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기간엔 도로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교통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도로교통공단 통계결과 최근 5년간 설 명절 전후로 총 1만154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2만28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성인에 비해 체격이 작고 근육이 약한 어린이는 교통사고에 더 취약하다. 한 해 평균 5000건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하며, 지난해엔 전년보다 9.2% 증가한 71명의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13세 이하 어린이는 카시트와 전용 안전벨트만 제대로 착용해도 교통사고 중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2014년 교통안전공단의 충돌실험 결과 뒷좌석에서 카시트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어린이는 머리 중상 발생 위험이 98.1%, 가슴은 26.9%, 복합상해는 99%에 달했다. 반면 안전벨트를 맨 어린이는 머리 중상 가능성이 5%, 가슴은 14%, 복합상해는 18%로 낮았다.
현행법상 6세 미만 아이는 의무적으로 카시트를 사용해야 하며 위반시 6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당장 3~4세만 돼도 카시트를 조기졸업하는 어린이가 상당수다. 국내 6세 미만 어린이의 카시트 및 안전벨트 착용률은 30%로 미국(94%), 독일(90%), 일본(60%)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아예 12세까지 카시트 사용을 권고하기도 한다.
카시트는 목과 머리를 충분히 보호하도록 머리를 기댈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방향은 뒤쪽을 보도록 설치하는 게 좋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2세 이전까지 카시트를 자동차 뒷좌석에 후방장착(뒤보기)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아이가 역방향으로 앉으면 교통사고 발생시 충격이 등쪽 카시트 쿠션으로 넓게 분산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뒤로 앉으면 멀미나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어 2~3세 이후부터는 상황에 따라 앞쪽을 바라보도록 조정해준다.
등받이는 최대한 뒤로 눕혀주는 게 좋다. 어린이는 무게중심이 머리에 있어 앉은 상태로 잠들거나 차가 급정지하면 머리가 앞으로 떨궈진다. 이 자세가 오래 유지될 경우 자칫 기도가 막혀 호흡이 힘들고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미국에선 카시트에 앉은 아이가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며 ‘위치 질식’이라는 개념이 학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자동차 좌석 바닥과 카시트 등받이의 각도를 45도 정도로 유지하는 게 좋다. 아이가 카시트에 앉기 싫다고 때를 쓰면 익숙한 장소에 카시트를 두고 놀이를 통해 거부감을 줄여나가면 된다.
또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땐 아이에게 두꺼운 패딩점퍼를 입히고 카시트에 앉히는 부모가 많은데 안전을 위해 점퍼를 벗겨야 한다. 오종건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패딩점퍼를 입고 카세트에 앉으면 아이의 엉덩이와 어깨 위치가 달라져 안전띠를 몸에 딱 맞게 조절하기 힘들어진다”며 “또 점퍼는 재질이 미끄러워 벨트와 확실하게 밀착되지 않아 사고 발생시 아이의 몸이 튕겨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안고 운전석 옆 보조석에 같이 타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오종건 교수는 “아이가 앉은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부모 체중의 7배에 달하는 충격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에어백이 터지면서 2차충격으로 질식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성인용 안전벨트는 아이에게 무용지물이다. 성인 신체 사이즈에 맞게 제작된 벨트는 앉은 키가 작은 아이의 목을 압박해 질식과 목골절을 유발하고, 벨트가 복부를 압박해 장파열이 동반될 수도 있다. 체구가 더 작은 아이는 안전벨트 밑으로 몸이 빠져나가기도 한다. 성인용 안전벨트는 나이 13세, 키 145㎝, 몸무게 36㎏ 이상부터 착용해야 한다. 6~12세 어린이는 조끼 형태의 전용 안전벨트가 장착되고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부스터시트를 사용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