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한국다이이찌산쿄가 ‘세비카HCT’(올메사르탄·암로디핀·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olmesartan·amlodipine·hydrochlorothiazide)로 3제 고혈압 복합제를 선점한 데 맞서 지난해 하반기에 한미약품이 ‘아모잘탄플러스’(성분명 로사르탄·암로디핀·클로르탈리돈, losartan·amlodipine·chlorthalidone), 일동제약이 ‘투탑스플러스’(텔미사르탄·암로디핀·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telmisartan·amlodipine·hydrochlorothiazide)를 내놓고 도전하고 있다.
한국다케다제약·동아에스티의 ‘이달비’(아질사르탄, azilsartan)는 비록 안지오텐신2수용체차단제(ARB, angiotensin type II receptor blocker) 단일제이지만 효과가 기존 ARB를 뛰어넘는다며 향후 2제 복합제로 3제 시장을 잠식해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아모잘탄플러스와 투탑스플러스는 기존 ARB·칼슘통로차단제(CCB, calcium channel blocker) 2제 복합제에 이뇨제를 추가한 3제 복합제다. 아모잘탄플러스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가 고혈압 치료용으로 권고하는 이뇨제인 클로르탈리돈을 사용했다. 클로르탈리돈은 ‘ALLHAT’, ‘SHEP’ 등 일부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세비카HCT나 투탑스플러스에 사용된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HCTZ)보다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이 낮았고, CCB제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암로디핀(한국화이자의 ‘노바스크’)만큼이나 혈압강하 효과가 강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모잘탄플러스는 한미약품의 ARB·CCB 2제 복합제 ‘아모잘탄’(로사르탄·암로디핀)으로 조절되지 않는 2기 고혈압 환자 340명을 대상으로 8주간 진행된 3상 임상에서 대조약인 아모잘탄 대비 평균 수축기혈압(SBP, systolic blood pressure)을 9.5㎜Hg 떨어뜨렸다. 아모잘탄플러스 투여군은 치료 목표인 수축기혈압 140㎜Hg 미만/이완기혈압(DBP, diastolic blood pressure) 90㎜Hg 미만 도달률이 55.7%로 아모잘탄 투여군(29.8%)보다 높았다.
투탑스플러스는 수축기혈압이 140~200㎜Hg이거나, 당뇨병 또는 만성신장병(CKD)을 동반하고 수축기혈압이 130~200㎜Hg인 고혈압 환자 310명을 대상으로 8주간 진행한 3상 임상에서 대조약인 일동제약의 ARB·CCB 2제 복합제 ‘투탑스’(텔미사르탄·암로디핀) 대비 평균 수축기혈압을 6.5㎜Hg 낮췄다. 투탑스플러스군 투여군은 목표혈압 도달률이 52.3%로 투탑스 투여군(24.8%)보다 높았다. 투탑스플러스는 당뇨병 또는 CKD를 동반한 환자보다 이들 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환자에서 혈압강하 효과가 더 우수했다.
이달비는 다케다가 앞서 개발한 ARB 제제인 ‘아타칸’(칸데사르탄)의 화학구조를 조금 변경해 안지오텐신II 수용체 중 AT1수용체에 더 강하게 결합하고 천천히 해리된다. 기존 아타칸보다 24시간 혈압조절에 유리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약은 평균 수축기혈압이 145㎜Hg인 1·2기 고혈압환자 1291명을 대상으로 올메사르탄(대웅제약의 ‘올메텍’) 또는 발사르탄(한국노바티스의 ‘디오반’)과 직접비교한 3상 임상에서 더 강한 혈압강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달비 80㎎ 투여군은 24시간 평균 수축기혈압이 14.3㎜Hg 감소해 발사르탄 320㎎ 투여군의 10.0㎜Hg, 올메사르탄 40㎎ 투여군의 11.7㎜Hg보다 강했다. 성분별 최대 허가용량을 투여할 경우 이달비의 혈압강하 효과가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달비 40㎎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24시간 평균 수축기혈압이 13.2㎜Hg 감소했으며, 올메사르탄 40㎎ 투여군보다 수축기혈압을 1.4㎜Hg 더 내려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이달비는 2011년 일본에서 처음 출시됐으며 현지에서 연간 5000억원이 처방되고 있다. 미국(2000억원)을 포함한 전세계 20여개국에서 연간 1조원어치가 판매되고 있다. 올해에는 국내에도 이뇨제 복합제 ‘이달비클로르’(이달비·클로르탈리돈)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달비클로르는 수축기혈압이 160~190㎜Hg인 2기 고혈압 환자 1071명을 대상으로 12주간 진행된 임상에서 기존 ARB·이뇨제 복합제인 다이이찌산쿄의 ‘올메텍플러스’(올메사르탄·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 대조약인 올메텍플러스 대비 평균 수축기혈압을 8~9㎜Hg 떨어뜨렸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고혈압’(Hypertension) 2012년 60호에 실렸다.
ARB·CCB 복합제 시장, 5048억원으로 규모 가장 커 … 이뇨제 추가 3제 복합제, 고위험군서 유용
지난해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은 약 1조7000억원(원외처방액 조사업체 유비스트 기준)으로 추정된다. 고혈압약은 2014년에 ARB 단일제에서 ARB·CCB 2제 복합제로 처방 중심이 옮겨갔다. 복합제는 하루 한 알로 여러 가지 성분을 복용할 수 있어 복약순응도가 높은 게 장점이다.
