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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영어 선행학습 논란 … 정신건강에 부정적, 듣기·놀이중심 교육은 도움될수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2-06 16:13:44
  • 수정 2020-09-13 15: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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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학·교육계 “6세 이전 교육 비효율” … 대안 없이 규제만, 교육양극화 불안감 해소해야
무리한 선행학습은 감정과 본능에 관여하는 우뇌 활동을 억제해 기분장애나 성격장애 위험을 높이지만 언어 영역의 경우 듣기와 놀이 위주로 흥미를 유발하면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정부의 일방적 영어교육 정책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영유아 대상 유치원 영어수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가 ‘비싼 영어유치원은 놔두고 왜 서민만 괴롭히냐’는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혀 3주만에 전면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했다. 

오는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현재 교과과정에선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정규 교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1·2학년은 방과후 수업만 허용돼왔다.

학교가 위탁업체를 통해 제공하는 방과후 영어수업은 비용이 7만~10만원선으로 저렴하고 기초영어를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어 호평을 받았다. 반면 민간 영어학원의 한 달 수강료는 15만~30만원,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50만원에 달한다. 학부모들은 방과후 영어수업이 사라지면 부잣집 아이는 학원에 다니면 되지만 가난한 아이는 그나마 있던 교육 기회마저 박탈당해 영어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신희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선행학습이냐 적기교육이냐는 기준보다 아이의 흥미와 재능을 먼저 봐야 한다”며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놀이 수준의 교육조차 금지하고, 재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교육 수준을 하향 평준화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과후 영어수업은 영어교육 외에 아이를 돌보는 역할도 수행한다. 서민층 부부 대다수가 맞벌이하는 현실에서 방과후 수업이 폐지되면 혼자 남겨진 아이는 정서적 고립감에 빠지기 쉽다.

영어 선행학습의 효과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교육 및 심리학자들은 대체로 유치원 시기 영어교육은 너무 이르고,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듣기와 말하기 위주로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유헌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은 “6세 무렵엔 종합적 사고·인간성·도덕성 등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므로 측두엽과 연관되는 영어교육은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며 “또 언어기능 발달 초기에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배우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소아정신건강 전문의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명이 ‘조기교육은 학업 스트레스와 낮은 학습효과로 인해 영유아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만족감이 없는 강제적 선행교육은 인지기능·언어능력·수리능력 등을 담당하는 좌뇌를 혹사시킬 수 있다. 반면 감정·본능·창의성을 관장하는 우뇌의 활동을 억제한다. 따라서 선행학습에 지친 아이는 우뇌 활동이 억제된 나머지 기분장애, 성격장애 등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선행학습이 언어교육에 한해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2016년 미국 워싱턴대의 연구결과 말문이 트이기 전인 생후 11개월부터 영어와 스페인어를 듣고 자란 아이는 언어 습득이 빨랐고 뇌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더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기 위주 주입식 선행학습이 아닌 흥미를 유도하는 놀이 중심, 듣기 위주의 교육은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선행학습 효과 여부를 떠나 교육양극화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설득이나 대안 제시 없이 부모의 선택권을 뺏은 정부의 행태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사교육 시장은 갈수록 팽창하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규제는 부모들의 분노만 자아낼 뿐이다. 부작용을 예측한 뒤 정교한 계획을 마련,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정책실행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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