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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멈추는 상비약, 대웅 ‘스멕타’ vs 동성 ‘정로환’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8-02-12 18:04:29
  • 수정 2020-09-13 15: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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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멕타, 영유아 복용 가능 … 공복에 복용해야, 다른 약 흡수 방해
정로환, 감염성설사에 효과 … 코팅정 제형, 크레오소트 소독약 냄새 없애

대웅제약의 흡착성 지사제 ‘스멕타현탁액’(왼쪽) vs 동성제약의 생약성분 지사제 ‘정로환당의정’

겨울철에도 노로바이러스 유행, 설명절 과식 등으로 여름철 못잖게 설사를 동반한 장염이 갑작스럽게 발생하기 쉽다. 급성설사 대부분은 세균·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성 설사로 전해질(나트륨·칼슘 등 물에 녹아 이온으로 해리되는 물질)과 수분이 손실되므로 보리차, 이온음료(‘포카리스웨터’·‘게토레이’ 등)나 경구용 전해질제 등을 자주 복용하는 게 도움된다.   

보리차나 이온음료 등으로 설사가 멎지 않으면 지사제(止瀉劑) 복용을 고려해볼만 하다. 대웅제약의 ‘스멕타현탁액’(성분명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dioctahedral smectite)이나 동성제약의 ‘정로환’(성분명 크레소오트·진피·황련가루·향부자가루·감초가루)은 가정에서 꼭 구비해두는 일반의약품 상비약 중 하나로 꼽힌다. 2016년에 스멕타는 123억원어치, 정로환은 21억원어치가 각각 팔렸다.  

스멕타는 흡착성 지사제로 주성분은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다. 마그네슘·알루미늄을 다량 함유한 규산염(silicate)으로 천연 흡착제로서 장내 유해물을 흡착하고 수분을 흡수해 설사를 멎게 한다. 중간에 물이나 다른 전해질(미네랄)을 보유할 공간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손상된 장점막을 도포해 위·십이지장·대장 점막손상으로 인한 통증 치료에도 사용된다.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는 프랑스 브포입센(Beaufour Ipsen)이 개발했다.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는 장운동억제제인 로페라마이드(loperamide, 대표약 일양약품 ‘디아로펜캡슐’) 성분과 달리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세균·바이러스 등 독소를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한다. 다른 성분의 지사제보다 안전해 영유아도 복용할 수 있다. 다만 식사 1시간 전이나 식후 2시간 뒤 공복에 복용해야 효과가 충분히 발현된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스멕타를 편의점 상비약 품목에 추가하려 했지만 대한약사회가 이 약의 복약지도 필요성을 주장해 계획이 무산됐다.
 
로페라마이드는 장관 평활근에 작용해 장운동을 둔화시켜, 변 통과시간을 늘려 변 안의 수분 재흡수를 늘린다. 독소를 내보내지 않고 장 안에 붙잡아 둬 감염성설사일 경우 복용하면 안 된다. 만15세 미만이나 임신부·수유부에겐 투여가 권장되지 않는다. 오남용할 경우 중증 심장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배현 밝은미소약국(경기도 성남시 분당) 약사는 “스멕타는 각종 설사에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열이 나거나 복통이 심하고 후중감이 심한 염증성설사에는 단독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장내수분량을 줄이므로 장기간 복용하면 변비를 유발할 수 있으나 약 복용을 중단하면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하면 다른 약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시차를 두고 투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로환은 1904~1905년 러일전쟁 무렵에 일본 정부가 개발한 생약 성분의 지사제로 이름은 ‘러시아를 정복하는 약’(征露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 관둥주(關東州)에 파병한 젊고 건강한 병사들이 그 지역 수질이 나빠 배앓이·설사로 죽어가자 지사제를 공모했다. 다이코신약이 개발한 약이 효과가 가장 좋아 채택됐다.

국내에선 동성제약 창업주인 고(故) 이선규 회장이 1972년에 처음 도입했다. 그는 정로환의 제조법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다이코신약 전임 공장장에게 기술을 전수받았다. 정로환의 한자이름으로 왜색이 짙은 ‘징벌할 정’(征) 대신 ‘바를 정’(正)자로 변경해 ‘正露丸’를 쓰고 있다. 이 약은 만8세 이상부터 복용할 수 있다. 1일 3회 식후 복용한다.  

정로환의 주성분인 크레오소트(creosote)는 살균력이 강해 감염성설사에 효과적이다. 페놀(phenol)·구아이콜(guaiacol)·크레졸(cresol) 등 페놀계 화합물이 혼합된 형태로 목재를 건류해 얻는다.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천연 살균제·살충제·제초제로 쓰여 왔다.

크레오소트는 소독약 냄새가 난다. 정로환은 이 냄새를 비롯해 색상·모양·크기가 갈색의 조그만 환 제형이라는 특징 때문에 ‘염소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동성제약은 1988년에 크레오소트 함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성분을 일부 교체한 ‘정로환당의정’(크레오소트·황백엑스산·현초가루)을 추가로 출시했다. 정로환당의정은 코팅정 제형으로 크레오소트 특유의 향이 약해 복용 편의성이 높다.

정로환에 함유된 진피(陳皮)는 귤껍질을 말린 한약재를 다른 약재의 기능을 항진시키는 동시에 독소를 제거한다. 황련(黃連) 가루는 한의학적으로 항균·항염 효과가 뛰어난 베르베린(berberine)을 함유하고 있다. 베르베린은 피부사상균·흰색 칸디다균 등 증식을 억제한다. 향부자(香附子) 가루는 만성위염·십이지장궤양·상부복통·식욕부진 등에 보조 약재로 쓰인다. 감초(甘草) 가루도 항균·항염증·면역력 항진 등 효과가 있다.

정로환당의정에는 크레오소트 외에 황련가루처럼 베르베린을 함유한 황백(黃柏) 추출물,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해독 효과가 있는 현초(玄草, 이질풀) 가루 등이 들어 있다. 정로환 및 정로환당의정은 크레오소트와 이들 성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옛날에는 무좀을 치료하는 민간요법으로도 활용됐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2011년 3월 ‘건강한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이 제기한 크레오소트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크레오소트는 일본에서 100여년 넘게 생약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며 “정로환 안에는 크레오소트가 소량 들어 있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건약은 당시 미국 환경보건청(EPA)이 크레오소트에 과다 복용하면 위장관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이 성분을 발암의심물질로 지정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배 약사는 “정로환은 염증성복통·설사·후중감 등이 있는 감염성설사에 효과적”이라며 “다만 가스제거나 소화촉진 효과가 있는 생약 성분은 없어 소화불량 치료에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찬 음식 섭취 또는 위장관운동 저하로 설사하는 경우, 만성설사 등에는 복용이 권장되지 않는다”고 덧붙엿다.

이밖에 설사를 멎게 하는 약 성분으로는 △장운동을 억제하는 리다미딘(lidamidine, 고려제약 ‘리다민캡슐’) △세균을 죽이는 아크리놀(acrinol, 일양약품 디아로펜) △흡착제로서 비스머스(bismuth, 한국팜비오 ‘헬리박정’) 등이 쓰인다. 설사와 복통이 발생하는 원인이 다양하므로 상비약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가능한 빨리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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