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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잡을 의사가 없다 … 외과·비뇨기과 외면 여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2-28 15:27:46
  • 수정 2021-07-06 03: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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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5’도 전공의 미달 속출, 고강도업무·저수가 원인 … 피·안·성, 정·재·영 인기 그대로
비뇨기과 의사들은 몇년 째 전공의 지원율이 50%도 되지 않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20년 안에 전립선암 등 비뇨기과 수술을 해외에서 받아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공의(레지던트)들의 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기피 현상이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됐다. 최근 3년간 정원을 채웠던 산부인과도 올해 전공의 미달 사태를 겪었다. 반면 내과는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 도입 및 수련기간 단축에 힘입어 지원자가 몰렸다.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으로 불리는 인기 진료과도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해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외과는 몇년 째 ‘기피과’ 오명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다발성 총상을 입은 귀순 북한병상을 극적으로 살려낸 이국종 외과 교수의 간절한 외침도 소용 없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연세대 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빅4’를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이 외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단순히 지원 미달에 그친 게 아니라 지원한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곳도 상당수였다. 이국종 교수가 있는 아주대병원마저 외과 지원자 ‘0명’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았다.

최근 진료과 명칭을 비뇨의학과로 바꾸며 이미지 제고에 나섰던 비뇨기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빅5 중에서도 서울대병원만 정원을 충족했고 나머지 병원은 모두 정원 미달에 그쳤다.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2년 47%, 2013년 44.8%, 2014년 26.1%, 2015년 40.2%, 2016년 29.3%, 2017년 38%로 최근 5년간 50% 채 넘지 못했다. 그나마도 2016년에 비뇨기과 전체 전공의 모집인원이 82곳에서 50곳으로 줄어 지원율이 상대적으로 오른 것처럼 보일 뿐이다. 

10년 가까이 전공의 미달 사태를 겪어온 비뇨기과 의사들은 ‘이젠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영구 대한비뇨기과학회 부회장(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은 “비뇨기과 전공의 수련병원 50곳 중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병원이 31곳이나 된다”며 “앞으로 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 등 비뇨기과 수술을 외국에서 받아야 하는 사태가 닥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흉부외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빅5 중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만 정원을 달성했고, 나머지 병원들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24개 전문과목 중 개원을 대비한 교육을 하지 않는 과는 흉부외과 뿐”이라며 “흉부외과 의사도 전문의 취득 후 개원에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과이지만 정작 전공의들 사이에선 ‘막장과’로 불리며 기피 대상이 됐다. 최근 5년간 전공의 지원율은 외과 60∼80%, 비뇨기과 25∼38%, 흉부외과 50% 수준이다. 최근엔 신경외과 지원율도 87%에 그쳤다. 같은 외과 계열인 정형외과는 인구고령화로 환자가 점차 늘고 비급여 진료항목이 많아 개원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 진료과로 분류된다. 평균 정원 대비 전공의 지원율은 120~130%에 달한다.

외과 계열은 생명을 살리는 고난도수술 건수가 많아 의사의 심적·육체적 부담이 크고 의료사고 위험도 다른 진료과보다 크다. 외과학회 관계자는 “의료사고가 생기면 소송 비용만 최대 7억∼8억원에 달한다”며 “이런 위험을 피하려고 지방 병원에선 아예 수술을 거부하는 등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외과계 의사들은 가장 큰 문제는 원가의 77%에 불과한 낮은 수가라고 입을 모은다. 수가가 낮으니 수도권 대형병원을 제외한 지방병원들은 돈이 되지 않는 외과보다 수익성 좋은 피부과나 영상의학과를 두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외과 전문의를 취득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원해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길연 대한외과학회 수련이사(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외과를 선택한 전문의 상당수가 다른 전문과목으로 바꾸고 싶어하고, 불과 2%만 외과 전문의의 길에 만족하고 있다”며 “외과 전문의 대부분은 외과라는 간판을 달지 않은 채 일반의원으로 운영 중이며, 외과 개원의 5명 중 1명은 8개월 이내에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관련 학회들은 외과계 기피 현상을 완화하려면 적정한 수가 보상과 의료사고 배상금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한 수술보조인력 및 입원전담 전문의 도입도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다.

현재 4년인 수련 기간을 ‘3+2 제도’, 즉 3년의 전공의 과정과 2년의 전임의(선택) 과정으로 개편하면 전공의 지원율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길연 교수는 “현재 병의원급 외과수술 80%가 난이도가 낮은 수술이어서 3년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며 “상급 종합병원(대학병원)에 고난도 수술이 집중되므로 이런 곳에서 종사하고 싶은 의사들은 2년 전임의(세부분과 전문의) 과정 별도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에도 피·안·성, 정·재·영의 인기는 여전했다. 정원 대비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린 진료과는 피부과로 전공의 지원율 161%를 기록했으며 재활의학과(158%), 정형외과(143%), 성형외과(142%), 영상의학과(114%)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핵의학과는 지원율 17%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정신과는 아직 올해 전공의 지원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으나 지난해의 경우 136.4%였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인기 진료과는 낮은 난이도의 치료가 대부분이어서 의료분쟁에 대한 부담이 덜하고, 비급여 진료가 많은 덕분에 개원하기 유리해 매년 전공의들의 지원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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