orderly) 또는 테크니션(technician)으로도 불린다. 

전공의들은 가뜩이나 열악환 수련환경 속에서 PA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위기의식과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병원들은 인력 부족 등 환경적·재정적 요인에 의해 PA 운용이 어쩔 수 없다고 입장이지만 이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수련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전공의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진료 인프라가 아직도 미흡한 국내 상황에서 불법적인 PA제도를 제도화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PA는 잡일 외엔 의사의 진료 및 수술을 대신하지 못하므로 전공의 업무시간이 줄어드는 것과는 연관성이 없으며 수련과정의 개선, 의사인력의 재분배, 수련병원의 평준화 등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진료보조인력을 PA가 아니라 ‘무면허보조인력(unlicensed assistant)’의 약자인 UA로 불러야 한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의료계에 따르면 PA가 해당 교수나 전공의 명의로 처방을 입력하거나, 응급실에서 초진을 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후 봉합이나 응급실 환자 상처봉합 등에 의사 대신 참여해 환자 안전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처방·수술·처치가 이뤄졌다면 엄연히 불법이지만 수술실 등에 직접 들어가 확인하기란 현실적을 쉽지 않다”며 “PA 관련 이해당사자들과 협의해 해결점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형병원들은 PA제도 양성화를 바라는 눈치다. 당장 일할 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초짜’ 전공의보다 진료 및 수술 현장에 익숙한 PA가 활용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성공한 것은 PA 등 보조인력이나 호스피탈리스트 등 대체인력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져 가능했던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전공의특별법에는 찬성하면서 PA 등 대체인력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상호 모순되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시 전공의 업무 일부를 담당할 수 있는 대체인력만 3600여명이 필요하고 여기에 전체 3500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되는 상황”이라며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시 전공의 업무를 담당할 인력 수급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형병원은 물론 지방 및 중소병원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환자안전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병원에선 신입 간호사에게 ‘발령을 빨리 받으려면 PA를 지원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대한간호협회도 ‘전문간호사’가 PA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협 관계자는 “전문간호사들은 힘들게 공부해 자격증을 땄어도 현장에서 대우가 좋은 편이 아니다”며 “PA업무를 전문간호사가 수행하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의 질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부터 시행된 전문간호사(Advanced Practice Nurse, APN) 제도는 가정·감염관리·노인·마취·보건·산업·아동·응급·임상·정신·종양·중환자·호스피스 등 13개 분야에서 인정되고 있다. 최근 10년 이내에 해당 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한 교육기관(대학원 수준)에서 전문간호사 과정을 이수하면 된다. 2015년 말 기준 국내 전문간호사는 1만4176명이며, 이 중 PA업무에 적합한 응급·중환자·임상·종양 전문간호사 인력은 1941명 정도다.

병원계가 끊임없이 PA 양성화를 요구하자 국회 입법조사처는 제도화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복지부도 합법화를 검토했지만 의사단체들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됐다. 
노웅래 의원은 “국립대병원 등에서 의료법상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PA를 운영하는 것은 전공의 부족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병원 측이 인건비 절감 등 편의를 고려해 운영하는 측면이 크다”며 “PA는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보호가 불가능하므로 관련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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