ARB·CCB 복합제는 2016년 기준 5048억원어치가 처방돼 전년 대비 14.7% 증가한 반면 ARB 단일제는 3484억원어치가 팔려 같은 기간 3.4% 감소했다. 아모잘탄(676억원)은 전체 고혈압치료제 중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ARB·CCB 복합제 ‘트윈스타’(텔미사르탄·암로디핀, telmisartan·amlodipine, 977억원) 다음으로 많이 처방됐다.
ARB·CCB에 이뇨제 성분을 추가한 3제 복합제 시장은 대웅제약이 다이이찌산쿄의 ‘세비카HCT’를 2013년에 도입해 개척했다. 세비카HCT는 2016년 매출이 약 249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성장했다.
ARB는 여러 건의 임상결과 다른 계열보다 부작용이 적고 장기보호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RB는 안지오텐신II가 안지오텐신수용체 1형(AT1)에 결합하는 것을 막아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내분비계(RAAS, renin angiotensin aldosterone system)가 작동되지 않도록 한다. 안지오텐신Ⅰ은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에 의해 안지오텐신Ⅱ로 전환돼 혈관을 수축시키고 알도스테론 분비를 자극한다. 알도스테론은 신장에서 나트륨과 물의 재흡수를 증가시켜 혈압을 높인다.
최초의 ARB는 로사르탄(대표약 한국MSD의 ‘코자’)으로 이를 기본 골격구조로 삼아 차후 이르베사르탄(irbesartan, 한미약품의 ‘아프로벨’), 칸데사르탄(‘아타칸’), 발사르탄(‘디오반’), 텔미사르탄(베링거인겔하임의 ‘미카디스’), 올메사르탄(‘올메텍’), 아질사르탄(‘이달비’) 등이 차례로 개발됐다.
윌리엄 와이트(William White) 미국 코네티컷건강센터(Connecticut Health Center) 심장학 교수는 스프링거(Springer)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약물안전’(Drug Safety) 2014년 11월호에서 두 ARB 단일제를 직접비교한 여러 건의 연구를 소개했다. 각 임상에 참여한 환자의 평균 수축기혈압(SBP)이 143~169㎜Hg였으며, 연구는 대부분 8주 또는 12주간 진행됐다. 올메사르탄·칸데사르탄은 평균 수축기혈압이 12~21㎜Hg, 아질사르탄 13~17㎜Hg, 텔미사르탄 8~17㎜Hg, 이르베사르탄 11~16㎜Hg, 발사르탄 8~19㎜Hg, 로사르탄 9~15㎜Hg씩 감소했다.
CCB는 혈관 평활근세포와 심장 근육세포의 막 표면에 존재하는 칼슘통로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이들 세포로의 칼슘 유입을 억제하고 혈관근육을 이완시켜 혈압을 떨어뜨린다. ARB 등 다른 계열에 비해 혈압강하 효과가 강력한 게 장점이다. 대표 성분인 암로디핀은 ‘ASCOT’ 등 임상연구에서 고혈압성 당뇨병 이환율을 줄였다. 흔한 부작용은 변비, 어지러움, 두통, 발목부종, 안면홍조 등이다.
ARB와 CCB를 병합하면 혈압강하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CCB의 단점인 정맥수축을 보완해 말초혈관 부종을 줄일 수 있다. 부종은 CCB가 동맥혈관만 확장시켜 정맥이 수축되면서 모세혈관이 받는 압력이 증가하는 게 주원인이다. ARB는 RAS를 차단해 전체적으로 혈관을 이완시키므로 정맥도 확장한다.
고혈압 고위험군에서는 이뇨제를 추가한 3제 복합제가 유용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뇨제는 체내 수분과 염류 배설을 촉진해 혈장량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떨어뜨린다. 부작용은 저칼륨혈증이 대표적이다.
美 학회, 고혈압 진단기준 130/80으로 강화 … 국내 적용은 일러
지난해 11월 미국 심장협회(ACC)와 심장병학회(AHA)가 고혈압 진단기준을 14년 만에 140/90㎜Hg 이상에서 130/80㎜Hg 이상으로 개정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초기 혈압관리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가이드라인 개정은 ‘SPRINT’ 임상연구 결과 수축기혈압이 130~180㎜Hg인 미국 심혈관질환 고위험군(당뇨병·뇌졸중 환자 제외) 9361명을 대상으로 수축기혈압을 120㎜Hg 미만으로 엄격히 조절한 그룹은 표준요법인 140㎜Hg 미만으로 떨어뜨린 그룹보다 전반적 심혈관질환(심근경색·심부전·뇌졸중·사망 등) 발생위험이 상대적으로 25% 낮은 게 근거가 됐다.
김응주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SPRINT 연구에서 1차 복합평가변수인 실제 심혈관질환 발생률 차이는 1.6%p(3.26년간 5.2% 대 6.8%)에 불과하다”며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적극치료(수축기혈압 120㎜Hg 미만)한 경우 얻는 혜택과 지불해야 할 비용을 따진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연구결과를 국내 진료현장에 성급히 도입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50세 이상이면서 심혈관 고위험군에 속하고, 당뇨병·뇌졸중 병력이 없는 수축기혈압 130㎜Hg 이상인 고혈압 환자는 목표혈압을 기존 130㎜Hg보다 조금 낮게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