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학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X-레이와 현미경의 역사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X-레이 아티스트로 이름난 정태섭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전세계를 다니며 수집한 초기 X-레이와 현미경의 ‘기증 유물 전시회’가 12월 4일부터 연세대 의대 동은의학박물관(관장 박형우 교수)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서는 1910년대부터 X-레이와 현미경이 사용됐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이미 현미경은 1600년대부터, X-레이는 1895년부터 쓰이면서 발전해왔다.
정 교수가 연세대 의대에 기증한 유물은 1790년대 이후의 현미경 12점, 요즘에 사용되는 대용량 X-선관의 초기 형태인 1900년대 초반의 ‘쿨리지 X-선관’ 등 X-선관 24점, 부속유물 등 총 140여 점이다.
현미경 유물은 1790년대 황동과 상아로 만들어진 단순 현미경, 프리즘이 없어 관찰자가 눈을 사시(斜視)로 보아야 관찰할 수 있는 J.Swift & Son 쌍안현미경(1878년), 1880년대 통풍 때 생기는 요산염의 결정을 채취·진단하는데 많이 사용됐던 편광현미경 및 당시의 표본 슬라이드 등 다양하다.
X-선은 1895년 11월 8일 뢴트겐이 1876년부터 발명해 음극관 연구에 이용되던 크룩스관을 이용해 실험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따라서 X-선의 발견 과정을 이해하려면 크룩스관의 역사를 같이 연구하고 체험하는 게 중요하다. X-선 관 유물은 1876~1886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크룩스관, 진공관 안에 장미·국화·나비 등 당시 부유층 기호 장식으로 많이 사용됐던 다양한 부케관(1885~1895년), 손·발 등 작은 부위를 찍는 데 사용됐던 ‘작은 부위 X-선관’(1896~1899년), 가슴·복부 등 큰 부위를 찍는 사용됐던 ‘큰 부위 X-선관’(1896~1899년) 등이다.
1900년대 당시 ‘X-ray’는 첨단과학을 대표하는 대명사이자 명품의 의미로 쓰였었다. 전시회에서는 이를 상표로 사용했던 연고, 조명기구, 면도칼, 커피분쇄기, 레몬압축기 등 X-레이 발전의 상징인 부속 유물 등도 이번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연세대 의대 4층에 있는 동은의학박물관에서 내년 8월까지 계속되며, 개막식은 4일 오후 4시 박물관에서 열렸다.
정태섭 교수는 “서양의학 발전의 상징인 X-레이 영상 촬영장치와 현미경의 초기 발전사를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전시회”라며 “개인적으로 수집하면서 유리로 된 유물이 운송 도중 파손되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분야를 전공하는 방사선과 전공 학생은 물론 미래의 과학자와 의료인을 꿈꾸는 모든 학생들에게 많은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