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부쩍 추워져 아이와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낸 초보엄마 A 씨(32)는 미안한 마음에 아이와 함께 외식에 나섰다. 차안에서 칭얼대는 4살배기 딸을 달래느라 결국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을 보여주면 여러모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터라 끝까지 참아봤지만 거짓말처럼 잦아드는 울음소리에 허탈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그러던 중 심하게 짜증을 내다가도 휴대폰만 켜면 잠잠해지는 게 걱정스러워 찾은 병원에서 ‘유아 스마트폰증후군’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집은 물론 야외에서 아이에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보여주는 엄마들이 적잖다. 특히 초보엄마는 아이를 달래는 게 익숙치 않아 스마트기기를 자주 이용한다. 이유식을 쉽게 먹이거나 카시트에 앉아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거나, 설거지 등 집안일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하지만 유아 시기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VDT증후군, 언어발달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스마트폰중독 등 부작용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 중 컴퓨터단말기증후군으로도 불리는 ‘VDT증후군’(Visual Display Terminal Syndrome)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데스크탑 컴퓨터 등을 오래 사용해 생기는 현대병으로 유소아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인 중 하나다.
최근 기동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체줄받은 ‘최근 5년간 9세 이하 VDT증후군 진료인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9세 이하 VDT증후군 환자는 1만9178명으로 2012년(1만5726명)에 비해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년사이 유·아동 환자가 전년 대비 4%나 늘어 10~19세 청소년 환자의 증가율(0.5%)을 무려 8배 높게 앞질렀다.
영유아 스마트폰증후군 같은 정신과적 질환이나 안구건조증 등 안과질환 외에도 나쁜 자세형성과 성장장애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추가 심한 압박을 받는데 미국 뉴욕의 척추 전문의사인 케네투 한스라이 교수 연구진이 국제외과기술저널(Surgical Technology International)에 보고한 논문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각도에 따라 성인의 경우 최대 27kg의 부담이 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고개를 숙이는 각도에 따라 목에 가해지는 부담이 달라진다. 평소 일반 성인이 고개를 들고 있을 때 경추에 가해지는 압력의 무게가 4~5kg인 것과 비교할 때 목을 15도만 숙여도 경추에 12kg의 부담을 줄 수 있다.
정선영 울산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스마트폰에 빠져들다 보면 나쁜 자세가 형성되기 쉽고 신체에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며 “아직 근골격계가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10세 미만의 급성장기 아이들은 이런 압박이 성장 장애의 원인도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대생활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학습 어플리케이션이 많이 개발되면서 교육적으로도 유용하다. 결국 부모 입장에서는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스마트 기기는 가급적 늦게 접하는 게 좋지만 이왕 사용해야 한다면 처음 접할 때부터 올바른 사용 습관을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
교육 또는 놀이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에는 하루 사용시간이 15~20분이 넘지 않도록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면서 사용해야 한다. 아이가 계속 스마트기기를 조른다면 다른 것들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시대일수록 아날로그적 육아방법이 아이와의 애착형성에 도움이 된다. 한돌 미만의 영아들은 스마트폰 대신 ‘도리도리’, ‘잼잼’, ‘곤지곤지’같이 감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전통육아 방식을 추천한다. 조금 큰 아동을 위해서는 동전이나 지갑 같은 간단한 소도구로 간단한 마술을 배워두는 것도 아이의 집중을 유도하는 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