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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뒤떨어진 ‘전문약 정보제공’ 규제 … 환자 알권리 침해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11-27 16:59:16
  • 수정 2017-12-01 18: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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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용 사용설명서’ 적용 확대 … 식약처 정보 통합관리 필요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새 ‘의약품 광고 및 전문의약품 정보제공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여전히 합법과 위법의 경계가 모호하고, 시대착오적인 내용이 많아 의료계·제약업계·언론계의 불평을 사고 있다. 과장·거짓 광고를 제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현행 규정은 환자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약사법(68조) 및 총리령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제78~83조)에 따르면 제약사는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감염병 예방백신은 제외)의 경우 의약 전문가에게만 국내 허가사항 관련 제품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대중을 상대로 광고할 수 없다. 전문약은 증상이 상대적으로 심한 환자에게 투여되므로 대중이 관련 정보를 오인하면 일반의약품보다 오남용 위험이 크다는 이유다. 유럽연합(EU)·일본은 국내처럼 전문약 광고를 금지하고 있으나 미국은 허용하고 있다.

전문약 광고 금지 조항은 신약을 출시하더라도 제품에 관한 장점을 알리기 어려워 국내 제약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일부 정형외과는 이달 초 출시된 코오롱생명과학의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홈페이지·블로그·기사 등을 통해 알렸다가 약사법 위반으로 신고 당했다.

2012년 8월 녹십자는 모 일간지에 기업이미지를 광고하면서 주력 품목인 전문약 ‘그린진F’를 ‘국내 최초의 미국 3상 임상 진행 면역강화제, ‘아이브글로불린SN’을 ‘세계 세 번째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라고 언급해 1개월 15일 간 판매업무 정지, 과징금 1755만원을 처분받기도 했다.

인터넷에 전문약과 관련한 오해나 악소문이 확산되더라도 제약사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제약사가 섣불리 대응했다간 자칫 대중을 상대로 판매촉진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제약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사가 제조·판매하는 의약품에 한해 자사 홈페이지에 국내 허가사항 중 약의 효능·효과, 용법·용량, 부작용 등에 국한해 설명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환자가 극히 드물고 전달할 수 있는 내용도 제한적”이라며 “환자의 정보 접근을 제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보건당국이 전문약 관련 ‘환자용 사용설명서’(PI, patient information)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품목에만 적용해 행정관리 편의성을 환자의 안전성보다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식약처는 2015년 7월부터 제약사가 허가받은 전문약에 대해 ‘(시판후) 위해성 관리계획’을 제출한 경우에만 복약지도에 도움되는 환자용 사용설명서를 의사·약사를 통해 간접 전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PI는 의사나 약사가 환자에게 쉽게 설명해주기 위해 전문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만들어놓은 리플릿으로 제작된다. 

이 시행규칙은 신약과 희귀약, 식약처장 인정 품목, 업체의 자발적 신청 품목으로 국한해 의무화됐다. 이에 제약업계는 “식약처의 엄격한 관리 아래 환자용 사용설명서 제작·배포 대상을 전체 의약품으로 확대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3분 진료’라 불릴 정도로 환자를 대면할 시간이 부족한 의료진, 처방약 조제에 바쁜 약사가 PI 내용을 꼼꼼히 설명하기는 어려운 게 현 제도의 한계로 지적됐다.

제약사가 전문약 관련 새로운 사실을 알리는 것의 합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쾌하게 정리할 필요가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국내 시판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제약사가 해당 의약품 관련 국제 학회에서 발표된 최신 임상연구, 해외에서 추가된 적응증을 소개하는 것은 합법인 반면 국내 허가를 받은 후부터는 허가사항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언급하면 불법이다. 제약업계는 “의료진의 오프라벨(허가 적응증 외 처방) 처방 유도를 막으려는 조치이지만 정보 접근성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전문약 정보는 약사법에 따라 의약 전문가가 보는 학술지나 전문지에서만 광고할 수 있다. 그러나 신문이나 책자에 게재된 전문약 광고는 입법 취지상 그렇다치더라도 의사나 약사, 제약사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볼 수 있는 전문지 사이트에서만 전문약 광고가 허용된다는 것은 논리가 일관되지 않다. 전문지나 학술지 사이트를 전문가나 관계자만 볼 수 있는 폐쇄 사이트로 전환하거나 아예 전문약 광고를 미국처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종사자들도 많다. 영어만 기본적으로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외국 전문약 자료를 습득할 수 있는 현실에서 전문지나 학술 사이트에서만 전문약 광고(또는 정보제공)를 허용한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다름 없다.

현행 의료법·약사법·언론관계법에는 기자가 취재한 기사나, 객관적이고 입증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광고로 판단되지 않아 대중이 보는 일간지·경제지·스포츠지 등에서도 전문약 관련 정보를 기사화할 수 있다. 제약업계 및 언론계는 “국민의 알 권리, 언론의 알릴 권리, 기업 및 주가 관련 정보 제공이라는 명분 아래 제약사가 전문약 관련 정보를 대중매체에 배포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런 현실에서 전문지와 비전문지로 나눠 이중잣대로 광고나 기사, 정보제공 범위를 제한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규제”라고 지적했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우량한 신약을 소개하고 싶어도 일부 업체는 이런 현행 규정을 적당히 무시하거나 회피하면서 슬쩍슬쩍 전문약에 대한 홍보판촉을 진행하는 반면 사내 규정이 엄격한 일부 회사는 관련 법규들을 그대로 지키는 통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꼬집었다.

또 현행 규정은 비전문지 기자가 해당 제약사에 먼저 요청해 전문약 관련 기사를 쓰는 것은 합법인 반면 해당 제약사가 먼저 비전문지 기자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불법으로 돼 있다. 다만 ‘보도자료라도 객관적이고 입증 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의 하나로 판단되는 보도자료 배포행위는 의약품광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식약처 가이드라인의 예외 조항이 있긴 하다. 객관적이고 입증 가능한 자료라는 기준이 추상적이어서 이처럼 말도 안되는 시대착오적 조항을 존속시키는 약사법 근거조항(68조)와 관련 시행 가이드라인은 시정돼야 마땅하다.

유전자치료제·세포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은 기존 약과 제조·투여 과정이 달라 환자·보호자의 이해가 필요하다. 제품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게 제한돼 처방 저하로 이어지고 기업의 성장도 지연시키는 장애가 되고 있다.
이에 업계는 “환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려면 식약처의 엄격한 관리 아래 각 회사 제품의 최신정보를 모은 공인된 사이트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터넷 발달로 의약품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환자 커뮤니티나 전문지를 참고해 특정 신약을 처방받으려고 의료진을 찾아다니는 환자가 많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요즘 환자는 질환의 심각성과 각 치료제의 장단점을 미리 파악하고 내원한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또 “미디어의 파급력을 실감하고 나선 기자에게 질환과 치료법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흔쾌히 응한다”고 덧붙였다.

치료제 선택 권리를 요구하는 환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반인에게 전문약 정보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어설픈 전문약 정보제공 규제는 환자, 제약사, 의료진 등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환자에게 최신 의약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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