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총 27개 뼈와 인대·신경·혈관·근육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몸에 작은 이상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반응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손저림이다. 흔히 추운 날씨 탓에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겨 손이 저리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신경계 문제일 확률이 높다. 혈관 이상에 의한 손저림은 전체의 10%에 그친다. 단 정말 혈관이 문제라면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알리는 경고신호일 수 있다. 고령층에선 뇌졸중 전조 증상으로 손저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손저림은 낮은 주파수의 진동이 미세하게 느껴지면서 불쾌한 통증이 동반된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말초신경 손상으로 발생한다. 말초신경은 뇌와 척수에서 전화선처럼 온몸으로 뻗어있는 조직으로 손과 다리의 감각을 느끼는 감각신경과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신경으로 구성된다. 피부, 골격근, 각 장기에서 수집된 감각을 중추신경인 뇌와 척수에 전달하고 중추신경이 지시하는 운동자극을 몸 전체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노화나 당뇨병 등 기저질환으로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손저림, 감각저하, 근육마비 등이 동반된다. 여러 말초신경이 동시다발적으로 손상되는 다발성말초신경병증은 저림 증상이 손가락 끝에서 시작돼 팔 전체로 퍼져나간다. 저림 증상이 양쪽 손과 팔에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통증이 심하고 걷기, 젓가락질, 글쓰기 등이 어려워 질 수 있다.
유독 엄지·검지·중지가 저리고 손목이 시큰거리면 손목터널증후군일 확률이 높다. 이 질환은 손목인대와 관절 사이의 정중신경이 압박받아 발생한다. 일을 많이 한 뒤 증상이 심해지고 손을 한두 번 털면 괜찮아지는 게 특징이다. 손가락마디 관절이 특히 아프면 류머티스성 관절염일 가능성이 크다. 손가락 세 관절 중 가장 끝 관절을 제외한 두세 번째 관절이 저리고 뻣뻣한 느낌이 든다.
손저림과 함께 손 전체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찌릿한 자극이 느껴지고 두통, 어깨통증, 뒷목 뻣뻣함이 동반되면 경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일 확률이 높다. 경추뼈 사이에 위치한 추간판(디스크) 내부 수핵이 외부압력에 의해 빠져나와 신경근과 척수를 눌러 손저림과 통증을 유발한다. 다리 옆과 뒤쪽까지 함께 저리면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손저림 원인 중 가장 빠른 대처가 필요한 게 뇌졸중이다. 평소에 괜찮다가 갑자기 손이 저리면서 두통·어지럼증·언어마비·입술저림이 동반되고 이런 증상이 양쪽이 아닌 한쪽에서만 나타난다면 뇌경색과 뇌출혈 등 뇌졸중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때 손바닥과 함께 손등까지 저린 게 특징이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도 손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고혈압이다. 고혈압 상태가 지속되면 동맥내 압력이 높아지면서 동맥벽이 두껍고 단단해지는 동맥경화증으로 악화된다. 이럴 경우 혈관이 좁아지고 탄성이 줄어 손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고 손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혈관 문제일 경우 손저림 외에 시린 증상이 동반되고 찬물이나 추운 곳에 노출되면 증상이 악화된다.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하기도 한다. 버거씨병·레이노증후군·하지정맥류도 혈관성 손저림의 주요인이다.
이밖에 직장내 갈등, 실적 압박, 가정불화, 불안감, 불면증, 공황장애, 만성피로, 과호흡증후군 등 심리적 스트레스로 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석원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직장인이나 갱년기 주부에서 나타나는 손·발 저림은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서 잠시 벗어나 심신 이완요법, 취미활동, 숙면, 가벼운 운동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며 “안정을 취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팔·다리 힘이 빠지거나, 두통과 어지럼증이 동반되거나,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신경과·척추외과·혈관외과·류마티스내과·정신건강의학과 등을 방문해 종합적인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